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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

젤소미나
2000년 05월 08일 19시 19분 01초 7245
내가 아는 영화인들 몇몇의 얘기를 해보지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하고 말입니다.

우선 이글은 감독이 되고자 하는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다른 분야의 일에 관해서는 또 다른 분들이 글을 올려주시리라 믿고.

우선 영화를 하고자 하는게 이상을 쟁취한다거나
아니면 영화를 하지 않는게 현실에 안주하는게 아니란 말씀을 먼저 하고 싶네요

제 또래 친구들이 중학시절 고교시절을 보내며 영화를 꿈꾸며 살았던
80년대 초반은 영화가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는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는온통 젊은이들이 문학을 꿈꾸고 있었죠.  많은 친구들은 문예반에 들어간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고, 자기 습작을 일부러 공개하기도 하고...남녀 문예반 친구들끼리 모여 문학을 논(?)하며 데이트를 하고 그랬습니다.

85년도에 한국에도 단편영화의 장이 열렸고 최초의 단편영화 상영이 이루어진게
아마 국립극장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때 포스터는 말 그대로 독립군들을 연상하는
그런 그림이었죠 ? 예전 한국영화 태동기의 스탭들 사진같은것과 무장투쟁하던 톡립군들의 사진 같은게 포스터로 쓰였던것 같습니다. 영화우리마당같은곳에서 워크샙을 통해 8미리 단편 영화를 찍으며 만족하고...저는 그런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잘나가는 영화인인듯 뽐냈었습니다.

그때 잘나가던 영화감독으로는 음...한창 정지영 감독이 신예로 발돋음 하고 있었을 때니까 ...이장호 배창호..장선우 박광수의 초기 영화들..신승수 장길수 ..머 이런분들이 아니었을까요 ?

아역을 벗어난 안성기란 배우가 성인배우로서의 신고식을 마친 바람불어 좋은날..같은 영화나 이장호 감독의 동생분이 주연했던 어제내린비 같은 영화를 그때 한창 유행하던 소극장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
그런 소극장들은 지금 포르노 영화관비슷하게 변해버렸지요?.
그로잉업이라든가. 그리스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봤고..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도 심심찮게 재개봉 하고 사람들이 몰리고 그랬습니다

무슨말을 하는거냐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영화를 꿈꾸며 살았던 양반들이  이제 막 감독이 되었거나  데뷔를 할 시기에  놓여지게 됩니다. 조금 빠르고 조금 늦고 한 정도지 크게 차이는 없는것 같군요.

그때 85년을 전후로 20살 ...을 보낸 세대가 그렇단 말씀입니다.
요즘은 데뷔시기가 빨라져 이보다 한 몇년 빠른 분들도 계시죠. 간혹
장진감독이 그렇고, 여고괴담 2의 2명의 감독님들...또 누가 있나 ? 봉준호 감독도 있네요. 나머진 비슷하죠..정지우 감독이 또 그렇고 .. 더 많이 있겠지만
저 분들의 경우가 데뷔를 참 빨리 하신 분들이죠 . 성공적으로 ..

아까 말한 85년도에 이미 단편영화의 대부 정도로 떠올랐던 분들중에
이정국감독이 있고 . 또 김의석 감독이 있습니다.
백일몽. 창수의 취업시대, ..등등...이분들 이미 내리막 이시죠 ?
누가 뭐래도 그렇습니다.

어렴풋이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지금 우리들의 눈에는 강제규 감독이나 강우석감독,
마이다스의 손, 차승재 같은 분들밖에 보이지 않을겁니다. 극히 일부이죠.

영상작가 시나리오 교육원인가 이름이 정확한가요 ? 그곳은 항상 수강생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한국영화 아카데미는 이미 17기를 배출하고 있고, 정식 4년제 대학으로 발족했던 영상원도 이미 2기정도를 배출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대학의 영화학과들..그리고 큰형님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독립영화 협의회.
영화아카데미에 6수끝에 입학한분도 계식다는걸 알고 계시나요 ?..
독협출신의 여류 김성숙 감독님 -단편영화 동시에- 인가 ? 그분도  아카데미에 시험을 봤다가 쓴잔을 마신분이죠...개인적으로 친하고 싶은 분입니다. 나이가 이미 30대 중반을 넘으셨죠 ?  
다른곳은 모르고 아카데미 17기 졸업생중 감독이었거나 감독으로 활동중인분들은
졸업생 대비 5분의 1도 안됩니다. 다들 다른곳에서 일하고 계시죠..
아직도 감독에의 꿈을 버리고 있진 않겠지만...
사실 이런 기관을 거치지 않은 영화인들이 몇배나 많지요..

지금 잘 나가는 영화감독중 저런 기관출신자들은 사실 몇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한국영화계에는 인력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모두 한칼을 갖고 계신분들이겟죠 ?
인력이 넘치다 못해 바글바글 합니다 . 말그대로 ..

요즘 조금 이해하기 힘든 현상중에 하나는 데뷔시기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는겁니다 . 누가 당신 감독하시요 ..이런게 아니고 스스로 감독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분들 연령층이 많이 낮아 지고 있다는겁니다.
디지탈 영화의 붐도 무시 못할꺼고 ...그만큼 승부를 빨리 보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요
인생의 황금기를 영화에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도일수도 있겟고 ..
다른편으로 보면 너무 서두르는게 아닐까 ..싶은겁니다.

나는 조감독 생활 오래 안해도 돼..! 하는 자신감이기도 하겠지만 ..자칫 출발시점을 잘못잡아 영영 도태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거지요..

데뷔를 일찍하는 분들만 얘기했는데 지금 한국제일의 감독(?)이라 불리우는
이창동감독님은 나이 40을 넘어 영화를 시작하신거 아시죠 ?
그 섬에 가고 싶다 연출부로 시작을 했습니다.
전태일 조감독을 하셨던 김석태감독님은  _ 이분은 지금 데뷔준비를 하고 게시지만 -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30대 중만의 나이에  영화를 시작하신분이고 ..
내마음의 풍금, 이영재 감독님은 아카데미 2기 출신입니다. 85년도 졸업생이죠
그분은 98년에야 데뷔했습니다. 아직도 미소년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분은 좀 예외적인 경우이긴 합니다.

늦은 나이에 영화 시작하는분들 많습니다. 제 후배중에도 이런 친구가 하나 있지요..
아카데미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들낳고 ...그리고
다시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연출부 막내 입니다 .. !!! 31살.
제 친구는 광고회사에서 3년동안 연출부 조감독 생활하다가 30살이 되서야 영화가 다시 하고 싶어졌고 - 절실하게- 그때서야 해외유학길에 올라 3년만에 돌아와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부 생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그 친구의 아내(^^)는 오빠가 영화 안하면 이혼한다고 한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현실과 이상사이라는 이상한 말때문에 세월을 보내고 있을때 ..
이미 수많은 영화인들이 그 이상속의 이상한 현실속에서 자신과의 투쟁을 하고 있는거지요.

요즘 영화에 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영화를 안좋아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을 정도로,, 고등학교때 친했던 여자친구중 한명은 극장에 가는걸 이상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불량배나 가는곳이라고 싫어했죠. 자기는 유흥가에 안간다고 ..

요즘은 영상벤처빌딩이란게 생기기도 하고 영화가 벤쳐취급을 받을정도인 사회입니다. 모두가 영화를 하고 싶어하고 ..
영화관계 인터넷 잡지가 어마어마 하게 많더군요.
동양최대의 영화 멀티플랙스가 생긴다고도 하고 ...그 한편에 한창 유행하던
대기업 영화 투자사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도 합니다. - 한국영화 돈 안된다는 이유인거겠죠.

실제 영화를 하고 있는 영화인들은 이런 농담을 잘합니다.
좋은 영화나 실컷 보면서 살아도 괜찮을것 같다...라고

자신이 왜 영화를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이 어느정도인지도 잘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잘 할수 있는것과 하고 싶은것의 차이를  알아야 겠지요.

어느 분야 에서나  마찬가지로 영화계에 들어와서 성공한 분들도 계시고  
인생의 쓴맛을 본 분들도 많습니다 . 조금 더 많겠지요 이런분들이..

저는 한국에 좋은 영화가 없어서 영화를 시작햇습니다. 좋은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네요.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내가 좋은 영화를 만들수 없다면 영화를 안할꺼라고..
지금 구상하고 있는 영화이야기들을 주변 친구들(모두 영화인들이죠)에게 이야기 해주면  "좋기는 한데 그게 재미있을까? 사람들이 보러 올까? " 이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을것도같고 사람들이 많이 보러올것도 같습니다.

제가 뭘 잘못 생각하는걸까요 ?

영화를 하며 갖게 된 돈에 대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돈이란 따라오는것..좋은 영화를 만들면 돈이야 따라오지 않을까..
아직 철이 안든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동안 이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만약에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면 영화를 그만 두어야 겠지요.

영화를 시작하려는분들. 지금 영화를 하고 계신분들..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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