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605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귀가

mysterieone
2000년 12월 31일 05시 23분 05초 7652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어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도종환 님의 '부드러운 직선' 중의 마음 하나

1 / 681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