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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덕과 홍상수 감독론

hyunhj21
2004년 07월 27일 06시 57분 34초 6772 5 13
홍상수.jpg

김기덕2.jpg

<김기덕과 홍상수론>


김기덕과 홍상수, 그들은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작가가 결코 아니다.

최근에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보았다. 사실 이곳 런던에서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복사한 테잎을 구해서 보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으나 나는 복사본 테이프나 DVD로 영화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작품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질이 좋지 않은 화면으로 눈을 버리고, 좋은 작품의 감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기대와 흥분감을 가지고 기다렸었다. 워낙 말들이 많은 작가들이었고 특히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워낙 칭찬한 평론가들이 많아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첫번째 DVD를 구한 것은 <강원도의 힘>, 첫 눈에 들어오는 그림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도무지 전문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사운드도 엉망이었고 Shot을 조절하지도 못한 수준 이하의 것으로 도저히 영화라고 부를 수 없는 작품이었다.

또 두번 씩이나 화면 밖으로 삐져 나온 마이크의 몸통은 에디팅을 작업을 제대로 했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신경을 거슬리는 바람 소리에 보니 아닌게 아니라 삐쭉 하고 화면으로 드러낸 마이크에 바람막이용 덮개가 씌어져 있지 않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대학강사로 설정했으나 고등학교 4학년 정도 수준의 대사로 대학 강사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특유의 엉성한 plot에 이 사람이 과연 제대로 영화 공부를 한 사람인가 의심스러워 약력을 찾아 보았다 왜냐하면 필름의 기본도 안된 작품으로 학생들의 작품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필름을 극찬 했을까, 한국 영화의 수준이 이 정도의 작품이 칭찬을 받을 정도로 낮은가 아니면 혹시 내가 훌륭한 작품을 잘 못 본 것이 아닐까 하고 다시 한 번 인내를 가지고 작품을 한 번 더 보았다.

첫번째 무심히 봤던 실수들이 더 드러났다. 전체적인 화면을 초점도 잘 맛지 않는 와이드 삿으로 일관해 화면 구성 상의 리듬도 상실했다. 두 개의 다른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도 유명한 외국의 모 작가의 것을 그대로 카피 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이 훩씬 먼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지루할 정도로 단조로운 화면에 도대체 몇 개의 클로즈 업 샷이 나오는가 세어 보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클로즈업으로 처리해야 할 화면도 무성의하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몇 몇 평론가들이 쓴 그의 작품에 대한 글을 읽어 보았으나…이런 무성의한 화면 처리에 의한 것인지...무슨 말씀들이신지…일상을 나른하게 보는 …아무튼 그건 그렇다고 치자.. 영화란 장르는 그림과 연기와 구성, 대본, 음악등 사운드로 이루어진 종합 예술이다.

그리고 이들 요소는 영화의 기본 요소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문학적으로 혹은 철학적으로 그의 작품이 얼마나 훌륭하고 나른한 일상을 잘 묘사했는지 모르겠다. 그 고등학교 4학년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진 듯한 대학 강사의 김빠진 대사가 나른한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영화의 기본인 대본도 엉망이고 ..그림은 도저히 볼 수 없는 수준이하인 필름이었다. 다시 그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하여 <오 수정>과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찾아 보았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의 필름이었다. 별로 흠을 찾을 수 없는, 그러나 < 오 수정>은 역시 <강원도의 힘>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그림이 되고 싶은 그림으로 감독은 다른 영화와 차별을 시도하기 위하여 몇 몇 시도를 한 것을 엿보았다. 이를테면 흑백처리, 좁은 골목의 수평적인 구도, 그리고 큰 화면을 채운 구도 한컬레 등 등, 나는 이 그림들을 보고 실소를 터 트릴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것이 그림에 대한 감독의 수준을 말해 주는 구나.. 그것들이 중학교 미술 참고서의 구도의 종류를 설명하는 류형으로 제시된 것 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김기덕 영화 <나쁜 남자>를 구하고 잠시 망서렸다. 볼 것인가 말것인가. 그러다 국내의 평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보기로 했다. 사실 그 영화가 발표될 때 리뷰 평을 보고 말도 안되는 거친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 까 생각하고..내용도 없는 포르노그라피를 만들지 않았을까 짐작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개되는 신 들이 예사스럽지 않았다. 아, 홍상 수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림이 뭔가를 아는 사람이로구나하는 느낌이 와 닿았다.
영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첫째 그림으로 만든 예술이다. 1초에 24장에서 25장의 조각 그림을 구성해서 스토리를 만든 것이 영화이다. 그러므로 이 그림을 무시한 영화란 존재할 수도 없다.

김기덕의 영화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화면 처리와 탁월한 구성력, 리드미컬한 화면 전개, 몇 개의 신은 도저히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처리를 보여 주었다.
조재현의 연기도 그리고 상대 여 배우의 연기도 작중의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으로 나물랄데가 없었다. 세팅도 진짜 사창가를 연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보조 출연자의 연기들도 돋보였다.

내가 이즈음 본 수많은 영화 중에서 작품성으로 친다면 단연 나는 김기덕의 이 <나쁜 남자>를 꼽을 것이다. 아카데미의 후보에 올랐던 몇 몇 작품들 <미스틱 리버> 나 <안개의 모래의 집> 보다도 돗보이는 작품이었다.

궂이 흠을 잡으라면 조명 처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지만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로 보아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행성은 물론 기대할 수 없는 영화였다. 무겁고 사회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주제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일반 관객으로 이 영화를 지켜보는 것은 사실 고역스러운 일이 틀림없을 것이다. 감정 이입이 곤란할 정도로 무거운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관객들은 상상적 감성의 거리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영화나 기타 꾸민 이야기를 허구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하고 멀리 객관적인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며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쁜 남자> 같은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서 흥행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번뜩이는 김기덕의 전혀 다른 시각이 곳곳에서 보이는 이 작품은 이렇게 홍상수와 같이 거론한다는 것이 그에게 모독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는 정말 이 김기덕 감독에게 걸만한 것이 아닌지……나는 김기덕 감독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몇 번을 거듭 이 영화를 보았다. 전율할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몇몇 신들…뒤늦게 데뷔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과연 내가 그만큼 미세한 감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소문대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천재이다.
그와 같은 동시대에 그의 작품을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행운임이 틀림 없다.
(은퇴한 시인의 글)

http://kr.blog.yahoo.com/retiredpoetschool/336549.html?p=1&pm=l

답글보기 (22)

저 같은 비 전문가가 보기에는 두 감독 모두 난해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홍상수 매니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님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게 보셨나보군요. 영화평 잘 보고 갑니다.

04/04/27 (화) 오후 12:22

오셨군요. 아직도 제겐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좋아한다>라는 심리적 이입과정에 대한 미학적 관심입니다.
오늘은 이곳 날씨가 흐릿 하네요. 그곳 날씨는 좋죠?^^

04/04/27 (화) 오후 4:39 [hyunhj21]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근데 바람이 많이 불어요.
위에 쓰신 답글에 공감이 갑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반듯시 비례하는건 아니라던데, 영화를 만드실 준비를 하신다니 사전에 많은 연구를 하셔야겠네요. 그래도 영화를 만든다는것은 꿈을 만들어 내는것처럼 멋져보입니다.

04/04/27 (화) 오후 11:36

나쁜남자의 흥행요소 결함 중 하나를 감정이입이 어려울 정도의 무서운 상화묘사라 하셨는데, 제 생각엔 오히려 현실도피적 심리로 영화를 기피하였다 봅니다. 한국의 실정은 H21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잔인합니다. 창녀촌이란 곳은 더이상, 여고시절 신들린무당집에 관한 깨름찍한소문, 호기심 등으로 쑥덕거리던 , 그 집앞을 지날때면 오싹하여 잔걸음질 치던 곳에 비유할 수 없습니다.

04/05/06 (목) 오전 2:43 [수류]

경제상황이 무섭도록 악화되어 서울여성20%가 매춘에 종사합니다.
그토록 잔인한 상황들이 평범한 삶에 뿌리깊게 자리하여 부유층을 제외한 일반인 누구나 맘 한구석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두려워하고 있지요.

04/05/06 (목) 오전 2:47 [수류]

아니겠지요. 2% 도 0,2 %도 혹시 0.00002% 라면 몰라도......

04/05/06 (목) 오전 3:10 [hyunhj21]

아, 20대 여성의 20%라네요^^
저는 지금 라뽁이를 먹구있습니다. 21님의 글을 읽으며 밤을 지새웁니다.
넘 재밌지만 어려워 배가 많이 고프네요.^^
21님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교수님...양마담의 느낌입니다.
이 공간이 수업자료라 하여 귓속말로 올립니다.

04/05/06 (목) 오전 5:12 [수류]

영화에 대한 예리한 비평 잘보고 갑니다^^
저도 나쁜남자 좋아하는 팬입니다...음악도 좋았구요..

04/05/26 (수) 오전 2:08

진짜 좋은 영화죠.^^ 아주 재능있는 감독인것 같은데요..솔직히 한편만 봐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다른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마니아님, 혹시 좋은 영화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04/05/26 (수) 오전 4:05 [hyunhj21]

글쎄요..제가 감히 번데기 옆에서 주름을?^^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주로 공상 과학영화와 우울한 영화라서...
기회가 되면...추천해드릴께요^^ 수준이 낮다고 욕이나 하지 마세요^^;;

04/05/26 (수) 오후 5:20

별말씀을 절대로 아닙니다. 각 세대마다 다른 의견이 있고 또 그것은 누구도 얕보거나 우습게 봐선 안된다는 것이 제 평소의 생각입니다.. 나이가 좀 많다고 혹은 쪼금 더 아는 것 가지고 우쭐대는 것이 더 병이지요..
여긴 80이 먹었거나 6살을 먹었거나 다 똑 같은 입장이고 친구 같이 생각해 주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고의 배려입니다^^
야자터도 되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추천해 주시길...^^

04/05/26 (수) 오후 5:27 [hyunhj21]

김기덕 영화 몇편을 보았지만 맘이 편치 않은 찜찜하고 꺠름칙한 맛...
그래서 알 수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홍상수 영화 몇편도 마찬가지....밋밋함과 지루함...그리고 단조로운 틀...
그런데 그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단조로움이 또 끌리는 것 같습니다.
범부인 내겐 두 사람다 편치 않고 즐겁지 않은 사람들 입니다.

04/05/26 (수) 오후 10:14

참 두사람님이 범부라면 도대체 누가...^^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닌게 아니라 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영화 같데요...전 단지 미학적인 입장과 영화학 (구성과 영상미, 스크린 플레이등)자체로서 보았을 뿐입니다.

04/05/26 (수) 오후 10:21 [hyunhj21]

홍상수의 영화는 지루한 감은 있지만 생활속에서 두고두고 생각의 여운을 이끌어 낸다는게 큰거 같습니다 ..깊은 철학의 냄새가 베어나고 그속에서 무언가 발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죠..김기덕 영화는 미학적인 아름다움,,그리고 그 표현의 발상을 봤을때 정말 과히 영화적 천재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고 여깁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04/06/28 (월) 오전 9:46

전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과 김기덕의 나쁜남자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활의 발견은 무척이나 지루한 영화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우리 삶자체가 그렇게 지리하고 별볼일 없음을...그리고 무슨 거창한 발견일거란 기대감을 모조리 무너뜨리는거 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끝자락을 본다면 우리삶이 끝없이 무엇인갈 갈구하며 찾아나가며 희망하며 ..하지만 금새 무너지고 마는 그러한 생활의 발견을 전 하였습니다 ;;;부끄럽네요

04/06/28 (월) 오전 9:51

김기덕의 나쁜남자를 보고 머리속에서 한참동안이나 가시지 않는 생각의 꼬리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영화속의 나쁜 남자란 무엇인가?그녀의 인생 자체를 송두리체 변화시키고 운명을 바꿔버렸지만 마지막엔 그걸 받아들이며 삶을 인정해 가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을때 진정으로 나쁜 남자란 어쩌면 역설적인 표현방법이 아니었나 ...많이 어지럽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지껄임을 용서 ;;;;

04/06/28 (월) 오전 9:53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참 홍상수 감독은 운이 좋은 사람 같습니다.
이삭님과 같은 좋은 관객들이 키워준 사람 같군요..
아무리 나쁜 영화라도 메시지를 역으로 건져 소화해 내는 것은 역시 관객이니까요....그 작품에서 철학을 건져 내시다니 ....아주 깊은 안목을 가진 것 같습니다..결국 소화를 어떻게 해내느냐하는 문제 같군요...
저는 영화미학 쪽에서 바라본 시각입니다.

04/06/28 (월) 오전 9:57 [hyunhj21]

후....어려운 것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단지 영화의 설정된 스토일 뿐이지요....아무튼 관객의 입장에선 모든 영화를 자기의 입장과 대비해 보겠지만...저는 영화볼 때..타인의 이야기로 그냥 지켜보는 것이죠...허구적인 이야기...
아무튼 한국의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매춘 구조 속에서는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겠죠..그런 과정 속에서 여주인공이 몹쓸 운명을 받아들이며...다시 독립적인 매춘을 하는 이야기...진짜 무거운 주제로 고민을 하신것 같네요.

04/06/28 (월) 오전 10:05 [hyunhj21]

네 글을 다시 읽어보니 님은 시각적인 영화미학에 비중을 많이 두신거 같네요 ,,홍상수와 김기덕이 비교될 수 있다믄 극과 극의 대조적인 영화 서술 방법인거 같네요 ,,님 덕분에 조금은 해답을 찾은거 같아요...내용의 흐름을 따라가며 무언갈 찾아가게 하는 홍상수와 영화미학과 내용 모두 화려하고 아름다운 김기덕의 개성들이 대조적이지만 저에게는 역시나 두말 할거 없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답니다

04/06/28 (월) 오전 10:05

전 나쁜 남자의 매춘을 바라보는 시각는 삼갑니다 ..과연 나쁜 남자란 의미가 그녀 또는 그 에게 어떤 운명적인 반환점을 만들어 주는가에 포인트를 맞추고 싶네요...과연 나쁜 남자는 그녀에게 나쁜남자였는가 하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하나의 난제입니다

04/06/28 (월) 오전 10:08

윤리적인 접근이시네요. 어차피 우린 모랄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구축하는 사회 속의 일원이니..떠날 수 없지만...
예술은 예술이고 이삭님이 변형된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하듯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실제의 주변 인물처럼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마 김기덕씨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제목을 붙이진 않았을 것 같네요.....

04/06/28 (월) 오전 10:17 [hyunhj21]

..제 생각으로는 그녀의 관점에선 운명이라고 받아들였겠죠...
나쁘고 좋은 관념을 이미 넘어서...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선 지켜보기 힘들만큼 나쁜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04/06/28 (월) 오전 10:17 [hyunhj21]
hyunhj2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truerain
2004.07.27 20:07
Community - 김세윤 기자의 궁금증 클리닉
[질문] 종종 화면에 붐 마이크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잖습니까?
어째서 이런 컷이 그냥 들어가 있는 걸까요? 윤진호 leftpunch@naver.com

[답변] 붐 마이크란 긴 막대기 끝에 매달린 어른 팔뚝 길이의 털북숭이 마이크를 말한다.
배우들 머리통 위에 45도 각도로 각잡고 버티고 선 얘들 모습을 메이킹 필름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감독이 일부러 보여 주지 않는 이상 얘들이 화면에 등장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가끔 결정적 순간에 ‘꼽사리’ 끼는
붐 마이크들이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촬영현장에서의 실수다.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한두 컷 실수가 없을 리 없다. 편집할 때 못 볼 수가 없지
않느냐는 님의 타박과 달리 현직 촬영감독께서는 못 볼 수가 있지 왜 없느냐고 말씀하신다. 별로 좋지도 않은 화질의
조그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편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단다. 그러다 나중에 시사회 때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굴러봐야
때늦은 후회. 대세에 지장 없는 한 그냥 개봉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 놓고 내심 ‘옥의 티’로 봐주길 바라지만 그건
괜찮은 영화일 때 얘기지. 하찮은 영화일 땐 '대충 만든 티'로 두고두고 손가락질받게 마련이다.

확률적으로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영화일수록, 혹은 빨리 찍기로 소문난 감독의 영화일수록 붐 마이크 카메오 출연이
잦다. 후자의 예는 여러분도 다 짐작하시는 바로 ‘그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며 전자의 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대표적이다. 개봉 당시 류승완 감독은 “붐 마이크 보이는 장면이 세 군데쯤 된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제작부 등 시간
남는 사람, 심지어 의상 담당이 붐 마이크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그까짓 막대기, 시간 남는 사람이 들어도 그만 아니냐고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그 굵디 굵은 마이크에 똥침 찔려
비명에 갈 수 있다. 그 역시 숙달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배우의 입에서 대략 90cm쯤 떨어진 위치에 42도에서
48도로 각 잡고 버틸 만한 팔뚝 힘을 키우기 위해, 붐 오퍼레이터들은 평소 장대 끝에 아령을 매달고 오래 버티는 등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촬영감독, 혹은 붐 오퍼레이터의 실수가 아니라면 그땐 필시 영사 기사의 실수다. 미국이나 한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가로 세로 비율은 보통 1.85:1이다. 그래서 극장 화면이 4:3, 즉 1.33:1 비율의 일반 텔레비전보다 좌우로 더
길어보이는 것이다(물론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TV는 극장 화면과 비슷하다). 그런데 영화를 찍는 35mm 필름의 규격은
또 4:3, 일반 텔레비전 화면 비율이다. 고로 몹시 와이드한 극장용 화면을 얻기 위해서 제작진은 애당초 필름의
위아래를 조금씩 비워둔 채 몹시 와이드한 모양새로 찍히게끔 카메라를 세팅해 놓는다.

그러니 그걸 다시 비디오로 출시할 적에는 찍을 때 버린 위아래 외에 양 옆을 또 조금씩 잘라내 TV 화면 비율에 맞출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면 큰 네모 얼굴이 작은 네모가 되었다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필름은 이거 좀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필름 면적을 다 활용해서, 즉 4:3 비율 그대로 찍어놓고 극장에서 상영할 때만 영사기 렌즈를 1.85:1 사이즈로
세팅, 와이드한 화면을 얻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하면 극장 상영 시에는 살짝 가려두었던 위아래 부분을 비디오에서는
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비디오 시장을 염두에 둔 미국 애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는데 한국에서는 써먹기
힘들다는 게 현장 스탭의 전언이다.

외국보다 통제 안 되는 촬영현장에서 주변 소음이 조금이라도 덜 들어간 대사를 녹음하려면 늘어나는 세로 화면을
고려해 마이크를 지금보다 더 높게 들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혹 미국에서 쓰던 카메라가 그대로 한국에 건너올때다. 카메라는 이처럼 4:3 비율로 찍히게끔 세팅해놓고
촬영감독이 들여다보는 뷰파인더는 또 1.85:1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사기사 보니 어라? 4:3 비율로 필름 가득
찍혀 있거든? 옳거니,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영상 미학을 추구한 영화로군, 그래서 굳이 4:3 비율로 상영하는
통에 붐 마이크가 거의 주연급 조연으로 급부상하는 참변이 빚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찍을 땐 분명 보이지 않던 붐 마이크가
떡하니 공중 부양한 채 시종일관 배우를 굽어 살피는 초현실적 시퀀스가 왕왕 연출된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강원도의 힘>을 찍은 카메라가 그런 케이스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영화사가 부랴부랴 각 극장에 보내는 프린트 케이스마다 ‘꼭 1.85:1 비율로 상영해 주세요’ 라고
간곡한 청을 적어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청을 따라 제대로 상영을 해도 붐 마이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건 필름의 중앙과 스크린의 중앙을 딱딱 못 맞춰서 생기는 참사다. 원래 1.85:1로 찍은 놈이야 위아래 아무것도
안 나오니 그 경계를 맞추기가 쉬운데 4:3으로 찍은 놈을 자칫 맨 윗 선에 맞춰 틀었다간 아래는 뭉텅 잘리고 위는
몽땅 나오면서 붐 마이크가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영화보다 화면 비율, 필름 사이즈가 더 다양한 외화의 경우
(유럽영화는 1.66:1 화면도 적지 않다) 영사 기사가 프린트 케이스에 적힌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붐 마이크의 출현은 비 오는 날 여학교 앞 바바리맨의 출현만큼이나 잦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영사 기사의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 극장에서는 제아무리 궁극의 리얼리즘 영화라도 졸지에 극단의 실험
영화로 변신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 이거다.

끝으로, 혹자는 극장의 스크린에 붙어 있는 커튼이 화면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해서 붐 마이크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건 틀린 주장이라고 김우형 촬영감독은 말한다. 극장 커튼은 샤워 커튼과 달라서 보여 주기 거시기한 장면을
가려주는 게 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커튼만 싹 치우면 모든 영화에 붐 마이크가 보이게? 관객들 보기 좋으라고,
울퉁불퉁, 지저분해 보이는 화면의 네 변마다 직선으로 각 잡고 서 있는 애들에게 괜히 뒤집어씌우지는 말자 이거다.
Profile
truerain
2004.07.27 20:13
질문: 경복궁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건 이전의 한국영화에서 보여지는
고궁과 전혀 다른 각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각도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답변: 그 장면을 찍을 때 어떤 그림을 생각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고호가 많이 존경했던...
그 그림은 사실 전혀 다르다. 거리가 있고 그 중간쯤에 배낭을 메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고 있다
발이 있는 곳까지 잡아놓고 저 멀리로는 지평선이 보인다. 멋있지도 않고 딱히 지적인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상태처럼 보이는 그 그림이 참 좋았는데 갑자기 생각났다

2000년 6월 <키노>인터뷰 <오!수정>
Profile
pearljam75
2004.07.27 22:43
김기덕 감독님과는 함께 작업하기 까다롭답니다.
얼마전에 윤예령 원장님이 강의시간에 말씀하신건데요, <수취인불명>때 특수분장하러 현장갔더니
스탶들은 모두 탱자탱자 놀고있고 김기덕 감독님 혼자 땅을 파고 있더랍니다. (양동근시체가 거꾸로 쳐박혀야할 구덩이 파는 일을 남에게 못맡기고 직접 파야한다고)
게다가, 와이드샷으로 곱슬머리 양동근이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장면도 맘에 안든다고
직접 파마머리 가발을 뒤집어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그 장면을 찍었다 하니,
또 게다가 메이크업이나 미술같은것도 다 자신의 손을 거쳐야 맘을 놓는 스타일이니
종합예술을 함께 작업하는 크루들과 배우들은 뭐가 된답니까. 물론, <수취인불명>은 재밌었지만!
다 자기 스타일 이지만 스탶들 입장에선 참 재미없는 작업이되겠지요.
뭐, 스탶입장에서 그렇다는거죠. 그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의지와 철학은 무섭고 대단한 것, 인정합니다.
총12회 촬영횟수를 기록한 <사마리아>는 어케 보실지, 궁금합니다요.
hyunhj21
글쓴이
2004.07.28 03:20
pearljam75님에게.
그러 잖아도 사마리아를 어젯밤 밤을 세우고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네편의 Dvd를 보내주어...
근데 솔직히 실망한 편인데...
탄력성도 없고(대본의 구성력이 약함)....
그림은 만들려고(영상미학 쪽으로)
노력한 흔적(몇몇 신)은 보이는데 흡족한 편이 아니군요.
작품 자체로 보면 <나쁜 남자> 보다도 훨씬 처지는 듯 하더군요.
물론 이 같은 견해는 영화의 기본 문법과 구성등을 고려한 원칙적인 입장을 말한 것입니다.
어제 <올드 보이>도 함께 보았는데..저 개인적인 입장으로
<사마리아>는 올드보이 보다 훨씬 처지더군요...
국내 작품들을 많이 볼 기회가 없어서..딱 뭐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아무튼 저는 <사마리아>를 보고 기대한 김기덕 감독이 아니라 실망한 편입니다.
다시 시간이 나는 대로 구체적인 영화리뷰를 올리겠습니다.
kinokjh
2004.09.03 16:04
엄청 용감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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