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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창' 리뷰

부엉
2017년 12월 11일 19시 46분 43초 1603
'이창’은 내내 그들을 지켜본다. 주인공은 이웃을 지켜보고, 관객은 주인공과 이웃을 지켜본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관객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영화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면서 관객이 무언가 느끼길 바라는 것 같다. 그 무언가란 과연 무엇일까.


유명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카레이싱 촬영 중 다리 부상을 입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그는 음악에 매진하는 작곡가, 갓 결혼한 신혼부부, 외로운 나머지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고독한 부인, 남자가 차고 넘치는 열정적인 발레리나 등 다양한 이웃들을 지켜보며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제프는 잠들기 전 쨍그랑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보니 비가 쏟아지는데 건너편 부부의 남편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여러 차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의심스러운 제프는 대체 무슨 영문인지 캐내기 시작한다.


‘이창’은 오프닝에서 커튼이 올라가는 창문을 보여준다. 이 장면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에겐 영화의 시작, 제프에겐 이웃 관찰의 시작이다. 이웃들은 제프를 위한 각각 한편의 영화다. 그들을 보며 심심함을 푼다. 이는 여가시간을 영화로 보내는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그렇다. 히치콕 감독은 거동이 불편해 집에 갇힌 제프를 통해 영화관에 갇혀 관람하는 관객을 묘사한다. 그 중 관객과 제프가 가장 동화되는 지점은 역시 감독의 주무기 서스펜스가 발현되는 지점이다. 연인 리사(그레이스 켈리)가 위기상황임을 알지만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어 어찌할 수 없는 제프는 영화 속 인물의 위험을 목격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거리는 우리와 똑 닮아있다.


그렇다면 감독은 관객과 제프를 동화시키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바로 ‘이웃 간 소통의 부재’이다. 영화 중반, 자신의 강아지가 목이 꺾여 죽어있는 모습을 본 여자가 이웃들에게 울부짖으며 외친다. “이웃이란 뜻 몰라?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고, 생사에 관심 가져주고! 너흰 하나도 그렇지 않아!” 우리는 독거노인이 집에서 쓰러진지 모르고 홀로 쓸쓸하게 식어갔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족은 물론 이웃 간 소통의 부재가 낳은 씁쓸한 현실이다. 위 대사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이 참담한 현실을 자각하길 바라는 감독이 관객에게 외치는 말이 아닐까.


‘이창’에서도 역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연출은 빛난다. 영화에서 제프의 활동공간은 대부분 자신의 집안이다. 얼마 전 개봉한 ‘마더!’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제한적인 느낌이 들지 않게 노력한 ‘마더!’와 달리, ‘이창’은 주인공을 둘러싼 한정된 공간을 이웃을 조명하여 관객의 시야를 확장시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닫힌 공간의 답답함을 없앴다. 뿐만 아니라 맥거핀(초반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림으로써 관객의 몰입과 이완을 유도하는 장치)을 이용해 서스펜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서스펜스 또한 평범하지 않다. 위에 말했듯 관객이 서스펜스를 느끼는 장면 속 서스펜스를 겪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기존의 것을 한 차례 비튼다.


‘이창’은 ‘갇힌 공간 속’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현대 영화의 발전된 기술 없이도 이렇게 몰입도와 퀄리티가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이를 통해 전성기 시절 영화 포스터에 주연배우 보다 이름이 크게 실릴 만큼 큰 인기를 구가하던 히치콕 감독의 명성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들 그의 서스펜스에 빠져보길. 그리고 보고나서 한 번쯤 이웃에게 말을 걸며 ‘이창’을 추천해보면 어떨까.

김민구(go9924@naver.com)
(https://brunch.co.kr/@go9924)
(https://blog.naver.com/go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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