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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민대 수시 지정희곡 분석 <십이야>

SANActors
2023년 08월 03일 14시 16분 15초 1623 1

안녕하세요, 산 연기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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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민대 수시 지정 희곡 中 십이야를

같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국민대 지정 희곡으로 나온 십이야는

일리리아라는 발칸 반도 서부 아드리아 해 동쪽에 있었던 고대 국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낭만 희극인데요.

우선,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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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작가 소개

출생-사망 : 1564년 4월 26일 ~ 1616년 4월 23일

출생지 : 영국 잉글랜드 스트렛퍼드어폰에이번

주요작품 :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햄릿》, 《맥베스》, 《리어 왕》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로서,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이 있다.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였다. 극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 대략 24년간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최기에 습작적 경향이 보였으며, 영국사기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에 집중하던 시기, 그것과 중복되지만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그리고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말년에 가서는 화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그의 작품 세계가 확대와 깊이를 더한 것은 역사극과 낭만희극을 쓰고 난 뒤, 비극 작품을 쓰면서부터이다.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셰익스피어는 학교 공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면서 생각에 잠기거나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열여덟 살에 결혼한 뒤 배우가 되고 싶어서 1588년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갔다. 런던으로 간 셰익스피어는 극장의 마구간지기로 취직했다. 그러다가 석 달 뒤, 마부 역을 할 배우가 병이 나자 대신 무대에 서게 되었다. 연극 배우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셰익스피어는 연극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1592년 페스트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극장 문을 닫았을 때, 신진 극작가였던 셰익스피어는 여러 편의 희곡을 썼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이 <베니스의 상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당시 연극계를 주름잡던 한 세력가의 극단에 들어가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작가로서도 활동하였다. 또한 때때로 극단에서 단역을 맡아 배우로 일하기도 하였다. 셰익스피어는 그 뒤 희극과 비극, 사극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다양하게 발표했고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사람들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

십이야 작품 소개 및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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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상연된 “십이야”에서 비비안 리 (오른쪽)

줄거리

쌍둥이 남매인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은 항해를 하던 도중 폭풍을 만나 헤어져 서로가 서로를 죽었다고 생각한 채 일리리아에 난파한다. 바이올라는 남장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가명으로 올시노 공작의 몸종이 된다. 바이올라는 곧 공작을 사모하게 되지만, 올시노 공작은 일리리아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리비아에게 이미 구혼을 하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아버지가 죽 뒤 자신의 후견인이 되어 주었던 오빠마저 죽자 상심에 빠져 남자들의 구혼은 물론 만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었지만 올시노 공작의 구혼 이야기를 전하러 온 세자리오(바이올라)에게 반해 버린다. 한편 토비와 앤드류는 올리비아 저택의 집사인 말볼리오에게 면박을 당한다. 둘은 백작 가의 하녀인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올리비아의 가짜 구혼 편지로 말볼리오를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다. 결국 말볼리오는 이들의 계획에 넘어가 마귀가 씌었다며 극이 거의 끝날 때까지 벽장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 한편, 일리리아의 다른 곳에서 안토니오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세바스찬은 올시노 공작에게 찾아간다. 그를 따라가던 안토니오는 과거 일리리아의 적으로 참전한 적이 있었기에 올시노 공작의 병사들에게 체포되었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세자리오(바이올라)에게 (세바스찬이라고 생각해서) 안토니오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만 당연히 바이올라는 안토니오가 누군지 알 턱이 없어서 안토니오는 그냥 끌려간다. 예쁜데다 재산도 많은 올리비아에게 반한 세바스찬 역시 흔쾌히 결혼을 약속한다. 결국 그들이 결혼했다는 소식은 공작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아끼던 몸종 세자리오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소식에 공작은 격분한다. 세바스찬 때문에 졸지에 자신이 하지도 않은 결혼, 폭행(토비와 앤드류가 세바스찬에게 시비를 걸다가 얻어맞은 것), 배신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지만 갑자기 세바스찬이 궁정에 나타나 모든 상황이 해결된다. 결국 세바스찬은 올리비아와, 올시노 공작은 바이올라와 결혼하며 극은 마무리가 된다.

작품 구성

5막 희극

올리비아, 올시노 공작, 비올라, 세바스찬의 사랑 이야기가 주플롯으로, 그리고 토비 벨치 경 일당들이 꾸미는 말볼리오의 올리비아에 대한 구애라는 희극적 이야기가 부플롯으로 병치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적 암투나 음모 같은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와 병치되어 있는 다른 낭만희극들과는 달라 주플롯, 부플롯 모두 사랑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방향

바네이브 리치가 쓴 『이제 군인은 그만』 중 <아폴로니어스와 실러의 이야기>를 원전으로 하여 쓴 것이다. 이때 십이야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이 지난 1월 6일을 말하며 구세주가 나타나신 것을 축하하는 축일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이 날은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즐기는 축일로 흔히 악의 없는 장난과 농담을 하는 날이다. (이 극에서도 올리비아의 술주정뱅이 사촌 토비 벨치 경 일당이 도덕군자처럼 구는 올리비아의 집사 말볼리오를 골려먹는 것도 이런 축제일의 유희 가운데 하나이다.)

등장인물

비올라(세자리오로 남장) : 올시노 공작을 사랑하는 여인이나 남장을 하고 지내는 탓에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올리비아의 사랑을 받게 된다. 순수한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져 있다.

올리비아 : 올시노 공작이 사랑하는 여인이나 오라버니의 죽음 후 완고하게 베일을 쓰고 세상을 등지지만 남장한 비올라에게 한 눈에 반함으로써 모순된 면모를 드러낸다.

올시노 공작 : 올리비아를 사랑하여 세자리오로 변장한 비올라를 통해 구애를 하다가 나중에는 본 모습으로 돌아온 비올라와 결혼한다. 올리비아처럼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세상일을 등한시하는 경향일 있다.

말볼리오 : 올리비아의 집사로 지나치게 진지하고 도덕적인 인물로 짖꿎은 올리비아의 사촌 토비 벨치 경의 미움을 사서 그들의 음모로 여주인에게 구애를 하다가 혼쭐을 당한다.

 

셰익스피어- 십이야 대본.hwp

 

 

연기를 하려면 직접 대본도 읽고, 대사도 읽어봐야겠죠? 국민대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십이야 대본과 독백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바이올라]

(세자리오라는 가명을 쓰고 있다) 공작님의 총애가 계속된다면 하고 전제하시는 건 그분이 변덕스럽다거나 아니면 제가 태만해질까봐 염려하시는 거죠. 공작님께선 변덕이 심한 어른이신가요? 고맙습니다. 저기 공작님이 오십니다. 공작님, 여기 대령하고 있나이다. 하지만 공작님, 아가씨께서는 깊은 시름에 빠져 계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좀처럼 만나주시기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만나 뵙게 되면 뭐라고 말씀드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만. 제 힘닿는 데까지 설득해 보겠습니다. (방백) 하지만 얄궂은 일이로다! 구혼은 해보겠지만 주인의 아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나 자신인데.

[공작]

여바라, 누가 세자리오를 못 보았느냐? (큐리오와 사신들에게) 너희들은 잠시 물러가 있어라. (바이올라에게) 세자리오, 너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 비밀의 문을 열어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가씨한테 갔다 와. 가서 거절만 당하고 있지 말고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뵙기 전에는 발에 뿌리가 돋는 한이 있어도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우기는 거다. 예의고 뭐고 가를 것 없다, 소란이라도 피워라. 실속 없이 돌아오지 말고. 오! 그때는 내 불타는 사랑을 털어 놓고 이 가슴 속의 응어리진 진정을 아가씨 마음에 새겨다오. 내 사랑의 고민을 대변해 주는 것은 네가 알맞다. 점잔만 빼는 심부름꾼보다도 너같이 젊은 사람의 얘기를 더 잘 들어줄 거다. 아냐, 틀림없다, 대체 널 다 큰 어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너의 풋풋한 젊음을 잘못 보고 하는 소리가 틀림없다. 달의 여신 다이아나의 입술도 네 입술만큼은 매끄럽고 붉지 못해. 너의 귀여운 음성은 마치 처녀의 목소리와도 같이 높고 부드럽단 말이다. 어쨌든 너는 하나에서 열까지 여자를 닮았다. 너야말로 숙명적으로 이 일에는 제격이다. (사신들에게) 4, 5명이 수행하게 하라- 아니 너만 괜찮다면 모두 따라가도 좋아. 어차피 아무도 내 곁에 없는 게 제일 편하니까. 일이 성사만 되면 내 재산은 네 것이다, 네 주인과 똑같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 준다.

[공작]

암, 그것이라면 내 마음이 벌써 당하고 있다. 오, 내 눈이 올리비아를 처음 봤을 때 공기는 정화되고 역병의 독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나는 사슴으로 둔갑하였고, 욕망은 잔인하고 포악한 사냥개처럼 나를 뒤쫓고 있단 말이다. (발렌타인에게) 어떠냐? 그녀의 답은? 오 그 얼마나 갸륵한 심성이란 말이냐, 오빠에 대해서까지 그처럼 사랑의 빚을 갚으로하다니. 큐피드의 황금의 화살이 아가씨의 가슴을 꿰뚫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감정을 쏴죽이고 그래서 그녀의 정열과 이성과 감정의 모든 사랑의 옥좌를 한 왕이 차지해버린다면 그때 그녀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자 안내하라, 날 아름다운 꽃밭으로. 파란 나뭇가지로 덮여지면 사랑의 상념도 풍성해지는 것이다.

[바이올라]

어느 분이 고명하신 백작의 따님이신가요? 더 없이 영롱하시고 천하절색에 유일무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신 분,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꼐서 바로 이 댁의 규수이신가요?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요. 모처럼 대사를 헛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멋지게 엮은 말이기도 하지만 암송하느라고 꽤나 애를 먹었답니다. 아름다운 숙녀들이시여, 저를 너무 멸시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조금만 홀대를 받아도 주눅이 들고 만답니다. 저는 연습해 가지고 온 것 이외는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당신께서 이 댁의 규수이신지 부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게 마련해 온 대사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욕을 당하고 있으니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역을 맡아 하고 있는 대로의 인물은 아닙니다. 당신이 이 댁의 규슈이십니까? 틀림없는 이 댁 규수이시라면 당신께서 자신을 앗아간 것입니다. 왜댜하면 당신께서는 응당 내어줄 것을 여태껏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드린 말씀은 제가 맡은 부분 밖의 일이올시다. 우선 아가씨를 찬양한 다음 진짜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큰일 났군요! 찬사를 외우느라고 밤새워 고생을 했는데요. 게다가 매우 시적이죠.

[안드류]

여자한테 이렇게 당해본 건 처음인 걸. 술 마시고 떨어진 일이야 자주 있었지만. 이따금 생각해도 난 보통 사람의 꾀밖에는 없구나 싶어. 쇠고기를 너무 많이 먹다 보니까 머리가 둔한 소 모양이 된 것 같아. 그것을 알아차렸다면 진작 때려치웠을 텐데. 써 토비, 난 내일 고향으로 가겠어. 무슨 말이야, "뿌르꾸와"라니? 도대체 가란 말인가, 가지 말란 말인가? 펜싱이니, 춤이니, 곰 골리기에 허비한 시간을 차라리 외국어 공부에 쏟았을 것을. 아아! 어학 공부를 해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그랬다면 내 머리칼이 좋아졌을까? 어때, 이만하면 보기 흉하진 않겠지? 정말 내일은 고향을고 가겠어, 써 토비. 조카따님이 날 만나주지도 않을 거고. 만나 봤댔자 싫다는 소릴 들을 건 손바닥 보듯 뻔한 노릇이고. 바로 요 근방에 사는 공작이 청혼을 했다면서? 그렇다면 한 달만 더 있어 볼까. 정말 난 야마리 없는 취향을 갖고 있어. 가끔 탈춤을 추거나 술이나 마시며 질탕하게 놀기를 좋아하거든. 이 일리리아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걸. 나보다 지체가 높은 사람은 빼놓고 말이야. 하기야 나이 먹은 꾼들보다야 아무래도 딸리지만.

[올리비아]

어서 용건을 말해 봐요. 아아 흉측한 얘길 하실 모양이군, 말하려는 품수가 험한 것을 보니. 자, 받아 온 분부를 말끔히 펼쳐 봐요. 하지만 처음엔 불손했어요. 당신은 대체 누구에요? 어떻게 하려는 건가요? 모두들 잠시 비켜 줘. (마리아와 종자들 퇴장) 자, 그 말씀을 들을까? 어머나 고마운 설교네, 얼마나 많은 부연이 있을까. 대체 그 본문은 어디 있어요? 그분의 가슴 속에! 가슴 속의 제 몇 장이죠? 아! 그것이라면 벌써 읽었어요. 그것은 사교의 가르침입니다. 달리 할말은? 주인에게서 제 얼굴과 담판하라는 분부라도 받고 왔어요? 본문에서 벗어났군요. 하지만 좋아요, 커튼을 젖혀 제 화상을 보여드리죠. (베일을 벗는다) 자 보실까요, 방금 그린 것을요. 어때요, 괜찮은 작품인가요? 자연의 채색이라, 모진 비바람에도 변하지 않아요. 별 말씀을 다 하시네, 난 그런 매정한 여잔 아니에요! 내 아름다움을 명세서를 만들어 남겨놓으면 되겠죠. 한 점 한 점 빠짐없이 재산목록으로 기록하여 유언장에 다 남겨 놓을 거예요. 이렇게 말예요. 일, 상당히 붉은 입술 두 개. 일, 눈꺼풀이 진 파란 눈 두 개. 일, 목 한 개, 턱 한 개, 등등. 그런데 나를 품평하러 당신을 보낸 건가요?

[올리비아]

돌아가서 주인께 전하세요. 나는 그분을 사랑할 수 없으니. 다시는 사람을 보내지 마시라고. 그러나 당신의 주인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알려주러 당신이 온다면 그건 별문제예요. 안녕히 가세요. 수고가 많았어요. (그녀 바이올라에게 돈주머니를 준다) 자, 이걸. (바이올라 퇴장) "당신은 어떤 신분의 사람이죠?"하고 내가 묻자 "그야 지금의 운명보다야 훨씬 높은 것이죠. 하지만 현재 처지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근본은 신사니까요."라고 대답했겠다. 틀림없는 신사야. 당신의 말씨, 용모, 체격, 거동, 심정, 어느 모로 보나 지체가 높은 징표야. 조급하게 굴지 마. 안돼! 안돼! - 주인과 저분을 바꾸어 놓다니. 정말 내가 왜 이럴까! 이렇게 갑자기 상사병에 걸린 건가? 아마 그 젊은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도 모르게 살며시 내 눈 속에 숨어 들어온 모양이지. 되는 대로 될 수밖에. 이봐요, 말볼리오! 아까 그 건방진 심부름꾼을 뒤쫓아 가봐요, 공작님의 시동 말이야. 내 뜻이야 어떻든 이 반지를 두고 갔잖아, 이런 건 필요 없다고 일러 줘요. 그리고 주인에게 가서 쓸데없이 인심을 써서 공연한 희망을 갖게 하지 말라고 다짐해줘요. 난 그 사람이 싫으니까. 그리고 만일 그 젊은이가 내일 다시 여기 오면 그 이유를 말해 줄 것이니. 자, 어서 가봐요, 말볼리오. 왜 내가 이런지 모르겠다. 눈이 들떠서 마음이 황홀해진 건가. 운명이여, 힘을 주어요. 인간은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나 봐. 숙명이라면 도리가 없는 것이라, 되는 대로 될 수밖에.

[광대]

(종자들에게) 야, 못 들었느냐? 아가씨를 저르 끌어내라는데. 두 가지 정도의 흠이라면 아가씨, 술과 충고로 바로잡을 수 있지. 시들어 배틀거리는 멍청이에겐 술을 먹여 봐, 생기가 돌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버릇이 고약한 건 고치라고 일러주면 되고말고 버릇을 고치기만 하면 행실이 좋아지고 남지. 그래도 못 고치면 대장간에게 부탁해 봐. 이것 저것 땜질해 고쳐놓고 말 거니까. 죄를 범한 미덕은 죄로 땜질할 것이며, 교정된 죄악은 미덕으로 땜질하는 거다. 이 간단한 삼단논법이 도움이 된다면 그만이구. 안된다면 어떡하나? 도리가 없지. 다만 재앙을 겪지 않은 남자가 없듯이 여자도 꽃같이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는 법. 아가씨께서 광대를 저리 데려가라 했으니 다시 말하거니와 아가씨를 저리 데려가란 말이다. 이건 이만저만한 실수가 아니군! 아가씨, 속담에도 "중모자 썼다구 다 중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나? 내가 비록 광대 옷을 입긴 했지만 머리 속까지 바보는 아니다. 아가씨, 아가씨가 바보라는 걸 증명해줄까?

[공작]

음악이 사랑을 가꾸는 양식이라면 계속하여다오. 신물이 날 정도로. 그러면 포식해서 사랑의 식욕도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그 곡 다시 한 번! 꺼져들어 가는 듯한 선율이었다. 오, 내 귀에 감미롭게 들리니군. 제비꽃이 피는 둔덕에서 숨쉬는 바람이 꽃향기를 훔쳐 싣고 오는 같아. 됐다! 그만. 지금은 아까처럼 감미롭게 들리지 않는구나. 오, 사랑의 정령아! 너는 어쩌면 재빠른 변신의 명수더냐. 바다와 같이 무엇이든 포용하면서 일단 그 품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리 가치 있고 훌륭한 것도 순식간에 천한 흑싸리 쭉정이로 변하더라. 사랑은 얼마나 변덕스러운 것이기에 그렇게 천태만상이란 말인가.

[올리비아]

나를 어떻게 사랑해 주시는 거죠? 공작님께서는 내 마음을 아십니다. 사랑할 수는 없어요. 확실히 그 분은 덕망이 높으시고 신분도 높으시고 영토도 넓고 청수하시며 젊으시고 나무랄 데 없는 분이에요. 세상의 평판도 좋고 성품은 관대하시고 학식과 용기가 있으십니다. 용태도 훌륭하시고 품위가 있으십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사랑할 수 없어요. 이 대답은 이미 오래 전에 드렸어요. 그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네. 당신은 어떤 신분의 사람이죠?

[바이올라]

아, 그 분을 섬겼으면 해요. 그래서 때가 익을 때까지 제 신분을 세상으로부터 감춰두고 싶습니다! 보아하니 선장님은 마음씨가 선량한 분 같으셔요. 하긴 세상에는 겉모양은 번드레해도 속은 썩어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당신은 성실한 태도에 착한 마음을 가지신 것으로 믿고 있어요. 간청 드려요- 사례는 얼마든지 해드리겠어요- 제가 여자라는 것을 숨기고 제 계획에 딱 맞도록 변장하겠으니 도와주십시오. 공작님을 모시고 싶어요. 저를 시동으로서 그 어른께 추천해 주세요.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래 뵈도 저는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여러 가지 악기도 다루면서 옆에서 멋지게 섬길 것이니까요. 그 밖의 일은 그때그때 눈치껏 해드리겠어요. 그저 입만 꾹 다물어 주시고 제 계획대로 해주세요.

[올리비아]

베일을 가져 와. 그걸 내 얼굴에 씌워 줘. 오시노 공작의 심부름꾼을 한 번만 더 만나 보겠다. 나에게 말해 보세요, 대신 대답을 할 테니까. 용건은? 어디서 오셨어요? 당신은 배우이신가요? 그래요, 내가 나 자신을 앗아간 게 아니라면. 중요한 것만 말하세요. 칭찬의 말은 그만두시고. 그렇다면 어차피 멋들어진 거짓투성이일 테니. 그만 접어둬요. 당신이 문 앞에서 방자하게 군다기에 당신 얘기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대체 어떤 위인인가 해서 만나본 거요. 실성을 했다면 속히 돌아가세요. 멀쩡하다면 간단히 말해요. 난 지금 주정머리 없는 말 상대를 할 심정이 아니니까요.

[올리비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가씨꼐서는 너무도 기품이 높으십니다. 하나 아가씨가 마귀라 해도 아름다운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저의 주인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아! 아무리 당신이 절세의 미의 왕관을 썼다 해도 아가씨께서 그 사랑을 받으면 응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을 숭앙하는 연모아 비 오는 듯한 눈물, 우렛소리와 같은 사랑의 신음, 불타는 탄식을 토하며, 만약 제가 아가씨를 저의 주인 같이 사랑의 열정이 불타며 그처럼 고민하고 그처럼 생명을 바치듯 한다면 어찌 그런 거절이 귀에 들리겠습니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문 앞에다 버드나무 가지로 엮은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저택 안의 나의 영혼에 호소할 것입니다. 얕보여진 것이라 해도 진실한 사랑의 슬픔을 가사로 지어 초목도 잠자는 한밤중에 소리쳐 노래 부르겠습니다. 사방의 언덕을 향해 아가씨의 이름을 불러 메아리를 울리게 하고 종알대는 공기를 뚫고 "올리비아!"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가씨께서는 이 몸을 측은히 여겨주시기 않는 한이 천지간에 한시라도 편히 쉬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토비]

춤 가운데선 뭐가 장긴가? 그럼 뛰어노는 계십을 받쳐야겠군. 그런 재주를 왜 숨겨뒀어? 왜 장막을 쳐 두었느냐 말야? 그 고명한 말 여사의 초상화도 아닌데 먼지가 앉을까봐? 교회에 갈 때에는 싹싹싹 춤을 추면서 갔다가 돌아올 때는 춤으로 팍팍 뛰어 오는 게 어때? 나도 평소엔 어릿광대 춤을 추며 걷고, 소변을 볼 땐 다섯 박자 춤을 색색춰야 신명이 풀릴 거란 말야. 아니, 그런데 어쩌자는 건가? 요즘 세상에 그런 재산을 묻어두다니? 난 그 미끈한 다리를 볼때마다 이건 틀림없이 갈리아드란 춤의 별을 업고 태어난 거라고 생각했다구. 그것 말고 무엇 하겠는가? 황소자리 별 밑에 태어난 우리들이 아닌가? 아니야, 다리와 허벅지지. 자, 춤이다, 깡충 뛰어. (써 안드류 다시 춤을 춘다) 핫하, 더 높이! 핫하, 멋져!

[토비]

이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사람은 비올라 다 감바를 켤 줄 안다구. 그뿐만 아니라 서너 가지 외국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다구. 타고난 재능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니까. 실은 그 따위 허드레 소리를 조잘거리는 놈들이 악질이지, 남을 헐뜯는 고얀 놈이구 말구. 도대체 어떤 놈이냐구? 그거야 조카딸의 건강을 축원하며 마시는 거지. 내 질녀를 위해서라면 목구멍에 술이 넘어갈 수 있는 한, 그리고 이 일리리아 천지에서 술이 바닥이 나지 않는 한, 술을 마실 거다. 조카딸을 위해서 그것도 못하는 인간은 비겁자요, 너절한 놈이지. 머리가 팽이처럼 핑핑 돌때까지 퍼 마시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구. 이것 봐, 새침데기야! 얼굴을 펴! 자기 말 하니 호랑이가 오신다.

[말볼리오]

아가씨, 문 앞에 와 있는 젊은이가 꼭 아가씨를 만나뵙겠다는군요. 편찮으시다고 했더니 그건 잘 알고 왔답니다. 그리고는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겠답니다. 지금 주무시고 계신다니까. 그것도 다 알고 왔으니 말씀을 나누겠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아가씨, 뭐라고 말할까요? 아무리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군요. 그렇게도 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문 앞 말뚝이 되든지 걸상 다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만나서 말씀드리지 않고는 못 가겠다는 거예요. 태도는 대단히 고약해 보입니다. 어찌 됐건 꼭 만나겠다는 거니까요. 글쎄, 한 남자이기에는 나이가 모자라고, 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어리지도 않고요. 콩알이 들어있지 않는 풋콜 또는 붉은 빛이 날락 말락한 풋사과라고 할까요, 어른과 아이 사이의 어중간인 웅덩이라 할까요. 얼굴도 잘 생겼고 입심은 매몰찹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 젖살이 덜 빠진 못난이라고 할까요.

[선장]

훌륭한 공작이지요, 가문이나 인격이. 오시노. 지금도 그렇습니다, 최근까지는요. 내가 이곳을 떠난 것이 한 달 전이지만, 그 때는 한참 소문이 자자했어요- 알다시피 아랫것들은 높은 분의 일을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거든요- 공작이 아름다운 올리비아에게 청혼했다고. 1년 쯤 전에 돌아가신 백작의 따님인데, 정숙하신 분이시죠. 그 후 오빠가 후견을 맡아 왔었는데, 그 오빠도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지 뭡니까. 소문에는 오빠를 그리워하는 나머지 맹세를 하고서 남자하고는 동석하는 것도 얼굴을 보는 것도 거부한다지 않아요.

[바이올라]

"그야 지금의 운명보다야 훨씬 높은 것이죠. 하지만 현재 처지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근본은 신사니까요." 저는 품삯 받고 심부름 온 사람이 아닙니다. 그 돈은 넣어두세요. 정말 보답을 받으실 분은 저의 주인이지 제가 아닙니다. 사랑의 신이여, 앞으로 아가씨께서 사랑할 가슴을 제발 차돌같이 만들어 주시고 아가씨의 불타는 연정은 저의 주인처럼 무참히 냉대 받게 해 주시기를! 안녕히 계십시오, 아름답고 잔인한 여인이여.

[마리아]

제 이름은 마리아예요. 그만 실례하겠습니다, 두 분. (돌아서서 나가려고 한다) 아직 손도 안 잡았잖아요. 참 편리한 생각이신데, 그 손은 술통 꼭지를 잡게 되고 술을 마시게 되겠죠. 깡마른 손이니 갈증이 나겠죠. 깡마른 농담이란 거죠. 그런 농담이야 이 손가락 끝까지 만큼요. 자요, 손을 놓아버리니 시시해졌네.

[올리비아]

말볼리오, 당신도 우쭐하는 병에 걸렸어. 그러니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없지. 너그럽고 무고한 마음에 자유로운 성품으로는 눈으로 대포알이라고 보는 것도 새 총알 정도로 여겨지게 될 것인데. 세상이 다 알아주는 광대가 험구를 해도 그건 중상이 되지 않아요. 마치 사려 깊은 명사가 아무리 비난을 퍼붓는다 해도 비방이 안 되는 것처럼.

[발렌타인]

황송합니다, 공작님, 뵙지는 못하였고, 시녀를 통해 들은 바는 이렇습니다. 아가씨께서는 앞으로 일곱 번 여름이 오는 동안 하늘에까지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을 결심이십니다. 나들이 하실 때는 수녀처럼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하루에 한번씩 방을 거닐며 짜디짠 눈물로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세척하신다고 합니다. 이것도 모두 죽은 오빠를 사랑하는 나머지 슬픈 추억 속에 그 사랑을 길이길이 간직하기 위해서랍니다.

[말볼리오]

아가씨께서 저런 골빈 얼간망둥이를 좋아하시다니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일전에도 저 녀석이 돌대가리나 다름 없는 하찮은 얼간이 놈에게 마구 당하는 꼴을 보았습니다. 보십쇼, 밑천이고 뭐고 다 떨어진 놈입니다. 아가씨께서 웃으시며 기회를 주고 놀아주지 않는 한, 입에 재갈이 물린거나 다름없는 놈입니다. 단언합니다만 저 따위 얼치기 바보놈을 좋다고 웃어댄다면 현자가 광대의 앞잡이 밖에 못 됩니다.

[바이올라]

(마리아에게) 옳아, 갑판 청소담당 선원이시구먼. 그러나 난 여기 좀더 정박해야겠소. (올리비아에게) 아가씨, 저 장골인 여장부의 입을 좀 봉해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심부름꾼입니다. 아가씨에게만 말씀 올려야 할 이야기입니다. 본인은 선전포고 하러 온 것도 항복을 재촉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 손에 올리브 가지를 쥐고 있습니다. 드릴 말씀도 내용도 평화롭기만 합니다. 제가 무례한 횡포를 했다면 문전 홀대를 받아서 배웠기 때문이지요. 처녀의 순결만큼이나 내보일 수 없는 것입니다. 아가씨의 귀에 들어가면 신성하지만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모독이 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시여- 오시노 가슴 속에. 그 식을 따르자면 심장의 제 1장이지요. 아가씨, 얼굴을 보여주십시오. 굉장히 좋습니다. 하느님의 절묘한 걸작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솜씨로 자연의 손이 붉고 흰 빛깔을 어울려 멋지게 아름다움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아가씨, 당신이야 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잔인한 분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무덤까지 가지고 가 이 세상에 한 장의 사본도 남가지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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