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④ : 빨간등대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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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2월 13일 20시 37분 13초 2930 2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지요.

저희 <파이란>팀은 지금 일주일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 머물고 있어요.
지난 여름, 헌팅조가 강원도 해안 일대와 인천, 군산, 목포를 뒤져 찾아낸 곳이
이 대진포구인데요, 극중 파이란(康白蘭: 장백지 분)이 일을 하며 지내는 세탁소를
등대가 있는 방파제와 너른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짓고 촬영을 하고 있어요.
오픈세트 외에도 강릉역, 대진포구, 동네 거리, 속초의료원 등
이곳 강원도에서 찍는 분량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진행은 대체로 잘 되고 있습니다. 주민분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급히 물건을 빌리거나 보조출연을 부탁드려도 거절하시는 분을 한번도 못만났어요.
면사무소, 우체국분들하고도 친해졌고요. 한번은 밤중에 어느 댁 안방에 들어가 앉아서 아주머니들이랑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오기도 했지요.
지역발전을 위해 두군데로 나누어 먹는 식당 음식도 끼니마다 맛깔스러워요.
(대진에 오신다면, 토속적인 맛을 원하시면 '항구식당', 깔끔한 한식을 원하시면 '장수갈비'를 찾으세요.)

장백지양도, 어느정도는 해내고 있습니다. 연출부로서는 감독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통역을 거치면서 아무래도 간단해지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지요. 그녀에 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은 천천히 해드리도록 하고요. 저는 그녀의 얼굴과 광동어를 말하는 목소리에서 장만옥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최민식씨는, 어제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 유골함을 끌어안고 편지를 읽다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을 다섯번 연기하고 나더니 아침보다 십년은 늙어보였습니다. 보고 있는 저희가 다 힘들더군요. 그러다가 가이다마로 제가 그 자리에 앉아보기도 했는데요, 비로소 촬영이 끝나도 한동안 배역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말을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연기가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배우의 양복깃을 여며주시면서, 조금 양보하시는 것 같았어요. 저희들끼리는 그래,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고 이야기했답니다.

엊그제는 밤바람이 매서워 뿌린 빗물이 겉옷 위에 매달려 그대로 얼어붙더니 오늘은 볕이 나서 봄날 같았습니다.
오늘은 밤장면이 없어서 처음맞는 휴식시간입니다. 낮부터 다들 토요일인 것처럼 분위기가 그랬어요.
여기 대진에 하나있는 피씨방 '터스널 컴퓨터 오락실'. 강원도 사투리는 파도를 넘는 뱃머리같이 출렁출렁하네요.
그래요. 일이란 것은, 내 스스로의 생각을 지니고 있게 놔두질 않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요.
숙소까지 바닷가 길을 한참 걸어가야되겠습니다.
여러분 그럼 다음 회를 기다려주세요.
아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술파티.


p.s 여기는 아마 닷새쯤 더 있을 모양입니다.
저희 영화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물어봐주세요. 꼭 답해드릴께요.

연출부 fly2000 actualshot image220 드림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yethink
2001.02.16 17:44
셋 옆에 eyethink도 끼고 싶어라..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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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2001.02.16 22:32
Eyethink, we're always think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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