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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의 꿈이 무산되게 생겼습니다...ㅠㅠ 저에게 조언을...

5step
2004년 02월 06일 01시 17분 29초 8416 9
저는 주세페토르나토레와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을 존경하는, 작가 겸 영화연출을 꼭 하고 싶은 21살의 소년^^;;입니다.

저는 어렸을떄부터 영화에 미쳐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의사신데, 영화에도 엄청 관심이 많으셔서,절 데리고 아주 자주 극장에도 가고 그랬습니다. 제가 6살땐가....채플린영화를 거의 6편을 극장에서 할때가 있었는데..아무것도 모르는 절 데리고 가셔서 같이 모조리 본 기억이 나요.(씨네하우스에서..극장이름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하지만 한편으론, 어렸을때부터 의대에 진학해야 된다고 거의 세뇌교육을 받은터라ㅡㅡ;; 자연계로 진로를 잡고 의대에 가기위해 수능을 준비했습니다.(제가 어리석었죠, 제가 진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생각도 해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따라갔으니....) 하지만, 제가 도전하기에는 수능의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제가 고3일때 , 삼수생이었던 누나는 수능을 잘봐서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결국 재수를 했고, 재수를 할때도 독서실에서 공부를 잊고 시나리오 구상이나 하는..ㅡㅡ;;....결국 재수역시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1월6일,수능을 본 다음날...혼자서 광화문에 영화 '선택'을 보러갔습니다.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말할수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눈물이 나왔습니다.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수만 있다면......' 한 사람의 굳은 신념이 줏대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닌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영화가 끝난후... 마침 그날 제가 본 다음시각에 '홍기선감독과의 대화'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오~운도 좋은지고.

그리고 영화관을 혼자 나오며,저는 영화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영화에 뜻은 있었지만, 막연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아버지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영화학과를 가기위해 삼수를 하겠다고......
허황된 대작영화를 만드는게 아니라, 저예산이라도 소수의 관객과 호흡할수 있는 소신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영화를 좋아하시고, 함께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눠왔던 아버지시기에 이해해주실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날밤의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노하며 저를 꾸짖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저는 처음보았습니다.
넌 왜이렇게 어리냐고...너무나 세상을 모르고, 어리석다고...너는 현실을 아직 모른다고.......

사실 생각해보면 , 아버지도 어렸을때 꿈이 소설가였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반대로 의사의 길을 걷게되셨어요...

저는 그날밤,눈물을 흘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여태까지 시간을 버린것에 대한 후회감과,주체성없는 저를 원망했습니다.

그 다음날,부모님은 저에게 삼수를 해서 의대에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영화공부도 따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영화는 안정된 직업이 아니고, 앞날을 예측할수 없기 때문에, 안정된 직업을 가지면서, 영화를 같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의대를 들어간후에는, 영화를 할수 있게 지원도 해주겠다고.........하지만 저는 그냥 영화학과를 가게 허락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재수할때처럼 나태하지않고, 열심히 해서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아버지가 그 다음 하시는 말씀은 ' 넌 군대부터 갔다와서 정신좀 차리고 돌아와야겠다'였습니다.

사실 영화학과를 가는 이유가, 영화에 관한 이론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인맥'이라는 무시못할 요소가 있기 때문인것도 사실이잖아요.... 영화를 혼자서 만들순없잖아요.... 의대를 들어가게 되면,전공공부하는것도 힘들뿐만 아니라(누나를 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의대는 동아리활동도 힘드는......) 전혀 관계없는 ,어떻게 보면 반대쪽의 일인 '영화'라는 것을 혼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을 것같거든요....

선택권이 두개가 있네요...
1. 부모님 말씀대로 의대에 진학해서 , 다니면서 혼자 영화를 공부한다.(영화를 과연 제작할수있을런지..불투명)

2.등록금 혼자 알바해서 마련하면서, 삼수를 하면서 영화학과에 진학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는지...어떤게 후회가 없을지....제가 영화학과에 환상이 있는것같으시다면, 저에게 현실을 깨우쳐 주세요...

저에게 조언과 충고와 , 따끔한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편히 꿈을 꿀수 있기를.......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junni1004
2004.02.06 05:09
가슴엔 뜨거운 열정과... 머리속에 차가운 이성만이..
두가지를 다 만족 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지죠..
저라면 나중에 후회막심 할 뒤늦은 후회를 안할 겁니다.. 그전에.. 님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라고, 꿈꾸는것이 무엇인지 부터 생각해보세요.. 앞으로 내가 무얼 할수있고, 내 자질은 어떻고... 그것부터 생각 해보시는게 우선일듯..
말 그대로.. 생각 과 현실은 다르니까요...
avanture
2004.02.06 21:04
아부지 말씀이 맞네요!!!
아부지 말씀 안 들으면 고생길이 훤 하네요.
아부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흠이 있다면 현실적이다는 것...
영화는 이 다음에 언제라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과? 인맥이죠 하지만 꼭 그렇치도 않고요 타 과 나와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타 과 나온 사람이 더 잘 할 수도 있고요
웬만하면 영화 안 하시는게 나을 듯 아님 돈 벌어서 영화사 차리거나...
영화는 때와 장소 시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영화과 명문대 인맥하나 없이 정말 아무것도 가진거 없이
충무로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들어왔냐고요?
먼저 매니지먼트회사를 찾아 갔죠...
매니져가 왈 배우 하실려면 사진과 프로필 적으라고 말하더군요...
정말로 무식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는게...
전 말했죠 전 배우를 하러 온건 아니고요 영화 연출을 공부하러 왔습니다
충무로 아는 분 있으시면 소개좀 시켜주세요~ 마치 그 분이 아는 조감독님이 있다고...
소개를 시켜 주더군요 그 후로 그 사람만 죽으라고 따라 다녔죠 화장실까지 음훼훼훼헤~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봅니다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영화인이 된다는 거 무자게 무작시리 춥고 배고푸고 힘듭니다.
고마 장난이 아니야~ 참말로 진짜로
겉은 양귀비 뺨치지만 속은 벼룩시장 탄 잿더미와 같사옵니다.
art21st
2004.02.07 00:51
영화를 하기 위해서 꼭 영화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영문과를 나와서 촬영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선배 중에서는 조감독하는 형도 있습니다.

꼭 학부 영화과를 나오지 않아도 대학 졸업후 영화를 공부할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영화 아카데미나 영상원이 대표적인 경우겠지요.
학부때 영화 많이 보고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영화 써클 활동하다가
졸업후 현장에서 일하거나
앞에서 언급한 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님의 사연을 들으니 한때 함께 단편 워크샵을 했던 친구가 떠오르는 군여.
의대생이었습니다.
영화를 하고 싶어서 워크샵에 참여했었죠.
지금은 의대를 졸업하고 곧 의사가 될 겁니다.
영화 공부 하던 때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다시 영화할 생각은 없는 거 같습니다.

아버님이 영화과를 완강히 반대하신다면
다른 과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의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무척 힘들고 그 공부만 하기도 바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과 잘 상의해서 영화과나 의대가 아닌 제 3의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런지요.
앞으로 법학 대학원과 더불어서 의학 대학원도 생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학부 공부를 한 다음에 영화 공부나 일을 하던지 의학 대학원을 진학 하던지 할수 있지 않나요?

좀 결정을 미루자는 얘기입니다.
학부 생활 중에 기회가 닿는 다면 영화 현장에서 일해 보실 수도 있겠지요.
덮어놓고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영화 현장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은 것이 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세상에 호락호락한 일이 있겠습니까 마는...

부디 가족들과 지나친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birdtree524
2004.02.07 01:04
님..아버지는 아주 현실적입니다. 아버지 말씀이 틀린 말 아니에요^^;
그리고 영화라는 것..시간이 가면 갈 수록 바라보는 시각이 틀려져요.
영화과를 고집하는 님의 시각만 봐도 너무 감정적이시고,
영화를 크게 바라보지 못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저도 어릴 적에는 님처럼 머리 굴리면서 인맥과 영화과를 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영화과 안간게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과 나온다고 영화 잘 만든 것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영화판에서 영화 잘 만드시는 감독님들 출신, 과를 보면 더욱 아시겠죠..
그리고 대학을 나온다, 유학을 갔다온다고 해서 영화를 잘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님이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노력하고,,배우면서 그 속에서 얻고 창조해야죠..
저는 제 전공에서 다른 과로 전공을 바꾸었어요. 그게 더 낫겠다고.. 그리고 부모님께 제가 납후금 벌고 다닌다고
말씀드렸죠. 학교 다니면서 배고픈 인문학 배운다고 욕먹고, 자신과 약속 지킬려고 돈벌고,
공부하고..힘들기는 했지만..후회하지 않습니다.
사학과로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하지만...^^;
님께서 영화를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다른과 가셔도 영화 동아리라든지, 영화 모임단체등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영화꿈이 무산된다..이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님 진정 하고 싶으신건지..자신에게 되물어보세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무리 말려도 할 사람은 하드라..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인간이기에 현실의 삶을 무시할 수 없기에...
현실 속에서 영화하기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후광의 아름다움에 눈 멀지 말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님이 지금 생각하는 이런 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고집하는 것 시간이 가면 바꾸어지기도 합니다.
어쩜 지금의 님의 열정 식을 수도 있습니다..시간이 가면 바라보는게 틀려집니다..
저 상업영화를 보며 영화 한 길 인생 생각했는데....
지금요 상업영화 보다 더 배고픈 다큐로 발을 들이려 합니다..
님 나이에 저는 다큐로 갈 지 생각도 못했답니다...
할 사람은 하드라...님 명심하세요...
윗 선배님들 말씀 주의깊게 보면서...아셨죠...
님을 생각해서 올린 말이라는 것 아셨으면 합니다..
아참! 의대면 빡세지 않나요...
인문학 쪽을 추천합니다...^^;;
그럼 행복하시 길...좋은 나날이 함께 하시길..
Profile
ilmare
2004.02.08 08:26
인맥이라는 것도 결국 투자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인맥이 아무리 좋아도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투자사가 없다면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영화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의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도 영화를 만든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구요. 영화 감독의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감독 뿐들도 꼭 영화를 전공하신 분들이 그렇게 많은 수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문학, 미술 등을 전공하신 분들이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는 감독 분들이 많습니다. 님도 그런 방향으로 진로를 정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추면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자신의 길도 가구요.
wooji0506
2004.02.08 14:19
지금 이야기해서 그렇게 노하시면서 꾸짖는데
나중에 의대가서 공부해서 영화 한다고 하면 '오냐 하거라' 이렇게 말씀하실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부딪칠문제고 정말 영화가 하고 싶다면 집을 나와서라도 정면돌파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맘으로 의대를 가서 나중에 의사 되시면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할수 있을지 -_-;;;

너무 현실하곤 떨어진 얘긴가요;; 여튼 열심히하시길
Profile
pearljam75
2004.02.08 20:13
강제규감독 중대 연영과 나왔는데..... 전자과 아닌데....헐...

시나리오를 한 편씩 써보거나 단편을 한 편씩 만들어봅시다.

해보면 생각한것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cinepd
2004.02.09 17:42
웃기구마이
5step
글쓴이
2004.02.12 02:11
정말 답변해주신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역시 필커회원님들은 다르군요^^
반성도 많이 했고.......
이제 모자란 저 자신에 대해 조금더 알수 있을것같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거듭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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