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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없는 투잡족의 하루

coolplot
2005년 12월 22일 16시 40분 58초 4015 10
안녕하세요. 신입회원입니다.

가입한 지 꽤 됐는데 첫번째 쓰는 글이 '하필' 상담게시판이라니 좀 그렇네요^^;


벌써 석달 가량 되갑니다.

새벽 2시에 어머니 앞에서 무릅끓고 용서를 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언 퇴직 3개월차네요.


멀쩡한 직장 때려치면서도 "오냐 잘 왔다" 하고 영화계 분들께서 두 팔 벌려 환영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다만, 늦었지만 끊임 없이 도전하고 두드리면 곧 문이 열리겠지 하는 막연한 자신감만 있었던가 봅니다.


촬영 없는 기간 동안 버티기 위해, 프리랜서 자리를 먼저 구해놓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투잡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본업은 영화입니다.^^

이전에 하던 일이 글과 관련된 거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글품팔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하던 단편작업 다시 하려고 시나리오도 써놨고, 장편도 쓰고있습니다만.......

며칠전, 약 30번째의 장편 연출부 지원서를 쓰던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어깨가 푹 꺼지더군요. 허무해지더군요.


딴 생각 들까봐 일부러 프리랜서로 하는 일 작업량을 확 늘렸습니다.

근데 명함만 달라졌을뿐(솔직히 말하면 명함의 위력이 약해지고 페이가 엄청 낮아졌다는 것 외에)

도무지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구들 가족들 동생들 직장 선후배들,,,, 전부 말리고 난리도 아니었던 상황에서,

누구나 그렇지만, 정말 '인/생/을/걸/고' 선택한 영화계로의 전직, 아니 전직 희망이었습니다.


당신의 작은 자랑거리였던 아들에게 "그렇게 하고싶은 일이라면..."하고 말씀을 흐리던 어머니의 희망과

15년전부터 언제 영화 찍냐고 물었던 제 친구들의 작은 호기심을 어쩌면 영영 채워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지.

조금씩 조금씩 지쳐가는 세밑입니다.


정작 본업은 없는 서른두살의 투잡족이, 상담이라는 허울을 쓰고 벌인 신세한탄이라 여겨주세요.^^;

이런 말, 솔직히 제가 어디가서 할 수 있겠습니까.



크리스마스엔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cool한 plot들이 복합된 삶이란...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k9342104
2005.12.22 19:23
남일 같지 않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힘내십시오...
그래도 우린 오늘 살아있고 내일을 꿈꿀 수 있지 않습니까..
Profile
pearljam75
2005.12.23 01:40
연출부 하면서도 캐스팅과 투자가 되고 계약 하기 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상황도 많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나 친구들의 눈길도 잠시 접어두고
마음을 비우고
장기전에 돌입하기 위해선 돈도 꽤 벌어두어야 합니다.

님은 지금 너무 잘 하고 있는걸요.

집에서는 눈치가 보여서 아침마다 밖으로 나오는데.....돈이 없어 매일 점심을 굶은 적도 많았답니다.
서른 넘어서도요..... 내 처지가 한심하고 점점 종교에 귀의해야 할 것 같고.

안 풀리는 시간을 그렇게 한 5년 이상 보내고 나면 그제서야 길이 보일랑 말랑 하는 게 이 판인 것 같습니다.
요기 필커만 잘 파도 인맥이 생기니 것도 고려해보시고요.

크리스마스엔 우리 모두 ..... 로또 2등 해요.
Profile
mdmeister
2005.12.23 04:39
반갑습니다.
아주친한 친구한테도 하기 어려운 말들을 꺼내신듯 하네요...
것두 처음보는 사람들인데...

요즘 저는.. 박찬욱감독님의 "몽타쥬"라는 책을 읽고있는데,
박찬욱감독님도 글품을 많이 팔으셨다고 하네요.
하하하~~ 저는 글재주도 없어서... 부럽습니다...ㅡ,.ㅡ

어려운결정을 하신만큼
내년에는 꼭 좋은 일이 생기실꺼라 믿어요.

나중에 현장에서 뵙게되면 친한척 합시다~~^^
coolplot
글쓴이
2005.12.23 10:32
아... 감사합니다. 훈훈한 말씀들에 목이 조여옵니다.

k9342104님, pearljam75님, mdmeister님!!

현장에서 뵙게 되면 카프리 1병씩 쏘겠습니다^^

아이 위시 유어 메리크리스마스!!! ^^
(이거 제 단편시나리오 제목인데요, 찍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이런 때 한번 외쳐 보렵니다.^^)
aesthesia
2005.12.23 21:47
다른 어떤때 보다도 펄쨈님 조언 오우~~원추입니다..
그렇군요;;
맞아요..필커에 있다보면 인맥이 생기죠..그냥 좋은 인맥이..
ㅎㅎㅎ..
필커 좋아요~~!!
73lang
2005.12.24 20:10
카프리 한병땀시 리플 다는거 아님다...;;;

고되고 힘드시더라도

단편촬영과 씨나료를 꾸준하게 작업하시면스롱

끊임읍씨 두드리시다 보면 언젠간 문이 열릴 꺼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럴 돕넌 법잉께여...

건승하십시요 (__)



뱀발 : 저는 카프리 보다넌 카스를 더 좋아험미다요

위로가(歌) 한 곡 뽑아드리겄슴미다

(전주중~~♪♫♬♭)
랩 : 아..라거바도 아닌 카프리바도 아닌 카스바~~ 카스바의 뇨인~~맥주 한박스를 먹고도 멀쩡혔었던 뇨자~~~!

담배연기 희미하게 자욱한 카스바에서 ♬
이름마저 잊으채 나이마저 잊은채 ♫
춤추는 슬픈 여인아 ♪
그 날 그 카스바로 그 날 그 자리에서 ~
처음만나 사랑을 하고~
낯설은 내가슴에 쓰러져~♪
한없이 울던 그사람~♪
오늘밤도 눈물에 젖어 춤추는 카스바의 여인~♪

(간주중~♪ 간주중~♪)
랩 : 나는야 카스 한병에 외로움을 달래넌 후리땐서~~
투잡스 후리땐서~~


외로움을 달래려고 찾아온 카스바에서~♪
어디에서 본듯한 한번쯤은 만난듯한~
춤추는 슬픈 여인아~
그 날 그 카스바로 그 날 그자리에서~♪
처음만나 사랑을 하고~
낯설은 내가슴에 쓰러져
한없이 울던 그사람
오늘밤도 눈물에 젖어 춤추는 카스바의 여인~~





우겔겔
Profile
nahnnah
2005.12.25 01:20
ㅎㄱㄱㅈㅅㅁㅅ를 퇴사하셨군요?
나는 작년 이맘 때 ㅎㄱㄱㅈㅌㅂㅇ를 퇴사했는데... ㅎㅎㅎ
나이도 님과 제가 동갑인 것 같고...
같은 계열사 직원이다가 주위의 걱정 어린 만류를 뒤로 하고 부모님께 묵직한 맘의 짐을 안겨 드리며 들어선 길...^^

저는 대학 3학년이던 95년 이후 지금까지의 생활 중에서 경제적으론 가장 궁핍하지만, 심적으론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물론, 때때로 통장 정리를 해 보고 나서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소화 불량과 과민성 대장증상으로 고생한 적도 몇번 있지만...

내가 어려서 부터 꿈꿔왔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힘이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힘을 주더군요.

솔직히 미래가 확실치 않다는 현실을 직시하면 한없이 답답해지지만,
여기까지 나를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내게 재능을 주시고, 도전할 용기를 주셨으니 그 이후도 책임지시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그 때를 기다리며 하루하루의 시간에 충실하려합니다.

엘리아에게 까마귀를 보내어 연명케 하신 하나님이 제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심을 하루 하루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예수님이 오신 복된 날입니다.

하루하루가 힘들다 할지라도 꿈이 있기에 행복하고, 그 꿈을 향해 도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나날입니다.

이 성탄절 새벽 여러 님들을 축복합니다.
2006년엔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두루두루 좋은 일들 가~득 하시길...
tfs26
2005.12.27 17:22
종교에 의지... 정말 그런 심정입니다.. 점점 그렇게 되는거 같아요...
힘내세요.. 그래야 저 같은 사람들도 힘내지 않을까 싶네요...
omoyang417
2005.12.28 15:25
저도....한달 째 떡하니 놀고있습니다;;;;;전 달리 프리로 잡을 일도 없어요^^

님 힘내세요!!!!
global00
2005.12.30 14:46
ㅋㅋㅋ 동병상련입니다~~!! 저도 지금막 신입회원으로 등록했구요~~!! 2006년 4년동안 정들었던 직업을 접을려구 사직서을 냈습니다... 정말 이놈의 영화가 사람 여럿죽이는것같군요~~!!
남들은 "야~~!! 니얼굴에 무슨 연애인이냐?"라구 묻습니다,, 전 그냥 전 연애인이 아니구요 배우가 되고싶습니다.. 황정민아저씨처럼 아들이 딴따라 한다고 고개들지 못했던 부모님생각하면 가슴아프지만 딴따라가 제 천직인것같은데 뭐가 고민되겠습니까??? 그냥 막가는거죠~~!! 더늙어서 도전하면 더힘들테구 조금이라도 젊을때 도전하구 실패해서 혹여나 이일을 접는다해도 후회는 없을것같아서요~~!! ㅋㅋㅋ그래서 알수없는 어두운터널을 지금 막들어갈려구 합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바로 밝은세상이 눈에들어오는데도 그냥 어두운길로 갈려구요~~!! 여자의몸으로는 힘들겠지만,, 고달프겠지만, 전 후회안할겁니다.. ㅋㅋㅋ
전 집에서 포기(ㅋ)했거드요~~!! 저두 배우하면 방세라도 낼려면 알바라도 열심히 뛰어야겠죠??? 투잡스~~!! 화려한 투잡이아니라 힘들지만 맘만는 너무너무 행복한 생활이 될것같습니다... 너무 행복하구요 기대되여...2006년이요~~!! 안되는줄 알면서도 넘 신날것같아요~~!! 제가 좋아하는일이니깐요~~!!ㅋㅋ 우리 친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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