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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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이차 접속

ty6646
2008년 12월 04일 07시 52분 29초 1947
에피소드 1


11년전 사귀던 히데코가 22살인가 그랬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늘 찾아오고 연락해오던 아이가 한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하루는 히데코가 살던 방으로 찾아갔다. 그때 웬 남자와 함께 누워있었는데
그 남자가 30대 후반이었다. 난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너 나이가 몇이냐? 주글래...!!!!!


히데코와 남자의 나이차이가 나를 더더더 열받게 한 것이다.
그녀가 속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었다. 병신처럼....^^








에피소드 2


10년전 볼란티어에서 일본어를 가르쳐주던 이시다(가명)라는 여선생이 있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어느 토요일 선생의 꼬임으로 단둘이 벗꽃구경을 갔다.
보통 여자와 단둘이 벗꽃구경을 가게되면 저녁쯤엔 한잔 마시고,
약간 취기가 올라 기분좋아지면 러브호텔로 가는 것이 상식이다.

벗꽃구경을 하다 해질녘이 되자 이시다 여선생이 나보고 '김상 우리 이제 어디 갈까요?' 라고 물었다.
그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날이 저물어가니 집에 가야겠다라고...
그날 이후로 그녀는 나에게 눈길한번 안주었고,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동기녀석 옆에 붙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동기는 비자문제, 아르바이트문제로 인해서 이시다를 잡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녀와 사귀게되면 비자와 아르바이트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긴한데 문제는 나이차였다.
그때 이시다는 나보다 8살 연상이었다. 정상적인 한국남자로서는 여자나이가 그만큼 많으면
당연히 고민된다. 그러던 중 여선생의 타겟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후배중에 덩어리가 크고 듬직한 녀석이 하나 있었고 그녀는 그 후배와 손잡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비자문제로 고민하던 동기녀석은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연락두절이 되고 말았다.
아무튼 그로부터 4년 쯤 뒤에 입국관리소에서 비자연장 신청을 하던 중에 우연히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너 아직도 한국 안가고 있었던거야?
녜.
비자는 어떻게하고?
지금 결혼비자 신청하러 온거예요.
결혼? 너 결혼했구나.. 그래 누구야?
형도 알거에요. 이시다라고....
그 여선생...?!!!!!!!



후배는 나보다 열살이나 어리다.
그런 후배는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여선생과 결혼한 것이다.
충격..... 자기보다 거의 곱배기나 많은 여자랑 결혼이 가능한건지... 정말 충격이었다.
이시다도 대단하지만, 후배녀석도 대단하다... 아무튼 둘다 대단해...







에피소드 3


7년전, 근처의 식당에서 일하던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있었는데
그 아줌마가 당시 좋아서 쫓아다니던 것은 스타도 아니고, 트롯도 아니었다.
나랑 같은 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후배한테 반해서 졸졸 따라다니며 육탄공격을 하는 거였다.
밥먹으러 식당에 가면 후배의 밥은 빛이나고 반찬으로 나온 고기는 질이 달라보였다.
그리고 후배를 바라보는 아줌마의 느끼하고 은근하고 질척한 눈빛은 나까지도 밥먹기 힘들게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응큼한 시간이 되면 후배의 방문을 부수듯 노크하며 열어달라고 했던 것이다.

후배는 아줌마에게 그러지 말라고 애원도 했고, 화도 냈다.
식당에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줌마가 찾아오기라도 하면 싸늘하고 차갑고 아프게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 후배의 노력이 성과가 있었던지 언젠가부터는 더이상 후배를 쫒아다니지 않았다.

그러던 아줌마가 이번엔 내 옆방에 사는 한국인 동기에게 관심을 가진 모양이었다. 꿩대신 닭도 아니고...
어느날 자다말고 새벽에 무슨 소리가 들려 일어나보니 옆방에서 나는 소리였고, 그것은 접속할때 나는 그 소리였다.
잠이 확 달아난 나는 심란해서 밖에 나가 별도 보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매너없이 한밤중에 옆방사람 잠못들게한 동기녀석의 욕을 좀하고서 기분이 풀려 내 방으로 돌아가는데,
그때 동기방에서 나오는 여자가 아줌마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후에도 아줌마는 여기저기 집적대다가 식당을 그만두고 어디론가로 갔고,
동기는 그대로 있다가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줌마에겐 남편과 자식이,
동기에겐 애인이 있었는데, 그런 것이 남녀의 접속에 있어서는 그다지 고민스런 문제도 안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에피소드 4


5년전, 내가 일하던 곳에 시모야마라고 나보다 2살 적은 여자가 있었는데,
나보다 16살 어린 남자애 하나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기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갈때 시모야마가 그 남자애를 따라 함께 그만두고 나갔다.
그녀와 그의 나이차 14년....

그녀가 그만두고 나가는 그날 아침, 난 처음으로 그녀를 붙잡았고 얘기를 나눴다.


너 지금 저 얘와 나이차가 몇살인지 아냐, 지금은 좋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갈거라고 생각하냐.
설마 너 저 어린 녀석이 널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저 꼬마녀석이 널 책임질만한 사고방식과 책임감, 책임능력이 있다고 보냐?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다. 너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 아냐?


...라고 말해주고싶은 걸 꾹꾹 눌러참고, 어디가서든 행복하게 잘 살라고만 말해주었다.









에피소드 5


3년전, 사무일을 하던 아줌마가 그만두었다. 눈치가 형편없이 느린 나는 그 아줌마가 그만둔 것도 몰랐다가
얼마전에 알았고, 더불어 이유도 알았다. 함께 일하던 32살 남자가 하나 있는데 그 남자와 접속중이었던 것이다.
아줌마가 유방암으로 입원해 있을때 그 남자가 찾아갔고, 그 때문에 중학생 아들과 남편도
그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혼했다라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후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줌마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남자랑 함께 있는 아줌마를....
남편도, 중학생 아들도, 그리고 암도 남녀의 접속을 방해하지는 못하는 것인가보다.









에피소드 6


마지막으로 일본TV에서 본 것인데 실제상황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 엄마와 새아버지가 나란히 앉아서 아들을 맞이한다.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고, 새아버지와 아들은 TV로 게임을 하다 저녁준비가 끝나자 함께 식사를 한다.
아들과 새아버지는 전혀 스스럼없는 사이처럼 이야기도 주고받고, 그 사이에서 엄마는 편안하게 웃고있다.

그 새아버지는 얼마전까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던 친구였다.
즉 엄마는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의 친구랑 재혼한 것이다. 물론 새아버지와 아들의 나이는 똑 같다.
엄마와 결혼해서 새아버지가 된 친구는 결혼과 동시에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가 하는 가게일을 거들고 있다.
아들은 결혼초엔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편하게 되었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한다.












ps 며칠전 식당아줌마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무척 반가워하며 나에게로 달려왔고 물론 나도 무척 반가웠다.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줌마는 그후 이혼을 하였고,
지금은 트럭운전수 애인이 있다고 하며 다시 어디론가로 총총히 달려갔다.

다시 만난 아줌마는 분명 나이로는 더 늙었을텐데도
이전보다 무려 13키로나 줄어들어 날씬해져 있었으며
표정도 무척 밝고 행복해 보였다.
아줌마의 삶이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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