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3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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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02일 01시 14분 13초 2740
학교 스튜디오 뒤에는 영화과 소품실이라고 이름붙은 조립식건물이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일년에 한차례 대정리를 한 직후 외에는 늘 아수라장이지요.
도대체 뭐에 썼을지 모르는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그 방을 오늘 싹 치웠습니다.
내일 거기서 가구공장 휴게실의 점심시간 씬을 찍게 됩니다.
미술팀이 따로 없다보니 훌렁하긴 해도. 어떻게 될 것 같습니다.

목욕탕씬을 언제 찍을 거냐고 기다리다 지친 배우분들이 물어오십니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대답합니다.

갑자기 이물이 곧 인도네시아에 간다고 합니다.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모른답니다.
왜 그런지 저한테는 얘기 안하고 조연출한테 얘기한 거랍니다.

제가 잠들어있던 오전에 목욕탕 한 곳을 헌팅해 온 연출부님들
오늘은 밥도 못사주고 보냈네요.

해도 해도 모자란 것이 촬영 준비란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나는 어쩌면 이렇게 나이브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밤입니다.

종일 짐 나른 것도 모자라 조금 전까지 콘티 짜느라 닥달 당한 촬영님 및
여러 학우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내일 동시녹음은 누가 하게 될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 2회차 촬영은 무사히 잘 진행했습니다.
** 제가 쓰는 일지에 웬지 거리감이 있네요. 시간이 지나면 속엣얘기도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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