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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2004년 04월 29일 02시 39분 08초 2303 1 9
영화세상] 36세 조감독의 우울한 하루

[한국일보 2004-04-26 20:39]
스태프는 배만 고픈 게 아니다. 엉성한 기획과 제작 스케줄 관리로 현장에서 기약도 없이 죽 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주연배우와 감독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현장에서 이들은 철저히 소외된 제3자일 뿐이다. 올해 36세의 한조감독이 그 현장을 적나라하게 담은 글을 한국일보에 보내왔다.


프롤로그

난 7년 전 CF쪽에서 일하다가 선배 소개로 영화판에 들어왔다. 연출부 세컨드부터 시작했는데, 최근 2년 동안에는 한 작품도 하지 못했다. 두 작품을 준비했었지만 모두 엎어졌다. 작품이 엎어지면 조감독들과 연출부들은돈도 못 받고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에서 겨우 3,000만원을 받게 됐다. 그러나 나 혼자 챙기는 돈이 아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조수들, 세컨드와 서드, 그리고 스크립터에게 절반을 떼줘야 한다. 세금도내가 내준다. 그래서 2년 동안 내가 번 돈은 1,000만원이다. 1년에 500만원 벌었다.



촬영현장

여관을 나와 현장에 도착하니 오전8시. 콘티상의 카메라 포지션에 맞추어세팅을 한다. 미술, 소품 등의 위치를 체크하고 조합에서 온 엑스트라들도동선에 맞춰 배치한다. 감독과 촬영기사가 반대편에서 무언가 의논을 하신다. 의상과 분장이 모두 끝나서 카메라 앞에 자리한다. 시간은 8시50분.

이 정도면 예정대로 9시에 카메라 돌아가겠는데….

그런데 아직도 감독은 저쪽에 있다. 설마! 촬영기사의 소리에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된다. “야, 카메라, 여기로 와!!” 후딱 감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본다. “야, 조감독! 아무래도 여기가 더 나은데…. 여기서 첫 테이크 먹자. 준비해.” 되돌아오면서 속으로 한마디 한다. ‘아씨, 콘티대로간다고 하구선.’ 스태프가 나를 쳐다본다.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이다.

낮 12시30분. 스태프 모두 삼삼오오 모여 일단 도시락부터 먹으려는 순간, 차 한대가 도착한다. 주연배우 매니저가 오더니 잠시 할 얘기가 있단다. “저, 오늘 6시까지 밖에 못하겠는데요.” “아니 그럼 어제라도 연락을주시지.” “어떻게 하든 오늘 시간을 비우려고 했는데, 저녁 스케줄이 예전에 해 놓은 거라서.” 주연배우가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부 스태프한테도 좀 인사를 잘하지…. 감독에게 주연배우 스케줄에 대해 의논한다. “그래, 그럼 주연배우부터 찍지 뭐. 준비해.”다시 시작된 촬영. 총격신이 있지만 한발의 총성이면 되니까 뭐 어렵지 않겠지. 이미 배우 등쪽에는 피 주머니까지 준비해뒀다. 감독이 갑자기 날부른다. “야, 총 쏠 때 카메라를 사이드에서 잡으려고 하거든. 그래서 총맞은 배역이 앞쪽에도 피가 나왔으면 좋겠거든.” 급히 특수효과팀에게 바뀐 상황을 이야기하고 서둘러 달라고 부탁한다. 오후5시가 지나고, 감독은아직 준비 안됐냐고 닦달한다. 특수효과팀에게 달려간다. 분주하게 서두르는 특수효과팀에게 좀 더 서둘러 달라고 말하는 내가 밉다.



에필로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우리에게는 어떤 보상이 있을까. 4대 보험의 혜택을 전혀 못받는 우리들. 흥행수익은 제작자와 투자자가 독식하고 러닝 개런티라는 것도 배우들, 감독, 시나리오 작가에게만 돌아간다. 현장 스태프에게 보너스란 것은 영화사 사장님의 마음에 달려 있는 일이다. 아는 변호사가 그랬다. “당신들이 사인한 것은 계약서가 아니다. 노비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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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2022.11.18 14:21
힘내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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