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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상영예정작, <베리만 통과하기>

푸딩
2014년 03월 14일 16시 18분 13초 2739

[JIFF 칼럼]

베리만을 통해 그려내는 영화사의 흔적

<베리만 통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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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영되는 특별전 작품 중에는 잉그마르 베리만에 관한, 베리만에 의한, 베리만을 위한 영화가 한 편 있다. 스웨덴의 파로섬에는 그가 남긴 집이 하나 있다. 이곳에는 베리만의 작업실과 비디오 라이브러리 등 그의 개인적 유산이 남겨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 전 세계의 감독들이 찾아온다. 대부분 얼굴만 봐도 알 만한 사람들이다. 미하엘 하네케, 클레어 드니, 이안 그리고 가까이서 찾아온 듯 보이는 라스 폰 트리에 등이 20세기 영화의 거장을 찾아온 현재의 거장들이다. 그들은 비디오 라이브러리에 있는 <다이하드><엠마누엘>의 비디오 케이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베리만이라고 해서 할리우드 영화나 소프트 포르노 영화를 안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영화라는 예술을 절반밖에 모르는 것일 것이다. 진지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베리만의 이름은 맨 앞자리에 놓이지만 영화예술의 이면에는 복잡한 심연이 놓여 있기 마련이다. 감독들은 그가 남긴 영화를 보면서 공감의 표현을 한다. 라스 폰 트리에는 한발 더 나가 지른다. 베리만의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가 억압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투로 말한다. 라스 폰 트리에를 아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베리만을 사랑하는 감독들은 유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감독들은 대부분 뉴욕을 비롯한 현지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 중 우디 알렌의 말들에는 상투성이 하나도 없다. 우디 알렌과 베리만이 얼마나 가까운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인터뷰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말 속에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말 잘하고 영화 잘 만들기로 빠지지 않는 마틴 스콜세지의 인터뷰를 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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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되면 이 다큐멘터리가 베리만에 대한 주례사를 늘어놓는 후배들의 말잔치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리만 통과하기>는 조금은 더 복잡하다. 영화 후반부에는 <모니카의 여름>으로 시작하여 <화니와 알렉산더>로 끝나는 베리만의 영화세계에 대한 탐구가 기본적으로 전개가 된다. 많은 이들이 <모니카의 여름>을 기억한다는 것이 조금 의외일지도 모르겠는데, 당시 검열 제도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인간의 몸을 시각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니카의 여름>이 전한 충격 중 하나는 자유로운 표현이었고, 이 영화는 서유럽에는 물론이고 미국에도 공개가 되면서 베리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죽음을 다루는 그의 영화들은 꽤나 무겁고 진지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과 아이러니를 다루는 코미디풍의 영화들은 20세기 중후반을 가로지르면서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감독들의 인터뷰 장면들은 베리만의 영화를 본 경험담인 동시에 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영화에 입문하게 되었는가를 들려주는 존경의 표시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감독들의 세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악동같은 라스 폰 트리의 태도가 가장 눈에 띄지만 웨스 앤더슨의 재기, 우디 알렌 특유의 진중함, 클레어 드니의 섬세함과 윤리적 태도는 그들의 영화 자체를 함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베리만을 통과한 현재 감독들의 스펙트럼이 된다 


베리만의 은밀한 집이 놓인 파로 섬은 그의 유명한 작품인 <유리를 통해 어렴풋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관객들에 따라 스타 감독들의 인터뷰가 눈에 띌 수도, 베리만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고마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베리만을 통과하여 여러 자장을 그려낸 이 작품은 베리만을 통해 어렴풋이그려내는 영화사의 흔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전세계 영화제 상영작의 주요한 흐름 중의 하나는 전기 영화가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독들에 대한 다큐나 연구적인 성격의 작품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영화의 연구를 영화를 통해 써내려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우리 시대의 관객들은 책을 통해 영화를 보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시대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베리만 통과하기>는 이에 모범이 될 만한 작품으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든 베리만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품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교본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동안 <산딸기>의 주인공 빅토르 쉬오스트롬의 주름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죽음을 앞둔 몽상은 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면서, 그의 얼굴 주름 위에 켜켜이 놓여 있었다. 영화란, 베리만의 세계란, 그러한 주름의 표현들이 아니었을까. 나는 새삼스럽게 그의 주름을 통과하는 이미지의 역사를 경험한다 


(.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지난 지프칼럼, <이스턴 보이즈> 더보기 >> http://www.jiff.or.kr/c00_news/c50_now_new_detail.asp?idx=19&nowpage=1&objpage=0&search_genre=&search_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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