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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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지금 이곳이 현장이라면...?

공공귀
2000년 06월 18일 13시 22분 28초 1293 3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몇개월간의 pp라고 하나 뭐 그런것들 정말 지겹다.
프리프러덕션이 중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지겹다
연출부로 한 너댓작품하다보면 내가 감독 시중들러 영화하는지 꼴같지 않은
배우들 웃는 낯으로 인사하는 법 연습하는지 정말 헛갈려 진다
비굴해지지 않으려고 마음속으로 백번도 넘게 .... 나를 무너뜨리면 끝장이야
천번도 넘게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소주 한잔 들어가면 눈녹듯이 스르르
나도 언제가 부터 그들의 편이 되어 서있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지다가도
충무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 하고 누군가 가르켜 주던 충고들이 떠올라
더 막 미치고 싶어진다
어떤 때는 막 일만 하고 싶어지고, 어떤 때는 막 영화 애기로 싸우고 싶은데
영화일을 하면서 두개 모두 태클들이 너무 많다
지금 이 지하사무실이 우리 주인공들이 뛰어 노는 현장이었으면
정신적이 스트레스라나 뭐라나 한개도 없겠지?
그냥 놈들이 잘 멋지게 웃기게 슬프게 놀 수 있도록 준비만 해주면 돼잖아?
물론 캐스팅 된 놈들의 면면을 보면 웃기지도 않지만
어제는 스크립하는 후배가 우리 영화가 휴먼 코미디냐고 묻길래 얼버무렸는데
도대체 휴먼 코미디가 뭐지 속으로 아는 영화지식을 총 동원해서 생각해 보다가
정말 재미없어서 말아 버리고, 소주나 한잔 찌끄렸으면 좋겠다 딴 소리 했다
물론 요즘은 술 먹는 것도 지겨워 않해버리고 싶지만....
현장에서 똘똘하게 굴러가는 머리가 사무실에 서너달 쳐박혀 있자니 바보가
되어가고 그제 헌팅 갔다온 오야붕은 뭐가 들뜨는지 같은 대사만 연속해서
날리고 있는데.....
난 이영화가 서커스 매직 유랑극단 같이 어설프지 않았음하는데
아무도 우리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자 씹새들아 우리가 틀렸나 너희가 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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