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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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난 어른이 싫다

kalito
2000년 11월 09일 21시 52분 17초 1434 7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 애덜이 서두르라고 해서 겁나게 서둘렀다.

난 그를 친구라고 믿는다. 아마 그도 날 친구라고 믿을 것이다.

친구니까 친구답게 굴어야 한다고 다른 친구가 그랬다.

맞는 말이다. 한대 맞아라. 소주 먹다 뒷통수를 쳤다. 속으로 아프겠다 생각했다.

친구한테 왜 때려한다. 그러고도 니가 친구냐 한다. 친구니까 봐달라고 사정했다.

결혼한 친구가 한참전에 결혼한 친구한테 짜증을 냈다고 했다.

언제 결혼할 지 못할 친구도 결혼 한 친구 땜에 막 짜증이 났다고 했다.

결혼 못 할지도 모르는 내가 그랬다. 그러니까 한잔하자 한잔해 한잔해. 제발

결혼 한 친구 결혼 할 친구 결혼 했던 친구 결혼 할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그런다

야! 술 좀 작작 먹어. 친구들아 술이 내 친구야 했다.

암튼 친구들과 친구인 술을 마시며 친구처럼 사이가 매우 좋았다.

난 친구에 취하고 술이란 친구에 취하고 필름에 취해 기억이란 친구에게 배신 당했

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다. 내게 어깨를 빌려 준 친구가 그런다. 친구야 나 어깨 아퍼

친구야 고마워 여긴 어디야? 친구가 아닌 아저씨가 와서 그런다. 응 여기 경찰서야.

친구들은 다 어디가고 이 친구밖에 없을까? 이빨에서 피가 막 난다. 아프다

옆에 또 흔들리는 낯선 친구가 자고 있다. 친구야 이 친구는 누구야?

응. 니가 어젯밤에 막 패고 그러던 친구야. 친구야 그럴리가 없는데 난......

내 기억속에서 10시간이 사라지고 내 입술과 주먹엔 온 통 피뿐 ---

충무로여 나...

난 가끔 주먹을 쓴다

내게서 사라진 10시간의 필름을 찾아 줄 수 없지?

내일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또 신사동을 어슬렁거려야 한다.

쪽팔려 죽겠다. 사나이 인생 망가진다.

친구가 그런다. 친구야 그러게 술 좀 작작 쳐먹어라.

난 친구에게 또 그런다 친구야 고마워 그래도 친구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

그게 내 스타일이야. 당분간 술과 절교하긴 하겠지만..... 그 그리움의 시간을

뭘로 인내하지 친구야 응 말 좀 해봐.

여러분 친구 결혼식날 막 싸우고 그러지 맙시다. 쪽 팔립니다!

이상 오랜만에 헛소리하는 kalito 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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