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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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injury

hal9000 hal9000
2001년 02월 19일 07시 48분 01초 1253 2 9
사람을.

어느 사람을
그냥 막
사랑하고 싶다.

어느 누군가를 막 사랑하고 싶다.

약속시간에 늦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사람을 길가에 불러두고
힘 닿는데로
껴안고도 싶고

심지어
그렇게 껴안고도 모자라
아무도 없다싶은
18층 아파트 공사장으로 그 사람을 안고가서
밤세도록
다시 껴안고
뽀뽀하고
쳐다보고
또 뽀뽀하고 그렇게
단지
짧더라도
하루만 사랑하고 싶다.

아무 얘기도 안하고
아무 할 것도 없고
아무 볼 사람도 없고
아무 누구도 날 부르지 않고
좋은 굼꾸고
잘 자고 일어난 저녁에
그냥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버릇으로 누른 전화번호가
그냥 보고싶은 그 사람에
만나서
얼굴보고
마구
사랑하고
새벽에 잠들고
저녁에 일어나서
다시 사랑하고 싶다.

여기서 만나면 손잡고
여기서 만나면 껴안고
여기서 만나면 뽀뽀하고
다시 여기로 오면 사랑을 할 사람은.
간절한
그런 유치한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

청춘스캔달만 꿈꾸고
제대로 사랑 한 번 못하고
내 얘기도 없는 그런 청춘을 보내고
박수만 치다가 끝날것 같은
그 많은 거짓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식은 땀 흘릴 꿈을 꾸고
둘러볼 용기 없이 눈동자만 살아있더라도
대번에 알아채고
이불 덮어주고
혹은 전화로 마음 덮어주고
오늘 본 드라마를 얘기해 주는 사람과
볼을 데고
종아리 닿은채
아주 깊이 사랑을 하고 싶다.

멀리 손잡고 다니고 싶다.
통통하고 따뜻한
손을 잡고 걷고 싶다.
잠시 손을 놓고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싶다.
그 손을 보면서 밥을 먹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아주 천천히 걸어서
정말 멀리까지 가고 싶다.
웃으면.
내 아픈 종아리를 만지는 그 사람의 손을 보고 싶다.
그 사람의 아픈 종아리를 보고 싶다.
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다.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나는 간절히 사랑을 꿈꾼다.
좋은 그림같은
진한 사랑을 하고 싶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영화를 보고싶다.
무슨 영화를 봤는지
아무 기억이 안나는
그런 영화를 보고싶다.
따로 영화를 틀고 싶다.
















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deorental
2001.02.27 03:27
이런...진짜야?
Profile
hal9000
글쓴이
2001.02.27 04:52
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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