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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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멀티플렉스에서 길을 잃다....

videorental
2001년 02월 28일 01시 47분 36초 1227 6
요즘은 영화를 보러
주로 멀티플렉스라고 불리우는 곳엘 감니다

그런곳에 가면..
극장이 한 열댓개쯤 있고
최신식 쇼핑몰이라구 불리우는
돈 쓰라구 만들어 놓은데가 같이 있죠

요즈음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약속을 잡고
그곳에서 밥을 먹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고
그곳에서 영화까지 봄니다

하지만..
언제나 무언가 빠진 느낌.....

옛날(?)엔
극장 한번가는일이
어린이날 어린이 대공원가는일처럼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중학교때
단성사에서 개봉한
미성년자 관람불가 다이하드 1을 볼려구
낮에 가면 못 들어갈꺼 같은 노파심에
친구놈들하고 일부러 토요일 심야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남니다
새벽 2시쯤 영화가 끝나고
당시 살던 신림동까지 걸어오면서도
무언가 해냈다는 생각에 신이 났던 그들...우리들...그 무리속에 나..

고등학교때
맘 속으로만 좋아하던 아이에게
어렵사리 말을 붙여
피카디리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남니다
그땐 우리 앞에 앉은 사람의 머리만 보구 왔던 생각도 남니다

서울극장
피카디리극장
단성사에
차례로 표를 끊어놓고
헥헥 거리며 영화 세편 한날에 다 보고
세편다 기억나지 않는 생각도 남니다

단성사 기둥뒤에 앉아서
저린 다리 주무르며
에일리언2를 받던 생각도 남니다

요즈음은
한곳에 극장이 열댓개씩 있어도
하루에 세편보는 짓은 않 함니다

요즈음은
좁은 자리 땜에 다리 주무르며 영화보는 일도 없습니다

요즈음은
갑자기 나오는 피임약 광고땜에 키득거리는 일도 없습니다

요즈음은
영화가 시작하기전
가슴 설레임이나
영화가 끝난후
어디가서 몰 먹을까? 하는 고민도 않 함니다

요즈음은
극장가서 영화보는 느낌보다는
백화점에 영화사러 가는 느낌이 남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그 멀티플렉스라는 곳에는
정이 없는 듯 함니다

그냥
충무로에서 사라진
대한극장자리를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들임니다...

왠지 대한극장에서 아라비아 로렌스가 보구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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