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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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역전

hal9000 hal9000
2001년 04월 01일 05시 52분 14초 1331 1 8





마산에 있는 녀석은
얼마전 목동 오거리 부근에서 그릇 장사를 했다.
그 넘버원이 그릇들 늘어놓고 팔던 길 맞은 편에 당구장이 있는데
그 당구장은 넘버투 녀석이
롯데 백화점에서 일하기 전에
잠깐 피신했던 곳이다.
하루는 넘버투가 없던 사이 넘버원이 당구장에 들러
일하던 깡패동생들 하고 티격태격 했던 일이 있었단다.
동생들은 동네 조직 아이들이지만
당시 넘버투가 데리고 있던 애들이기 때문에
넘버원과 넘버투가 아는 사이인줄 알고 별 일은 없었다.
밤에 넘버투가 당구장에 왔는데
애들중 하나가 아까왔던 넘버원 말하며 투덜댔다.
말이 끝나자 마자 넘버투는 그 아이를 마구 때렸다.
"그 새키? 함부로 말하지마라. 내 친구다. 게가 우습게 보이냐"
그 아이는 맞으면서 이유를 알아간다

                                            :||

    익산에서 내 친구가 깡패를 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때 절친 했던 그 놈은
    나더러 익산에 내려오라 한다.
    하루 와서 술먹고 놀다 가라고 한다.

신촌에서 다른 친구를 만났다.
녀석은 명동 롯데 백화점에서
일을 한다.

    나는 하던 일 계속 한다고 말을 했다.
    "살만하냐?"
    "5년만에 350만원 벌었다. 살만하지"
    "익산에 내려와라. 같이 일하자"
    "이젠 이거 밖에 못한다"
    "착실하게 사는 놈은 너 밖에 없구나"
    "건강하냐"
    "내려와라"
    "간간히 술이나 사라"

흑맥주라고 하고 2000cc에 스타우트라는
병맥주를 붓는걸 보았다.
우리가 마실 흑맥주라고 들고 왔다.
뭐 언제는 따졌나.
술인데.

    "뭐가 그렇게 바쁘냐."
    "그게 좀 그렇다."
    "시발새키!"
    "좀만한 새키"

무던한 덕진이는 미사리에서
친척이 하는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다.
술잘먹는 영학이는 택시를 몬다고 하고
고등학교때 짤렸던 범생이 철수는
혼자 공부해서 고려대학에 갔는데
그 후로는 모르겠다고 한다.
재풍이는 연락이 안됀다고 하고.
영업시간이 4시까지라 한다.
이 놈은 고등학교 넘버2였다.
지가 넘버 투라고 우긴다.
그러면서 남자는 깡이라고 한다.
내가 뭐가 있느냐. 깡밖에.
그 흔한 말이 지겹지도 않게
그녀석하고 맞아 떨어진다.
롯데 백화점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사채!"

    "야. 익산 좋냐"
    "좋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거냐"
    "...이제 마산으로 간다...옮기는 거지"
    "마산에서는 언제까지 있을 거냐"
    "시발늠"
    지금 마산에 있는 놈은
    넘버원이었다.

삼만 육천원 돈내기 쉽지 않았다.
내가 녀석을 구산동에서 신촌까지 부르고
술 산다고 해서 계산된 삼만 육천원을
내가 못 내게 막더란다.
더 잘되거든 사란다.
"야! 나 한달에 육십 오만원 꼬박꼬박 월급 나오고
차비하고 밥값하고 따로 나오는 데야..."
눈이 핑. 아팠다.
고맙다. 앞으로 간간히 사라.

  잡지에서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오려서 주면
  밤새 만들어서 1000원에 팔던
  재풍이의 지갑에 돈 꽂고
  영학이 택시타고
  덕진이네 미사리 카페에 술마시러 가서
  인생은 깡이라고 고래고래 언성 높이는 넘버투 목소리에
  넘버원 그릇 떨이팔고 와서 밑졌다고 말하며 앉아서
  함께 술 마시면
  좋겠다.

    "갈께. 한번 갈께 마산에"
    "애들 데리고 와"
    "바쁘잖아. 나랑 넘버투랑 가마"
    "안 바뻐. 데려와"
    "근데, 게들 먹고 살만은 한거야?"
    "지금은 게들이 우습게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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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1.04.03 01:41
친구..는 좋은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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