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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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엄마, 미안해

vincent
2001년 04월 20일 01시 47분 56초 1229 1 2

점점 턱살이 붙고 배가 두둑해지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다니다가 들어와선
너무 피곤하다며 다방 아가씨에게 주문하듯
커피 한 잔 내오라고 얘기하는게 습관이 된 엄마를 보며 짜증이 났다.
엄마에게 저녁 6시 이후엔 웬만하면 먹을 것을 자제하고
이영자의 모범사례를 줄줄 읊어대며 동네 두 바퀴 돌기를
습관화할 것을 겁도 없이 종용했다.
그래놓고선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와 엄마를 꼬드겨
밤 8시에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양평신내해장국'이라고
떵떵대는 간판이 붙은 식당으로 별미를 찾아 나섰다.
맛있게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우고 선선한 밤바람 쐬며 집에 돌아와
'우리가 남인가요'를 축축 늘어져서는 사이좋게 시청하고
엄마손 억지로 끌고 빌린 테이프 갖다주러 비디오샵에 갔다가
아직도 'jsa'를 못봐서 서운해하시길래 그거랑 아버지가 보고 싶어하셨던
<식스 센스>를 집어와서 다시 사이좋게 비디오테입을 감상(?)해보려는데
엄마는 그만 코까지 골면서 잠 들어버렸다.
우리 엄마... 나 때문에 영영 살 못빼고 말테지.
못된 딸, 짜증내고 잔소리 퍼붓고 변덕을 생명처럼 붙들고 있는 나 같이 못된 딸 낳아
점점 예쁘지 않게 살이 붙어가는 우리 엄마.
엄마, 미안해.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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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2001.04.20 07:26
그리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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