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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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하늘이아저씨...석환이 아저씨...그리고 두환이...

videorental
2001년 04월 28일 13시 13분 15초 1588 6
몇일전부터 KBS에서 '친구와 하모니카 그후' 라는 프로그램을 보구 있습니다
그전 얘기 못 봤지만 그후라고 제목이 붙어있는...
그방송의 나레이터에 의하면
하늘이 석환이 두환이...라고 불리던 노숙자들...
하늘이아저씨와 석환이 아저씨는 20년째 잠실역 지하도에서 살고 있다구 합니다
구부러진 손에 불편한 한쪽다리 항상 하모니카를 불며 부시시한 머리에 하늘이아저씨
쩔룩거리면서 하모니카를 불고
지하철타는 사람들에게 동냥을 하지만..
언제나 세상을 사람들의 맘 속을 꽤뚤어 보고 있는 눈-제가 보기엔...
그런 하늘이 아저씨의 식구들이 방송을 보고 20년만에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전라도 어디라는 고향으로...

하늘이 아저씨가 고향으로 떠난 무렵부터
석환이 아저씨는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워낙에 소처럼 큰 눈을 가지고 있던 석환이 아저씨...
촬영하는 PD가 왜 우냐구 물어보면..
'난 소띠야....소는 항상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던 석환이 아저씨
하늘이 아저씨가 고향으로 떠나서 그런것인지
자기도 백령도고향에 가구 싶다구...
곧 죽을거 같다고...
죽기전에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자기가 죽으면 누가와서 울어주겠느냐고...

약간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두환이
언제나 하늘이아저씨나 석환이아저씨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저씨들의 장난이나 받아주고
언제나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두환이
방송이 나가고 나서부터 집에 들어가서 자고
께끗히 하고 옷도 갈아입고 나온다는 두환이
아무생각 없어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누구보다 하늘이 아저씨나 석환이아저씨 속을 잘 알구 있는...

그런 세사람의 사는 모습을 아무생각없이 따라가다가...

음...
하늘이 아저씨는 고향집에서 얼마 견디지 못하고
가끔 집에 온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잠실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석환이 아저씨는
PD를 졸라 백령도에 데려다 달라고..
40년만에 찾은 엄마 무덤앞에서 원없이 울어제끼고...
출생신고도 없던 자기를 유일하게 증명할 수 있는
세례증서(?)를 찾아내고...

두환이는
철이 조금 들었는지
집에서 하구 있는 구멍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마지막 회

한달전부터
자기가 죽으면 누가 울어줄꺼냐고 하던 석환이아저씨가
인천 월미도서 동사한 시체로 발견 됐담니다
촬영하던 PD도
하늘이아저씨와 두환이에게
석환이 아저씨 만나러 가자고...

그저 행려병동 영안실에 무명씨라고 이름 붙어있는 냉동고앞에서
두환이는 소리없이 울었고
하늘이아저씨는 하모니카를 붐니다

인천시립묘지 한 귀퉁이
무연고자묘지라고 불리우는
돌이 너무 많은 척박한 땅을
석환이 아저씨의 노숙자친구들이
힘겹게 팝니다
한뼘이나 팠을까...
봉분도 없고..
그저 손바닥만한 땅에 평장으로 묻히고..

하늘이아저씨는 끈임없이 하모니카를 불어댓고..
두환이는 소주 한병을 무덤위에 다 따라 버림니다
자기가 평소에 술을 못 먹게 했다고...

출생신고가 없었기에
사망신고도 없는 석환이 아저씨...

그나마 하늘이아저씨나 두환이가 없었더라면
자기 이름도 못 찾고 무명씨 혹은 매장번호로 불릴 뻔 했던 석환이 아저씨...

하늘이 아저씨가
불편한 혀를 돌려 석환이 아저씨에게
마지막 말을 합니다

' 위에서 행복하게 살구 다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구...쫌만 기다려 내가 가서 놀아줄 께..'

죽음을 예감하던 석환이 아저씨처럼
하늘이아저씨도 갑자기 죽어버릴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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