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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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타이항공 635 프랑크프루트행 비행기안..

꿈꾸는자
2001년 07월 19일 01시 31분 36초 1934 1 2
5/10 새벽 프랑크프루트행 기내.

인천공항에서 본 흑인남자를 프랑크프루트행 비행기안에서 다시 만났다. 아는척을 한다.
내 시계를 아직 한국시간이다. 독일에 도착하면 그 때 시간을 조절할꺼다.
공항에서 먹은 멀미약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멀니를 안한다. 너무 신기하고 좋다. 속은 너무나 편한데 자꾸 긴장이 된다. 그 많은 꽁당거림과 흐르는 땀방울과 그 속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즐거움이 내 안에 있다. 지금 난 무사히 독일가는 비행기에 올라탔고, 한숨자고 나면 독일에 도착이다. 물론 그 시간이 길겠지만...
지금 이가 조금 아프다. 여행가서 아플까봐 사랑니와 충치를 치료하고 왔는데 조금 걱정이다.
아빠랑 엄마께 너무도 감사드린다.
멋있는 우리 아빠. 리무진을 같이 타고 오면서 내게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유럽가니까 담에는 인도, 아시아, 아프리카... 다 가봐야지. 세계화 물결을 타시는 우리아빠. 그가 날 여행 보내줄 수 없다해도 그 맘에 감동, 또 감동했었는데..
어. 비행기에서 내리면 짐 찾고, 중앙역 가는 길을 알아내야 하고, 베를린 가는 야간열차 표를 사야 하고, 짐은 코인라커에 두고 프랑크프루트를 다닌다. 난 이제 꿈속으로...

잠이 안와서 죽을 맛이다.
지금 기내는 어둡다. 도착시간이 다되어 가는지 어쩐지 다들 씻으러 간다. 아직 3시간쯤 남은듯 하다.

5/10 아침 7시경
이제 프랑크프루트 도착 (일기장을 다시 보는 지금 그 때의 막막함이 느껴져 가슴 뜀) 이제 7시간을 뒤로 하고...
타이항공을 타고 오면서 밥만 먹었다. 4끼나 먹었으니, 타이항공은 정말 먹을껄 많이 준다. 식사도 잘 나오고...
사실 배는 하나도 고프지 않았는데 오늘이 최고의 날(음식의 풍요)이라 생각하고 내내 주는대로 다 먹었다. 서양인들은 술을 정말 즐긴다. 나도 하도 잠이 안와서 잭콕을 한잔 마셨지. 내내 잠못이루는 밤이었다. 빵과 요플래를 챙기는 정숙.. 독일 물가가 비싸서 먹을라고.. 내려서 담배 한대를 펴 보고 싶다.

5/10 목요일 공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기도 하고 아주 적기도 하다. 내 맘 먹기에 달려 있는듯 하다.
지금은 쾨테동상이 있는 공원이다. 잔디와 그 주위에 흰색 들꽃들이 너무도 예쁘다. 난 지금 잔디위에 앉아 큰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다. 난 지금 몽환상태다. (참 고마운 그녀 - 참 공항에서 독일 여자앤데 지하철 U-barn표랑 베를린 가는 야간열차표를 예매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중앙역 근처 공원이다. 참 유럽은 열차표를 사면 그건 입석의 개념이다. 그래서 자리를 원하면 다시 자리값을 몇 퍼센트 내고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참 희한하다.. 난 야간열차라 자리를 예약했다.)힘이 하나도 없고 믿기지 않는다. 여기가 서양이라는 사실이. 철저히 이젠 나 혼자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전화를 할려고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계시는 심경섭씨댁에.
근데 전화를 어떻게 거는건지 알수가 없다. KT card를 만들어 왔는데 사용방법을 모르겠다. (이젠 안다. 콜렉트콜 번호를 누르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콜렉트콜 0번, KTcard 1번... 그리고 나라에 따라 번호만 누르면 되는 나라도 있고 동전이나 카드를 넣고 하는 경우도 있다. - 폴란드에 가서 이 사실을 알았다.)
166DEM를 표 사는데 쓰고 난 지금 50DEM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돈??아끼고 있다. 내일 베를린 가서도 써야 하니까.
(1DEM-600원이었다.)
오기전에 스킨헤드족에 대한 기사를 읽고 왔다. 역 주변에 스킨헤드들이 많다. 어.. 무섭다.
프랑크프루트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자유가 넘친다.나무도 너무 많고 곳곳에 공원이다. 이유없이 자꾸 눈물이 난다.
참 고마운 그녀-  good luck, no problem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그래 난 문제없다. 한다..
지금 난 쌀것 같다. 오줌통 터질것 같은데 화장실이 안 보인다.
고마운 남 - 중앙역에서 큰 배낭을 메고 코인라커가 어디냐고 물으니 가격을 말하면서 날 데려다 주곤 동전이 몇개 모잘랐는데 짐을 넣어 주고 동전을 내게 준 잘 생긴 독일 남자 고맙습니다.

같은 날. 프랑크프루트를 서성이며...
독일은 몹시 깨끗하고 정말 자유롭다. 점심시간이 되니 다들 시내 중심가 노천 카페로 모여든다. 다들 샌드위치를 하나씩 들고 서서 먹는 사람, 않아 먹는 사람, 자리가 없어도 테이블이 없어도 불평없이 먹는다. 빵을 파는 사람도 빵을 먹고 손님들도 먹고, 주인이 담배도 피고 자기 할 일 다 하면서 물건을 판다. 너무 인상적이다.
생각보다 한국인이 없다. 다 노란 머리고, 나만 검정색 머리다.
내가 영어를 지금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잘해도 너무나 좋을텐데. 지금 난 꿈속을 헤매이는 기분. 우리는 시내 중심가에서 노인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긴 노인들이 너무나 많고 너무도 밝고 젊다( 맘이 젊은듯.)
다들 너무나 꺼리낌이 없고, 자유롭다. 아름다운 거리. 자유로운 그들이 거릴ㄹ 아름답게 만드는 듯 하다. 다들 각자의 유일함이 느껴진다. 난 지금 양치질도, 세수도 못했다.
여기 사람들은 즐겁게 일한다. 직업에 귀천사상이 없는 듯 하고...
음식을 팔면서 담배를 피는 그들....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정신을 어디다 둔건지.
22:23에 베를린행 기차를 탄다.
난 8:23 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중국애들을 만나 안되는 영어로 얘기하다 10:23인걸 알았다. 동양친구라 반가워 말을 내가 걸었다.
우리아빠 중국 사신다면서. 한 친구는 독일 쾰른에서 대학을  다니고 동생은 미국에서 공부한단다. 집이 정말 부자인듯 하다. 한참 얘기하다 보니 중국 남자얘가 와서 말을 건다. 그 친구도 유학생이었다. 그들에게 메일 주소를 적어준다. 안되는 영어라도 어설프게 통하는게 신기하다. 난 내내 중앙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밤이라 무서워 역을 벗어나 야경을 볼 엄두도 못내고...
하루종일 못피는 담배를 얼마나 피웠댔는지 목이 너무 아프다.
객기 부리는 박정숙 오늘 쌓인 스트레스를 그 막막함과의 싸움을 담배로 달래고, 기차를 기다리는 지금, 지금은 좋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 하련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오늘 사먹은 음식- 샌드위치와 커피, 아이스크림 - 20DEM
무진장 아꼈다. 내 생각에 독일은 우리나라 물가의 3배 정도 비싼듯.

베를린행 기차안
갑자기 예전에 내가 너무도 사랑했던 그가 생각난다.
그와 같이 지낼 집을 마련해서 여기 독일에 와 살면 너무도 좋겠다. 서로 자유를 몸으로 느끼며.(그는 연극을 하고, 난 영화일을 하면서 너무도 꿈같은 얘기겠지..)
시차 적응이 안된다. 눈떠 있는 시간에는 내내 긴장하니까 괜찮은데 잠 잘 시간에는 잠이 안온다.
기차안에서 독일 중년 남자와 같은 컴파트먼트를 썼다.
그는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도 영어를 잘 못했다. 나보다는 나았지만.... 한참 얘기를 하다 독일인들이 몹시 자유로워 보인다고 그래서 좋다고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는 뜬금없이 자신은 프리섹스주의라고 말한다. 난 갑자기 긴장. 그래서 한국 여성들은 혼전순결을 지킨다고 말했다. 혹시나 내가 실수 할까봐.. 대충 yes하다가...실수할까봐.. 좋은 사람 같았지만..
(컴파트먼트- 유럽에 대부분 기차는 컴파트먼트, 쿠셋, 침대차 이렇게 있다. 컴파트먼트는 길게 좁은 통로가 있고 각각 문이 있는 방으로 되어 있고, 6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특히 야간열차에 자리를 예약하지 앉아서 자리가 없는 경우 그 통로에서 누워 자기도 하고, 그 통로가 좁아서 가끔씩 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쿠셋은 간이 침대다 그것도 6명.. 침대차는 안 타 봤는데 아마도 침대가 그것게 배치되어 있을 듯..)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비닐우산
2001.07.20 17:33
아..저도 여행가고 싶어요...유럽은 아직 가본 적이 없어서리...
음....내년 가을즈음에 돈을 많이 모아서 가려구요....그 땐 저도 이렇게 멋진 글 여기다 남길게요. 잘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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