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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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울릉도에 오기까지.

mee4004
2001년 09월 06일 08시 38분 52초 1375 2
한달에 며칠쯤은 하루죙일 혼자 노는 시간이 있어야 되는
이상한 병(?)이 제게 있습니다.
그런 시간이 부족해지면 짜증이 많아지고, 주위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나홀로 병에 걸려서,
주변사람들의 극구만류에도 불구하고,
혈혈단신 훌쩍, 서울을 떴습니다.

장소를 울릉도로 정하고 여기저기 사방팔방 뒤지고, 전화하고 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울릉도에 오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울릉도에 오는 길은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포항에서 배타든가, 묵호에서 배타든가.
(여름철에는 후포에서도 배가 뜨기는 한답니다)

저는 쉽게 가는 방법을 택해서 4일밤 12시, (5일 0시) 신사역 7번
출구 대아여행사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요금은 22,000원이며 매일 있습니다.) 새벽 5시에 포항선착장까지 도착했습니다.
배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10시라서 저는 달걀후라이가 나오는 오천원짜리 된장찌게를 먹고 새로 생긴 해맞이공원에 가보았습니다.
올림픽공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죽이더군요.
공원 한쪽면은 바다에 닿아있어서, 줄넘기, 철봉, 훌라후프 하는
주민들이 바다를 보면서 운동을 합니다.
바다쪽으로 정자도 몇개있고...포항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원에서 선착장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보니 선착장근처에 로데오사우나 라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에 흔히 있는 시설의 사우나인데 한쪽 창이 통창으로 되어있고,
바다가 보입니다.  예술이더군요.

...9시가 조금 넘어서 선착장 안내실에서 승선권을 교환하고
(저는 서울 대아여행사에서 미리 다 티켓팅을 했거든요.  미리 왕복으로 끊으셔야 한답니다. 배편은.. 배편 편도 가격은 49,000입니다.
좀비싸죠? 묵호에서 타면 39,000이라는데 좀 괴롭다고들 하더군요.  새배가 묵호에 생겼다는데 가격은 모르겠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대아여행사의 독점이라 비싸다나 어쩐다나!)

어쨌든 키미테를 꼭 붙이고, 배를 타보니 원래 배멀미를 별로 안하는 사람들도 파도가 높아 내릴때는 반이상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오후 1시5분에 울릉도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연락한 민박집 아저씨께서 "김경미" 라고 쓴 푯말을 가지고
기다리시네요.
결국 저는 이렇게 훌쩍, 며칠이나 묵을지 결정도 못하고,
울릉도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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