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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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가슴이 져며오는 이야기 <1>

sandman sandman
2001년 09월 19일 13시 22분 18초 1124 1 13
가을이라고 오늘 메일함에 편지 써보라고
광고성 메일이 왔습니다.
몇 일 전부터 하늘의 청량함에 정말로 외국인들이
뷰티플(뷰디플^^;)이라고 외치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저는 거리는 조금 멀지만 사람으로 붐비는 길을 피해
하늘을 감상하고 소박한 거리들로 이루어진
조금 떨어진 전철역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하늘과 사람..
고즈넉한 공기...
그래서 가끔씩.. 인터넷에 떠도는 가슴 찡한
이야기들을 가을을 맞이하여
한 개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혼자 읽기 아까운..
가슴 저미는 이야기가 있다면
(혹 그것이 영화의 에피소드로도 쓸수도 있으니까 ^^;)
같은 제목으로 릴레이 형식으로 올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울러 이 글을 보낸 원작자님
혹은 게시자님 (전 메일로 받았으니 뭐
원작자를 알수가 없네요...) 에게 양해말씀 올리고,
그 모든 분들도 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공유하자는
느낌이겠지 자조하며 무단 복제를 합니다.
물론...
문제 발생시 언제든 삭제 할 것이구요...
가슴 저리게 읽어 보시길....


훔쳐온 작은 이야기-아름다운 결혼식  

아름다운 결혼식

3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다.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될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 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뉴스메일-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inekid
2001.10.03 10:51
너무 멋있어여~ 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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