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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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truerain truerain
2001년 10월 06일 18시 06분 42초 1122 26

그저께 인천 cgv에 오후 6시 넘어서 갔었습니다.
그 시간쯤이면 사람이 없겠지 하며 '룰루랄라~' 하다가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조금씩 매표소로 다가가면서.....

"아 쓰벌.... x 됐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람들이 아주 바글바글(이런 표현이 좀 거칠지만)...
그래서 매표소 뒤에서 한 1분정도 기웃거리다가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그냥 집으로 갔었죠

<봄날은 간다>는 정말 아주 조용한 분위기에서 보고 싶었거든요
결국 어제(금) 충무로 포토피아라는 곳에 흑백사진을 맡기려고
가면서... 겸사겸사해서 명보극장에 가서 오후 4시 30분 프로를
봤습니다.

명보극장 5층인가요... 아주 좋더군요.. 주변 전망이 쫙 보이고
사람들도 다행인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머리수를 정확히
더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봄날은 간다>를 봤습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떠나간 버스와 여자는 잡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듯 합니다

얼마전에.... 밤에 집으로 오면서 아파트와 그 옆 상가길 사이에
있는 좁은 길에서 어떤 남녀가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짧게 스쳐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서로가 말없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표정이 그다지 좋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대강 짐작했을 뿐....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단지 그 여자분의 '찡그린' 눈 표정이..
참....

근데... 자꾸 이상하게 그런 순간을 스틸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있습니다.그 어떤 '전후상황'도 보여주지 않고
단 그 1-2초의 순간을 잡아서.... 그 순간의 상황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사진.....

쉽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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