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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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가슴 저미는 이야기<3> 혹시 읽지 않으신 '예약석' 이야기

sandman sandman
2001년 10월 09일 13시 34분 20초 1340 4 4
저의 개인 화일 안에 스크랩 되어 있는 한 단편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단편으로 찍어 볼까도 마음을 먹었지만
이 소설이 일본에 아주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 했었지요.
그래서 스캐너 문자 입력하려다가
혹시 해서 인터넷 검색 해보니
무수히 많이 있군요.
한국에도 많이 전래 된듯합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글이 제가 읽은 그대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로마의 휴일'과
'로마의 휴일' 미국판을 보고 느꼈던
같은 이야기라도 저렇게 하면 3류 영화가 되는 구나 라고 느낀...
(사실 거의 컷 까지 같았는 데...
3류라고 느낀 미국판은 편집점이 늦고
너무 자세하게 설명했죠.)

이 이야기도
제가 읽었을 때의 감동 그대로 오질 않고 있네요.
제가 혹시 읽은 것은 그 글을 읽은 어느 독자가
기억을 더듬어서 쓴 글인가 하고 여겨 집니다.
그래도 몇개의 글을 찾아 보니
본문의 내용이 미세하게 틀리더군요.
그 중 가장 비슷한 글 올립니다.

여전히 글 수정 하면서 다시 읽으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혹시 이 유명한 단편을 읽지 못하신 분을 위해...

(중간 중간 아니라고 느끼는 부분 괄호 치겠습니다 ^^;
편집자 주 편집입니다 .)

우동 한그릇 -구리뇨헤이 원작-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북해정`도 이날만은 아침부터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 때는 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그날 만큼은 밤이 깊어 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 손님도 뜸해졌다.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손님으로부터 주인아줌마라 불리 우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들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 이 부분 필요없다고 생각함다 ㅋㅋㅋ)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 앞의 옥호막(가게이름이 쓰여진)을 거둘까 하
(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가게를 마치려고 하)
고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들은 새로 준비한 듯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낡은' 이라는 단어가 들어 가면 더 좋겠죠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라고 (반갑게 ^^;) 맞이하는 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머니 인듯한 그 여자를 ) 쳐다보고 있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해, `우동 1인분!`하고 소리친다.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예!` 하고 대답하고, 삶지 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었다.
테이블에 나온 가득 담긴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맛있네요.` 하는 형의 목소리 `엄마도 잡수세요.` 하며 한 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 가는 동생.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맛있게 먹었습니다.`하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제가 읽었던 그리고 기억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 제법 세밀하게 묘사 되어 있습니다.
즉 아래 내용이 합쳐져 있죠.
개인적으로 그것이 더 낳을 듯...)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년 전 섣달 그믐날의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 보았다.
`저..... 우동..... 일인분 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우동 일인분!`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네엣! 우동 일인분.` 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 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저 여보, 써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안되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라고 말
하면서 남편은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여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구료,`
(이 대사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 ; 나참 시나리오 각색하남? 제가 ㅎㅎㅎㅎ)

미소를 머금는 아내에 보면서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릇 에 담는 주인.
테이블 위의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소리
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 사람에게 들려 온다.
`아..... 맛있어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먹고,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날 수십번 되풀이했던 인사말로 전송한다.
그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 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 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다.
10시 반이 되어 가게 안에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형은 중학생교복, 동생은 작년 형이 입고 있던 잠바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색이 바랜 체크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저..... 우동..... 이인분 인데도.....괜찮겠죠?`

(엄마의 말은 항상 같아야 하는 데...
그래야 나중에 그 말로만으로도 알아 차릴수 있는 데.. 쩝)

물론입죠 .... 어서어서..
자 이쪽으로.`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 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

`우동 이인분!` 그걸 받아, `우동 이인분!`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 속에 던져 넣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이에 무뚝뚝한 채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형아야, 그리고 준아..... `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구나.`
`.....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월 5만엔씩 계속 지불하고 있었단다.`
`음----- 알고 있어요.`라고 형이 대답한다.
여주인과 주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지불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다.`
`넷..정말이에요? 엄마!` `그래,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 주었고, 준인 장보기와 저녁준비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로 부터 특별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식사준비는 내가 할 거에요.`
`나도 신문배달, 계속할래요. 준아! 힘을 내자!` `고맙다. 정말
로 고마위.`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준이하고 나,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에서 준이의 수업참관을 하라고 편지가 왔었어요..
그때, 준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 놓고 있었지만요. 준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 되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이 작문을 준이 읽게 됐데요.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준은 〈우동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그 작문을 읽어 드릴께요.

(이 부분도 제가 기억하는 것이랑 다릅니다.
제가 기억하는 내용은 엄마에게 말하려다가 엄마가 바쁜 것 같아서 저 혼자 갔는 데 제목이 우동 한그릇이라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습니다. 뭐 읽어 드릴께요 라는 말은 없고..
상황적인 대서지요...)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준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작문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빚을 남겼다는 것,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석간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는 것 등..... 전부 씌여 있어요.
그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을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셋이서 다만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아줌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준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 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었어요.`
카운터 안쪽에서, 귀 기울이고 있을 주인과 여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 깊숙이 웅크린 두 사람은, 한 장의 수건 끝을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 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작문 읽기를 끝마쳤을 때,
선생님께서 준의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와 주었으니까,
인사를 해 달라고 해서.....`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갑자기 요청 받았기 때문에,처 음에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준과 사이 좋게 지내 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이 매일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럽활동 도중에 돌아가니까 부득불 여러분께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처음엔 부끄럽게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는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 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준과 사이 좋게 지내 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 밤의 광경이었다.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 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 사람을 주인과 여주인은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며 전송했다.
다시 일년이 지나…
북해정에서는 밤 9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을 2번 테이블 위에 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2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해정은 장사가 번창하여, 가게 내부수리를 하게 되자,
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이 바꾸었지만 그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어째서, 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 하는 손님에게 주인과 여주인은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고,
“이 테이블을 보면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 있다.
어느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 줄지도 모른다. 그 때 이 테이블로 맞이 하고 싶다” 하고 설명하곤 했다."

(이 부분도...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손님들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져
라고 압축하고 다음글 넘어가면...
내가 왜 이러지 자꾸 ..
쩝)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 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 테이블이 비길 기다려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나서 또 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해 섣달 그믐의 일이다.
북해정에는 같은 거리의 번영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었다.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 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 모여 가까운 신사에 그 해의 첫 참배를 가는 것이 5,6년 전 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 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평상시의 동료 30여명 이 술이랑 안주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 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2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다 알고 있다. 입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아마, 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을 비워 둔 채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는 동료를 맞이 했다.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서로 가져온 요리에 손을 뻗히는사람, 카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 있는 사람, 멋대로 냉장고를 열고 뭔가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하다.
바겐세일 이야기, 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 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 번잡함이 절정에 달한 10시 반이 지났을 때........
입구의 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 몇 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오바를 손에 든 정장 슈트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다. 다시 얘기가 이어지고 시끄러워졌다.
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 옷)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이 부분 필요 없지요.
두 명의 멋진 정장차림의 사내사이로
주름이 진..
그리고 여전히 어눌한 목소리로...)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괜찮겠죠?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

(십 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과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 에게 청년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 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교토의 대학병원에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토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 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입구에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가게 주인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있다가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며 일어나,)

이 부분도 그냥 청년과 어머니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주인 아줌마가 듣는 것으로 묘사 되고 있습니다.
아줌마에게 말하면서 느낌이 반감되고 있지요.. 쩝

“이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십년간 이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안내해요. 안내를!..
(이 대사도 필요 없슴다...
흐미 내일은 제가 가지고 있던 글을 다시 올려야 겠습니다 그려..

두 주인은 일상적으로 그 사람들을 맞이하고
그 사람들이 가자 여주인은 밖으로 나와
크게 안녕히 가세요 라고 외친다.
눈자락 휘날리는 북해정 사거리에...
식으로 끝나는 데... 쩝)

` 야채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에 우동 3인분!`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네엣! 우동 3인분!`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호막이 한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끝.

추신: 중간에 허접 떨어 좀 그러네요.
빠른 시일 내에 제가 가지고 있는 글 다시 올리겠습니다.
비교 해 보시죠.
왜 명작과 범작이 차이가 있는 지를....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글쓴이
2001.10.11 17:14
제가 전에 처음 읽었던 것을
어제 올린 것과 비교해 올립니다.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 데
뭐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스크랩 안을 보니 93년에 12월호 어느 잡지네요.
본문 그대로 편집을 해봅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어떻게 느낌이 미세하게 다른지를
여러분들이 꼬옥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공부하시는 분들도 꼬옥 비교 해보셨으면 하네요.

제목: 예약석

부제: "우동 한그릇"에 모두 울었다.

일본의 북쪽 홋가이도의 우동집 북해정.
오가는 발길로 붐비던 섣달 그믐날의 거리도 밤 12시를 넘기자
인적이 뜸해졌다.
설날채비를 위해 일손들도 서둘러 돌려보내고,
하루일을 마감하려 할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포장을 위로 젖히며, 두 사내아이의 손을 잡은 채
젊은티가 그대로인 한 여자가 가게 안에 들어섰다.

두 꼬마는 여섯 살 열 살쯤 됐을까.
엄마는 유행이 지난 낡은 반코트,
사내아이들은 설빔으로 장만한 듯한 운동복차림.
여느 손님과 달리 쭈뼛쭈뼛하던 엄마가
마치 어려운 부탁이라도 꺼내듯 주문을 했다.

"저.....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되나요..."
이 순간 엄마의 등뒤에 숨어있듯 하던 두꼬마의 걱정스런 눈길이
여주인의 얼굴에 부딪혀 왔다.
"그럼요, 그럼요.  어서 앉으세요."
일부러 예사 때보다 흥을 낸 여주인은 세 모자(母子)를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며,
주방을 향해, `우동 한그릇...!`하고 따라 외치며,
우동 국수를 손에 잡았다.
보통때의 1인분에 반(半)인분 몫을 더 얹어 덥히기 시작했다.
금방 덮힌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우동 한그릇을 놓고,
세 모자(母子)는 이마를 모았다.

"맛있네." 하는 형을 뒤따라 동생은 우동국수를 감아 엄마 입으로 가져갔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운 세 모자는 우동값 150엔을 치르고,
"잘 먹었어요."라며 문 밖으로 나섰다.
눈길을 밟아가는 세 모자를 향해
여주인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말을 던졌다.

분주하던 한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다시 맞은 그 해 섣달 그믐날밤, 이제 일을 걷어야지 하며
가게 안을 챙길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엄마와 두 꼬마, 엄마의 낡은 반코트 차림에서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는 여주인에게

"저 우동 한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 라며 미안한 듯 주문을 해 왔다.
주인은 "그럼요, 그럼요." 라고 선선하게 응답하며
작년의 그 자리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모자를 이끌었다.

"우동 한그릇!" 하고 크게 외친 여주인이 남편에게 다가가
"써비스하는 생각으로 세 그릇 덮혀요." 라고 귀엣말을 건네는 것이
난로옆에서 언손을 녹이던 세모자에겐 들리지 않았다.
"안돼. 그럼 오히려 불편해 할거야." 하는 남편의 대꾸도 물론 작은 목소리였다.

곱절분량의 우동그릇을 마주한 세 가족은
"맛있네...."
"올해도 북해정에서 우동을 먹은거야....."
라고 주고 받더니, 우동 값 1백50엔을 치르고 자리를 일어섰다.
"다음에 또 오세요.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여주인의 인사가 찬바람을 가르며
몇 차례나 이들 모자 일행의 어깨에 얹혀졌다.

어느 새 닥친 섣달 그믐날,
가게 주인 부부는 서로 말을 꺼네지는 않았지만, 밤이 이슥해 지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렁이었다.

남편은 `우동 2백엔`이라고 적힌 나무로 된
가격표를 뒤집어 걸었다.
올여름 값을 올리기 전의 정가인
'우동 1백50엔'이란 가격표로 바꿔 건 것이다.
난로옆의 2번 테이블에 '예약석' 표찰을 올려 놓은 것은 안주인이었다.
형은 중학교 교복차림,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잠바를 입고,
엄마 손을 잡은 채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 선 것은 10시를 넘어서 였다.

"저..... 우동 두 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라는 엄마를
2번 테이블로 안내한, 여주인은 '예약석'이란 표찰을
슬그머니 치워 등뒤로 감췄다.

"우동 두그릇!" 하며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남편은 아내와 눈길을 맞추며,
3인분의 우동국수를 더운물에 집어 넣었다.

무뚝뚝한 남편과 조금 수다스런 아내가 따듯한 눈길로
2번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사이,
세 모자가 주고 받는 낮은 목소리의 이야기가 귓전에 와 닿았다.

"'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단다....."
"' 하실 이야기라니요? "
" 형아야, 그리고 준아..... "
" 실은 말이야 돌아가신 아빠가 낸 교통사고 있지?
  그 때문에 여덟사람이 다쳤거든.
  보험만으로 피해 보상을 다 할수 없어,
  엄마가 다달이 5만엔씩 갚아왔어.`
" 알고 있어요...."
" 그런데 말이야.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하는 데
  이 달로 다 갚게 됐단다. "
" 엄마, 그게 정말이야? "
" 그럼! 넌 신문배달까지 하고, 준(동생)이는 심부름이다,
  저녁준비까지 도와주는 바람에 안심하고 회사에서 일을 해,
  이번 특별수당을 받아 갚을 거란다."
" 그럼 우리도 엄마한테 비밀이야기 해 드릴께요.
  사실은 준이가 글짓기 대회에서 1등으로 뽑혔거던요.
  그렇다고 선생님으로부터 글짓기 발표회에
  참석해 달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회사를 쉬시게 될까봐,
  내가 대신 갔었어요."
"' 그랬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 글짓기 내용이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것이었나 봐요.
  그런데 준이가 1등으로 뽑힌 글짓기를 일어나서 읽는 데
  제목이 〈우동한 그릇〉이잖아요.
  야, 이것 북해정 이야기구나 하고 금방 알게 되었어요.
  야, 이 준이녀석 창피하게 하필 그걸 썼냐 하는
  생각 때문에 얼굴이 붉어 졌어요.
  섣달 그믐날 셋이서 먹는 우동 한그릇이 정말 맛있었다.....
  준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아빠의 교통 사고때문이었지만 ...
  세사람이 한 그릇만 주문해도 가겟집 아저씨,아주머니 선뜻 들어 주고...
  가게 문을 나서면,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새해 복 많이 ...' 하며
  큰 소리로 인사까지 해준다. 그 아저씨, 아줌마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꺽이지 마라' '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고
  응원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나도 크면 어려운 손님에게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본 제 1의 우동집 주인이 되겠다... 이런 내용이에요."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샌가 주인 부부의 모습이 가게에서 사라졌다.
주방 한 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수건 한자의 양편을 서로 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준이의 엄마대신 형이 이 자리에 나와 있다면서,
인사말을 하라고 하시잖아...
처음에 말이 나와야지,
그래서 한참 있다 이렇게 이야기 했어...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줘 고맙다.
동생이 매일 저녁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클럽활동중에
먼저 나와야 해 미안하다.
준이가 <우동 한그릇>을 낭독할 때
처음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준이가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읽어 가는 동안
<우동 한 그릇을 부끄러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우동 한 그릇만을 시키 실수 있었던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버리지 않겠다.
준이와 함께 언제까지나 엄마를 지키고 보호해 드리겠다...
이렇게 끝을 맺었어요..."

작년보다 한결 밝은 표정의 세 모자.
손을 꼭 쥐고 돌돌 구르듯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두독여 주기도 하고
세 가족은 '세모우동'을 다먹은 후
우동 두그릇 값  3백엔을 치르고 가게 문을 나섰고
주인부부는 이 들이 길 모서리를 꺽어 들어 사라지기까지
큰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연신 허리 굽혀  인사말을 보냈다.

또 한해가 지난 섣달 그믐날,
난로옆 2번 테이블에는 '예약석' 이란 표찰을 올려놓고
'그믐날의 그 손님'을 기다렸건만
세 모자는 어쩐 일인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난로옆 2번 테이블은 빈채 새해를 맞았다.
그래도 북해정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몇 해후에는 낡은 테이블을 새것으로 바꾸는 등 가게를 다시 꾸몄다.
다만 난로 옆 2번 테이블만은 옛날의 의자와 테이블을 그냥 놔둔채...

이후부터 새테이블 틈에 하나 남은 헌테이블의 사연은
손님들 사이사이로 번져갔고  
언제부터인가 2번 테이블은 `행복의 테이블`로 불려지게 됐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이 굳이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그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면서 까지 한 번 앉았다 가보겠다고 할 정도로...

그로부터 한참 세월,
10년인지 11년인지가 더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이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올해도 2번 테이블은 손님을 맞지 못한 채
해를 넘기려던 참에,
가게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안에 먼저 들어 선 것은 산뜻한 겨울 코트 차림의 두 청년.

누군가 하고 머뭇거리던 주인 부부의 눈길은,
단정하게 정장을 한 초로(初老)의 부인이
두 청년 사이에 끼어드는 것과 함께
지나간 세월을 더듬어 올라갔다.

"저..... 우동 세그릇을 시켜도 되겠어요...?."
라는 부인의 목소리가 귓전에 와 닿는 순간,
옛날을 거슬러 올라가던 주인부부의 눈길은
"저... 우동 한 그릇만... "
하며 조심스러워 하던 14년전의
그 모습과 만났다.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형은 의사가 되고,
동생은 은행에 다니고 있다던가....

-끝-


Profile
truerain
2001.10.10 22:59

.....잘은 모르지만 이어령씨가 언제더라...
94년인가요... 출간한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에 아마
윗 글에 대한 그럴싸한 '분석'을 해 놨던 것 같은데요...

한번 읽어보세요...
이어령씨의 쥑이는 분석력과 글빨을...

Profile
sandman
글쓴이
2001.10.11 15:41
글 그대로 옮깁니다.
좀 길지만 필요하신분이 있으시다면....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감상문

동의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강호성(94)

Ⅰ서론

이 책에서 저자 이어령씨는 또 한번 그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일본 문화에 대해서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 준다.

더욱이 이번에는 '한 그릇 메일국수'라는 「구리 료헤이」의 동화로써 그 속에 숨겨진 일본인의 진면목을 풀어내준다.

나 역시 이어령씨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한 그릇 메밀국수》를 읽었던 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 요목조목 조리있게 해설해나가는 이어령씨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또 한번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여기서는 한 그릇 메밀국수에서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본문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Ⅱ본론

저자는 이 한편의 동화를 분석하기에 정치, 문화, 경제, 역사...등 다양한 방면에서 체계적인 예시를 들어나가면서 풀어헤치고 있다. 본인 같은 짧은 식견의 학생이 이 한편의 동화를 읽고는 단지 3류 최류성, 멜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이었음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 한편의 동화속에서 저자는 『갚는 문화와 지속하는 문화』, 『좁는 공간속..』, 『노렌의 의미,『검약정신과 사치』, 『기쿠바리와 숨기기』, 『신화만들기』, 『경영의 비밀』등 크게 7가지의 테마로 나눠서 일본문화를 다시 한번 정의해본다.

여기서 7가지의 테마속에 담겨진 내용을 간략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①갚는 문화와 지속하는 문화

섣달 그믐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경계선이다. 흔히 망년회라는 연말행사를 통해 한 해의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것을 받아들인다는 문화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엄격히 말한다면 모든 인간관계를 하나의 부채관계로 보고 그 신세를 갚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한 목표이고 정형사상이 배어있는 것이다. 이어령씨는 그 단적인 예로 『すみません 』, 『おかげさまで 』두 표현을 제시한다.

즉, 궂은 일에는 <すみません>, 기쁜일이면 <おかげさまで>라는 '은혜와 갚음'의 의미이다.

그래서 이 동화에서도 시간적 배경이 섣달 그믐으로 되어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해정이 섣달 그믐이면 일년 중에 가장 바쁜 날이라는 직접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세 식구가 그곳에 나타나게 된 이유도 그것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일년 동안 고생한 아들들에게 뭔가를 갚아야하고 그것이 한 그릇의 메밀국수인 것이다. 또 그 여자 손님은 그 동안 갚아야할 빚을 섣달 그믐날 모두 갚았던 것이며 좀 더 이야기를 확대해보면 10여년 지난 섣달 그믐에 이 세 모자가 북해정 소바집에 다시 들르는 것도 건에 한 그릇 밖에 시키지 못했던 미안함을 갚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자는 여기서 이러한 일본인의 정신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빚이나 은혜를 갚는 것처럼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도 갚는 행위라 하여 그 이면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②좁은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

이 동화는 좁은 공간 안에서면 연출해 나갈수 있는 이야기이다. 만약 종업원이 여러명 있는 가게였다면 소바집 주인과 손님사이에 따뜻한 암묵의 온정과 신뢰는 이뤄낼 수 없다.

일본 사람들을 이런 좁은 공간은 <ふれあいの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처음엔 세 모자, 다음엔 세모자와 북해정 주인, 마지막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동네 사람들도 그 후레아이는 커져만 간다. 그리고 이는 점점 확대되어 북해정의 공간을 북해정 일본공간 ,세계의 공간이 된다.

이 속에는 쇼토쿠 태자 때문에 국사로 삼아왔던 화의 사상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인 후레아이(서로 모여 일체가 되는 것)의 신조가 잘 드러나 있다.

③노렌이란 무엇인가

<노렌>은 원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처마에 차일처럼 드리운 천을 뜻하는 말이나 에도 시대때 상점에서 이 노렌을 많이 사용하고 거기에 자기네 상점 옥호를 물들어 걸어 놓았기 때문에 상업 문화를 상징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동화에서는 노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을 내어 열고 닫는 막과 같은 구실을 한다.

그럼 저자는 왜 이러한 노렌이야기를 끄집어내는가? 그것은 노렌으로 상징되는 상인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분명하다. 이 동화의 이야기를 풀고 나가는 감동은 바로 소바집 부부의 철저한 상인기질에 있다. 조리대의 불도 이미 다 끄고 문을 닫을 준비를 마친 폐점시간에 그것도 섣달 그믐날 밤에 또 세 사람이 먹을 일인분이지만 시키는 손님은 싫은 기색없이 오히려 반겨 맞아 주었기 때문에 감동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본다. 선비의 나라 한국에서 이 상황이라면 문전에서 내쫒아 버렸거나 그렇지 않으면 돈도 받지 않고 삼인분의 메밀 국수를 말아주었거나 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여기선 150엔 동전을 내 놓고 나가는 손님도 만엔짜리 지페를 내놓고 나가는 손님도 다 같이 "ありがとう ございます"라고 고개를 숙어야 할 손님으로 여긴다.

비단 이러한 정신은 상업문화를 꽃피운 나라에서는 어디에서든지 찾아 볼수 있는 현상이다.

소바집 주인은 정확히 한 그릇분의 계산을 하지만 실은 1.5인분의 먹을 분을 내놓은 인정을 발휘하는데 여기서 일본의 상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대하면 노렌의 상술 정신은 자본주의 정신으로 연결되고 두 아이를 거느린 부인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근면, 300엔을 아끼기 위해 소바 한그릇을 시키는 것은 검약, 제 날개의 보상금의 빚을 갚기 위해 각고의 희생을 치르는 것은 정직이다. 상도의 (商道義)에 일본적 자본주의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④검약정신과 사치

흔히 일본을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서민은 가난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동화의 이야기로 그런 가난한 서민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에도 시대때부터 수 백년동안 생활 철학으로 삼아온 겐야쿠(검약)의 정신을 현대적 신화로 옮긴 것이라 한다.

일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생활 신조의 하나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면 검약이란 말이다. 동시에 가장 꺼려하는 금기어가 <제이타쿠>라는 낭비와 <오고리>라는 사치이다. 그래서 가장 값싼 음식인 메밀 국수를 놓고서도 세 식구가 한그릇을 시켜먹는 이야기는 검약의 극한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세 사람이 세 그릇을 시켜 먹을 것은 최고의 제이타쿠라 볼 수 있는데 이 낭비를 하면서도 300엔을 아끼는 검약의 이야기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150엔의 사치가 만들어 낸 절약의 미학과 눈물 이것이 경제제민을 검약제민으로 바꾼 "바이간(梅岩)사상"의 텍스트이다.

저자는 여기서 전자 분야의 꽃이라 불리는 반도체와 주류를 형성하는 CMOS의 에피소드와 JAL의 페인트를 벗긴 에피소드를 예를 들면서 물질적인 절약정신만이 아닌 정신적 차원까지 의미를 확대 해석한다. 즉 절약의 정신을 상징적 의미로 하나의 목표로 향해 협심하는 공동체의 和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화에서도 한 그릇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세 모자의 화가 생기고 굳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⑤기쿠바리(氣配り)와 숨기기

저자는 이 한 그릇 메밀국수로 인간과 인간관계를 나타난 휴먼드라마라고 평한다.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주와 객이 서로 얽혀있는 인간관계의 이야기라고 한다.

북해정 주인 부부, 어머니와 아들들, 북해정의 손님들...어느 한 부분이 빠져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그들은 독립적이지 않고 섬세하게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집단주의가 무엇인가 엿 볼 수 있다. 이런 관계를 이루고 있는 패러다임은 <氣配り>이다. 남에게 신경을 써 주는 행동일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자기 행동은 자기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배려해서 행동하는 경우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여자 손님이 문닫을 시간에 북해정에 나타난 것은 <氣配り>로 해석 가능하다. 즉 한창때 북해정에 들어온다는 것은 세 식구가 한 테이블에 앉아서 메밀국수 한 그릇을 시켜먹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과 자리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다 같이 폐를 끼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도 남의 눈들이 잔뜩 있는 자리에서 한 그릇만 시켜 먹는 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바집 주인 역시 손님이 미안해 할까봐 일인분의 주문에다가 반 그릇분을 더 넣어서 아내와 손님 모르게 만들어 준다.

즉 기쿠바리에 대한 기쿠바리이다. 이러한 상호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여 일본의 집단주의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氣配り에서 시작된 인간관계는 야사시, 오모이야리,우치와바나시,우치와나카다,히게미로 발전하여 공존공영의 세계로 나가는 집단주의의 저패니스 드림이라 해석된다.

⑥신화만들기

일본문화는 지탱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그리고 우리의 다른 문화가 바로 모든 행위로 양식화하는데 있다.

이른바 일정한 형식으로 정형화하는 일종의 틀 만들기이다. 마음이 있어서 어떤 양식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양식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생겨난다. 이런 권리는 다도, 노, 가부키같은 생활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본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 뻗쳐있다.

이 같은 양식과 의식화에서 생겨난 것이 이른바 '신화'라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신화라는 허구성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 의식이다. 이 동화는 의식화의 신화의 허구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적 문화의 특성이 어떤것인지 잘 보여준다.    매년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의 그 <2번 테이블>은 '행운의 테이블'이라는 하나의 신화를 만든다. <2번 테이블>은 일종의 재단으로 바뀐 셈이다. 그 허구가 현실을 압도하기 위해서 십수년 이라는 그 역사적 지속성, 해마다 벌이는 북해정 주인의 제례적 행위가 계속된다.

이 동화가 일본에 실제로 파문을 던진 카케소바 증후군의 유별난 현실을 놓고 보더라도 일본 문화의 허구성과 그 신화 만들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일본의 집단주의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으로 본다.

이렇게 허구와 사실의 일체가 되는 일본병의 증후군이 군국주의의 이데올로기와 만나면 우리가 겪었던 그 가혹했던 식민국의 통치가 되고 그것이 산업주의 실용성과 만나면 오늘의 경제대국을 만드는 일본식 경영이 되는 것에 저자는 더욱 주안점을 두고 있다.

⑦일본 경영의 비밀

이 동화 한편을 통해서 일본의 경영 시스템을 엿 볼 수 있다는 저자의 논법에 또 한번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형 경영의 네 가지 특성을 이 동화에 대입해서 풀어주고 있다.

그 첫째는 목표관리의 중시에 있다라고 한다.

한 목표를 향해 몰아가는 경영방식인데 이 동화의 세 모자 앞에 놓인 인생의 목표만 세 식구가 세 그릇의 소바를 먹게 되는 것이다. 이를 향해 그들은 슬픔도 염치도 부끄러움도 마다않고 10년간을 뛰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팀워크이다.

이른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적 성격을 이용한 경영방식이다. 집단책임을 통해 팀워크의 힘을 발휘하여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올린다. 이런 팀워크는 연공서열제라던가 종신고용제같은 시스템으로 뒷받침된다. 북해정은 부부가 경영하는 가게로써 그야말로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세 모자 역시 한그릇 메밀국수를 나눠먹고 함께 힘을 모아서 어려움을 극복한다.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이룩한 팀워크의 성공담이며 그 승리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래에 대한 장기 전략에 관한 것이다.

매상고의 10%~12%를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북해정의 빈자리 예약석이 그런 경영형을 상징한다. 손님들이 북적일 때는 그믐날이며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위해서 빈자리의 예약석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 이것이 미래를 투자하는 정신이다. 저자는 만약 그들이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예약석은 보람과 빛을 잃었을 것이며 반복적인 것에서 벗어난 의외의, 미지의 세계에 적응력에 약한 것이 일본의 경영이라고 말한다.

네 번째는 과당경쟁이다.

일본의 기업은 서로의 경쟁심을 돋구어 긴장감과 성취욕망을 부추긴다. 이 같은 과당경쟁체제를 통해서 종신고용제이면서도 실력주의 사회를 만들어낸다.

북해정가게 주인이나 인턴이 된 아들, 은행에 취업한 작은아들 모두가 과당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Ⅲ결론

이렇게 「한 그릇 메밀국수」를 통해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의 주요 맥락을 되짚어 봤다. 이어령씨의 <일본론>, 한 지성인의 눈을 통해서 포착된 일본적 특성은 축소지향이라는 하나의 보편적 특징으로 규정지었고 다시 "한 그릇 메밀국수"를 통해 다시 그 특징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음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본의 문화를 느끼고 그저 아름다운, 최류성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자가 말한 것 기모노 속에 숨겨진 속살을 봐야한다라는 것을 알아야하겠다.

이 책이 출판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일이다.

현재 21세기에 들어선 현재 한일관계에서는 역사교과서 문제부터 종군위안부같은 예전부터 거론되어온 현안 문제가 놓여있고 2002년 월드컵을 공동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점이 무엇이겠는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 100번 이긴다"라는 옛말이 있지만 적으로 간주하고 대립해서는 안 되는 나라이지만 충분히 일본이란 나라를 숙지해야만 하는 이웃나라인 일본이다.

하와이 출신 "고니시키"가 몇번이나 스모에서 우승을 했건만 요코즈나가 되지 못한 것은 일본의 스모의 정신, 즉 "和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이란 본질을 파악하지 않은 채 현안문제와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 점을 파악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존재가치와 교훈성, 의미는 남다른 것임은 분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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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9 17:45
일본 국회 예산심의위원회에선가, 문득 한 의원이 읽어내려 감동의 눈물바다를 만들었다는, 좀 일본적인 스토리가 책머리에 붙어있던 단편이었지요. ^_^
작가는 '구리 료헤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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