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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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가을날의 동화(!)

mee4004
2001년 10월 10일 00시 14분 22초 1050 6 2
- 꼭 할 말이 있어.
- 나가기 싫은데...그럼 감나무가 있는 커피집에서 만나자.
두런두런 감나무 아래, 구석진 곳에 정다운 얼굴들이 있습니다.

- 귀찮다는 사람까지 불러내 할말이 뭐야?
- 우리 같이 사고치자!
- 사고?
- 우린, 조폭이나 엽기나 신라나 이런 영화 싫어하잖아.
  그런 영화만들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영화들을 만들자
- 영화사 차리자는 거야?
- 그런 이야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의 영화를 만들 환경을
   만들자고.
...어쩌구 저쩌구.

생각한다.
다들 잘난 사람들.
배울만큼들 배웠고, 뭐하나 못하는 것도 없고,
어디가서 막노동을 해도 잘먹고 잘 살 사람들이...일부러 힘든길을 간다.  

고딩때 봤던 운동 열심히 하던 언니 오빠들 같다.
맘이 싸르르 하다.

- 한살이라도 젊을때 저질러야지.

눈물이 나려고 한다.
누가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청춘을 걸고, 좋은 영화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이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줄까?

하지만 꿈꾼다.
지금은 꿈틀거리지만, 겨우 바시락바시락 대는 우리들이지만,
이러다가 스러질지도 모르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그때,
우리 그런 열정이라도 뜨거웠다고 추억할 날이 오리라.
감나무 아래서,
홍차와 커피를 마시며 종업원들의 눈치를 보며 몇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떨었던 수다들이 전설처럼, 혹은 동화처럼 들리는
그런 행복한 날이....오기를.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ryingsky
2001.10.10 00:28
헉, 나 오늘 낮에 가을 동화' (순수 창작물) 라는 엽기 버전 코메디 단편 소설을 봤는데.. --+ 유사품이군.. 가을날의 동화라..
vincent
2001.10.10 01:09
전설처럼 동화처럼...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심장같은 결의로..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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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1.10.10 14:08
'맘이 싸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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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1.10.10 16:55
존재와 실체 - 싸르트르.. ^@^ 이론과 실전...
준비는 길게 하되 실행은 전광 석화처럼.....
funnel
2001.10.11 23:07
가슴속 한가운데 깨지지 않는 불멸의 진주가 있다. 흙에 묻혀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러다 내가 죽었다. 진주는 안 죽었다. 그게 실패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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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1.10.22 15:29
그 진주의 존재를 남이 아는 가? 혹은 그 진주가 사회 속 혹은 역사 속에 남아있는가? 아님 그냥 떠돌아'만' 다니는 가 문제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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