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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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공원 가는 길.

hal9000 hal9000
2001년 11월 06일 06시 49분 25초 1001 2
  
  기쁜 이야기는
  눈 처럼 와서 우리의 앞 길에 퍼져 내린다.
  
  기쁜 이야기는 뿌옇게 잘 기억을 못 해요.  
  기쁜 이야기는 머리 속에 두고만 있는건 아니죠?
  삼삼 갈 길에 흩뿌려두고
  잘 보이게 깃발로 표시를 해놓고
  걷다가 재미 없을때 마다 하나씩 아끼면서  
  밟고 가는거잖아요. 그렇지요.
  지루 할 때 짜증 날 때
  발걸음에 톡톡 터트리는 일. 재미있죠.
  어쩔땐 붕 날게도 하잖아요. 잘 알죠?
  기쁜 이야기는 사실 금방 까먹는거 같지만
  지금 당장 쓸모있는 이야기가 아닌거죠.

  나쁜 이야기는
  머리위에 따라다니며 비내리는 구름처럼.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뚜렷한 이야기 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밥도 못먹게 하죠.
  어떤건 뿌려진 기쁜 이야기 옆에 숨어서
  지뢰처럼 떠오르죠.
  나쁜 이야기는 알록달록하게 밟기에 좋아요.
  하지만 밟는다면 한동안 그 자리에 묶어둡니다.
  앞길을 보지만 가지못하고 묶여있게 하죠.
  눈에 보이면 파내서 집어던져요.
  깊이 파내세요. 묻어 있는 흙까지.
  대신에 잘 던져놓고 혹시 쓸모가 있지 않을까
  다시 손대지 마세요. 다른 색으로 유혹하는 거니까요.
  다시 손대면 뻥 터져서 또 묶이고
  어쩌면 더 오래 묶어 놓을지도 몰라요.
  곤란한기 짝이 없는 놈.

  우리가 갈 길에 기쁜 이야기를 많이 뿌려둡시다.
  지금 기쁜 얘기 많이 하세요.
  우리가 이제 지나게 될 겨울이 되면
  송곳같은 나쁜 이야기도 묻어버릴
  기쁨이, 눈처럼 내릴겁니다.
  겨울은 마냥 춥지만 않을거고
  밤이면 항상 깜깜하지만은 않을 거에요.
  그건 내가 장담하죠.
  약속.
  
  잠자는 밤 동안 몰래 쌓여서
  창문이 하얗게 될 지경으로
  이제 기쁨은 눈처럼 오세요.
  다 덮고도 남으면 여름에 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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