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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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짧았던 그녀와의 만남.

sadsong sadsong
2001년 11월 26일 22시 33분 55초 1100 4 18
그것은 정말 우연한 만남이었다.

그녀는 나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돌아서려 했지만,  날 잡으며 매달린다.
난, 이런식의 만남은 원치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녀는, 이제껏 여러사람을 만나봤지만, 아무에게나 이러는건 아니라며 붙잡는다.

정작, 내가 뭘 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녀.
직장 다니냐고 묻는다. 학생이냐고 묻는다.
알거 없지 않느냐며 비밀이라고 답한다. 너무했나?
씁쓸하게 웃는 그녀.

이제 더 이상은 싫다며 정말 가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딱 한가지만 더 묻겠다는 그녀.
좋아 딱 한가지야. 더 이상 붙잡지 말아줘.

꿈이 뭐냐고 묻는다.

꿈....
꿈이라.....
....
이런 말하면 웃기지 않을까하는 잠깐의 생각을 누르고
평소 마음가짐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국민들의 의식개혁.... 권력장악을 통한 국민들의 의식개혁.'

그녀 잠시 멈칫.
개혁(아니, 혁명이라고 했나?)을 하겠다고? 의아해하는 그녀.
조만간 그렇게 될거라면서.... 차갑게 돌아서는 나.

"잠깐, 잠깐만....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웃기네, 딱 하나만 더 물어본다고 했잖아.'
못들은척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여성스런 김세황의 남성스런 러브스토리.



그렇게 그녀를 뒤로하고 집에 온것이 한시간 전.




- 이상은, 꽃섬 보고 돌아오다 광화문 지하도에서 마주친
'도'에 관심있는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재구성한것입니다. -

sadsong / 4444 / ㅈ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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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던데 꽃섬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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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jelsomina
2001.11.26 23:42
재밌어요. 좋은데요.
새드송님은 글을 써야 할것 같군요.
잘 모르지만 재밌고 좋은 느낌의 글들이 나올것 같아요
vincent
2001.11.27 09:12
"도에 관심 있으세요?"
"관심 없는데요"
허무개그 같지만, 이렇게 말하면 그 혹은 그녀,
아무 말도 안하고 보내주더군요. ㅡㅡ;;
fly2000
2001.11.27 15:43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고 있습니다....
Profile
xeva
2002.10.04 03:30
음...글을 읽다가 예정에 내가 그녀들에게 했던것들이 생각난다...그들이 말하는 그 집단들의 모임이 있는곳까지 가서 구경해보고 내가 아는 오행지합설에 대해서 말해주고 나 이만 갈시간이 되서...가봐야겠어요..하고 그냥 나왔던...ㅋㅋㅋ
아마 그사람들도 황당했을것이라는 생각이...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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