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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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엄마와 엄마의 엄마.

sadsong sadsong
2001년 12월 06일 15시 05분 01초 1001 3 10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우리 엄마는,
시장에서 산 2만원짜리 엉터리 등산화에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우리 할머니는,
자꾸만 등이 굽어가는 여든 넘은 우리 할머니는,
주무시다 그냥 돌아가실것만 같다는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짜장면을 사주시겠다며 날보고 웃으시고.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숨길 수 밖에 없는 나는,
소리죽여 태운 검은 속으로
매번 다짐을 하지만....

신비로운 눈물샘으로부터 급조된
상처를 닦아내것이 전부인 지금, 오늘,
남은 2001년은  25일.


sadsong / 4444 / ㅈ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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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화창한 날, 갑자기 필요했던 두루마리 휴지 두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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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inekid
2001.12.06 22:58
두칸으로는 너무부족하지않아요?콧물도날텐데,,,
now_groove
2001.12.06 23:36
상처나서 아까 후시딘 사왔는데...빌려드릴까요?
vincent
2001.12.07 01:06
아물어도 재생되는 상처
혹은 도통 아물 길이 없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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