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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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창원가는 기차

truerain truerain
2001년 12월 30일 22시 20분 25초 1185 2 2

#1> 내년 6월이면 '민간인'이 될 후배에게서 얼마전에 편지가 왔습니다
      참고로 녀석은 99학번이고 제가 알기로는 80년생이고 틀리지
       않다면 99년도 1학년시절 2학기 성적 모두 학사경고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집은 부산이고 위로는 누나가 한명있고 집안에 남자는
       그 녀석 한명인 듯 하더군요.

    뭘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남의 집 야그까지 쓰냐고 의아해하실
     분들이 저기 구파발에 3분 계시고 무악재에 2분.. 아.. 안국동 5분은
     손 내리세요..^^"  이렇게 몇 분이 계실 듯 한데요

    그러니까 그 녀석이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사실 전 요즈음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영화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게 과연 무엇일까 하고... 정말 할 수 있을까..
   부모님도 생각해야 되고... 아마 이게 제일 큰 이유일지 않을까 싶네요..

   절실히 느껴요.. 혼자만의 삶이 아니란 걸.. 뭐랄까.. 저 자신이
   생각하기엔 제가 엄청난 자신감에 쌓여 있다고 느끼면서도 양면적으로
   는 그 자신감을 산산히 깨버릴 날카로운... 현실적인 절망감이 숨겨져
   있다는 것.. 아니 숨겨져 있다는 표현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는게 나을지도... (중략)

     ".... 하지만 저보다 먼저 그 곳을 향해 발을 내딛은 형의 생각을
     들어보고 힘을 받고 싶어서요...  그리고 형은 환상으로 포장된 말
     보다는 현실적이고 체험적인 의견을 듣고 싶거든요..
     쓰다보니 카드 분위기가 전혀~ ^^..."


   편지를 받은지가 1주일정도 지난 것 같은데 연필을 '꾹꾹~' 눌러 몇자
   찍어보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용기'(?)가 나지 않네요

    
#2>  어제 토요일에 헌팅땜에 대학로에 나갔습니다.
       혜화역에 내려서 출구쪽으로 나가는데 눈이... 정말 눈이 '비'처럼
        오더군요.
  
     눈이 참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계속 딱아내도 안경에 눈이 부딪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안경이 '뿌옇게' 변해서 업소주인을 앞에두고
       "저기 잠시만요.." 하면서 급하게 안경을 딱아내고 다시 말을
      건내려고 하면 계단을 올라오느라 숨이차서 가슴을 콩콩치면서
      다시 "저기 잠시만요.." 하면서 한 숨 돌리고....
    
       몇 스탑을 돌려서야 겨우 "저기 영화팀에서 나왔는데요" 한마디
     건넬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강 2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11곳을 찾아가서 2군데서 '뺀지' 먹었고 9곳을 어렵게 촬영하고
   사무실 가려고 대학로 먹자골목을 지나 혜화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그 순간...
    아마 그 순간 누군가 저에게 "힘들지.. 많이.."라는 말을 '무심코'
     건넸다면 전 아마 대학로 먹자골목에 덜커덕 주저앉아 '엉엉~'하고
     울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문득 창원에서 군생활하는 그 후배녀석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어쩌면 내년 1월... 동료 스탭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냥 훌쩍
   창원에 다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다음 상황은
   안봐도 비디오고 엄마아빠 앞에서 짝짜꿍일테지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wanie
2001.12.30 22:49
쩝... ㅜ_-
lobery
2001.12.30 23:04
자기가 해야할 일에 대해 가족의 핑계를 대지 말라
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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