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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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

silbob
2002년 04월 04일 01시 14분 42초 1151 2 4
정각 오후 4시.
강남역 시티극장 앞, 벤취에 앉아 채만식의 <정거장 근처>를 읽고 있다.
몇분 후, K양과 L양 모두 약속시간에 늦는다는 메세지가 오다.
순간, 날이 좋아 거리에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끼다.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다.
눈이 맵다.
정거장 근처라 매연 때문이라고 생각하다.
이내 등뒤로 경찰차들이 지나가다.
이상하다.
경찰차 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20분 후, K양이 도착하다.
약간의 담소를 나누다.
다시 등뒤로 닭장차가 갑자기 밀려오다.
차가 막혀 꼼짝 못하고 있다는 L양의 전화가 오다.
무심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신호등 앞, 꽤 큰 사람들의 무리가 모여있음을 감지하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다.

잠시후,K양에게 가방을 맡긴후 사람들이 모인곳으로 이끌려가다.
1차선이 경찰차 예닐곱 대와 그만큼의 닭장차로 전복되다.
짙은 군청색의 유니폼을 입은 경찰들이 행렬을 지어 행인들을 막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어느 남자에서 시선이 머물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벌려진 입 사이로 흐르는 붉은 피를 보다.
경찰인 듯 보이는 사복의 두 남자가 남자를 양쪽에서 잡다.
이내 경찰 봉고차가 도착하다.
남자는 질질끌려 봉고차 안으로 머리를 쳐박히다.
사복의 한 남자, 피흘리는 남자에게 험한 주먹질을 하다.
보고있던 무리의 시민들 소리를 지르다.
카메라를 든 어느 남자 셔터를 누르다.
몇몇의 어른들 경찰에게 항의하다.
경찰들 황급히 남자를 태운 찻문을 닫은 후 길을 재촉하다.
길을 정리하는 교통경찰의 손이 바빠지다.
남겨진 행인들 허탈한 표정으로 갈길을 잠시 잃다.
순간, 도착했다는 L의 전화가 오다.

대형을 빠져나오다.
온 거리는 알수없는 긴장으로 팽배해지다.
갑자기 눈물이 핑돌다.
L과 K를 만나다.
눈인사를 하다.
그러나 눈은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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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복잡한 강남역 부근 이상한 일이 있었던 그 장소,
사람들 속 그 무리에 섞여 있었습니다.
제가 본것이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란 것 밖에는요.
아마 그일은 어느 삼류 신문의 조그만 모퉁이에도 실리지 못할 일이겠지요.

그러나 피흘리는 그의 코 앞에서
그냥 보고만 있었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던간에
그가 무사히 이 밤을 보낼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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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2002.04.04 07:04
서울, 잔인하다. (금방 잊히는구나)
Profile
sandman
2002.04.04 19:50
아직도 그런 일들이 행해지고 있다니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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