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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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여기서....하고싶다

truerain truerain
2002년 04월 08일 19시 46분 05초 1079 1
2차 봄 촬영을 앞두고 다시 헌팅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또 이런저런 파란만장(?)한 일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쨔샤... 그동안 꾸(쿠)사리 피해가느라 욕 봤다.." 하면서
이제 우린 다시 하나가 되었다고 그렇게 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1> 한 2주일 전쯤인지 합정동에 헌팅을 나갔습니다
       헌팅장소가 '옥상' 인지라 이 집 옥상 저 집 옥상
       마치 스파이더맨 처럼 왔다리 갔다리하고 있는데
       밑에 내려오니까 갑자기 누가 제 옆으로 '쓱~'
       오더군요

       "저...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하면서 무슨 뺏지
        를 보여주는데 (사복) 형사였습니다. 아까부터  왜
        계속 옥상에서 기웃거리냐고 묻더군요

        덕분에 주민증도 까 보였고 주민증에는 안경을
        안 쓴 사진이라 안경도 벗었고 <씨네21>에 실린
        울 영화자료까지 보여주면서 그렇게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이런 일 하시면 검문 많이 당했겠네요" 라는 짭새의
         질문에 "아뇨... 오늘 첨인데요" 하면서 그들과
         빠이빠이 했습니다.

#2>  며칠 전에 압구정동으로 다시 옥상 헌팅을 나갔습니다.
        상가는 상가인데 맨 윗집은 대부분 주인들이 거주하는
        그런 곳이었는데.....

        어께 간신히 인터폰으로 얘기할 때는 문을 잘 열어주더니
        문을 '빼꼼히' 열고 다시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영화하는 인간인데 옥상 헌팅땜에 그러는데
        한 5분만 옥상을 볼 수 있겠냐고 말하는 순간...

         "안 해요!!" 그리고 문을  꽝 닫아버리더군요
          그 순간 제 맘에도 커다란 금이 갔던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정수기 외판원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주 쪼금만~~

#3>    오늘은 강남구 xx동으로 다시 헌팅을 갔습니다
          다른 높은 건물 옥상에서 몇몇 곳을 찍어놓고
          각개격파식으로 그 집을 찾아 갔습니다.
  
           인터폰으로 대강 얘기했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문을
           열어주시더군요. 할아버지가 다시 뭔 일 땜에 그러느냐고
           물어서  조심스럽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나니까...

           "놀이터 가서 찍어... 밑에 놀이터 있어.."
            
#4>    위에서 그렇게 참 허무하게 일을 끝내고 그 근처에 있는
          xx동 무슨 빌라에 갔습니다. 강남이라 그런지 빌라입구에
          CC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쫄고 있다가

          경비실에 다행히 아무도 없길래 잽싸게 맨 윗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역시 5층 복도부터 철제문으로 막아져
          있더군요.
      
          인터폰으로 통화하고 어떤 아줌마가 나오시더군요
          "영화하는 사람인데요 옥상헌팅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문은 쉽게 열렸습니다.
          근데 아줌마 왈 "내가 전에 카페할 때 영화촬영 몇 번
          했는데 30만원씩 받았어... 돈 안 주면 옥상에서 못 찍어"

          그 아줌마 옥상까지 따라와서 계속 돈 얘기를 하더군요
          이거 '우리'(!) 옥상이니까 돈 받아야 된다면서...

           아니 무슨 옥상에 금딱지 칠을 해논 것도 아니고
           그냥 평상시에 비오면 비맞고 황사바람 불면 그냥
           모래를 뒤집어 쓰는 옥상에서 하루정도만 촬영하겠다는데
           참 어이없더군요...

           근데 이 이야기가 다른 곳에 안 퍼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울 감독님이 찍어온 화면을 보고나서 그 옥상에도 관심을
           두시는 눈치인데....

           괜히 소문이 잘 못 퍼지다가 결국 그 빌라 아줌마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촬영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없을테
           고  그리고 전 아마  울 팀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죠...

아 정말 여기서 편하게 찍으세요 하는 곳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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