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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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소매치기와 주민등록증

kinoson kinoson
2003년 03월 23일 03시 37분 13초 1191 1
얼마전 여자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지갑을
버스안에서 소매치기 당했다..
소매치기가 확실하다. 약간의 느낌은
있었으나 그런 신문에나 나올일이 나에게
닥칠거라고 생각치 않았기에 별신경을
안썼다..여튼 지갑이 없어졌다는것을
알고 가장 먼저 여자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것이 또 얼마나 짜증을 낼까나...

그 다음으로 그 안에 들어있던 카드
달랑 한장. . 그 다음으로 현금 2만4천원

아주 아주 상심에 상심을 하고있을 그 무렵
불현듯 그 안에 정말 땅에 파묻어버리고
싶을만큼 못나게 나온 나의 주민등록증이
생각이났다. 예전에 기차역에서 불심검문
당했을때 검문했던 경찰도 웃었던
그 주민등록증 사진...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한 그 주민등록증 사진..그 놈도
그 지갑안에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내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그려졌다.
지갑을 잃어서 상심했던 나의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새로 발급받을 주민등록증
생각에 아주 기뻤다..정말 아주 기뻤다..

두밤자고 월요일 아침..아침부터 꽃단장을
서줄러하고..정말 꽃단장 이었다..
옷 도 나왔던가? 라는 생각에 상의도
엄마가 빨아서 보내준 이쁜 남방을 입고
룰루랄라 동사무소로 향했다...
그날따라 날씨는 또 왜이리 상쾌하기만
하던지...
동사무소에 들어가서 재발급서를 작성하고
재발급비용 5천원을 내라길래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내주고 잠시 기다렸다..

아저씨: 다 됐습니다. 20일후에 찾으러오세요

나:(수줍게)저 사진은 어디서 찍죠?

아저씨: (다른일하며) 저번에 찍은 사진으로
나갑니다. 다 저장이 되 있거든요..

나:(부르르) 네?

아저씨: 저번 사진으로 나간다구요.20일후에 오세요...

결국 그냥 나올수 밖에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분명 눈물이었다..
난 꽃단장을 하고 갔었다..꽃단장..
최대한 갸름해 보일려고 들어가기전에
담배도 두개나 피우고 들어갔다....흑흑

재발급...20만일후에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 소매치기놈 잡히면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날 이후로 난 과격해졌다



P.S 오랜만에 와도 여전히 예전에 있던 그님들 이 계시는군요..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아이디를 보니 괜히 반갑네요...^^
[불비불명(不蜚不鳴)]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pplebox
2003.03.26 09:29
내가 아마 그 사진을 본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한사람일듯..kinoson 얼마전 im픽쳐스 앞을 지나며 너는 무던히도 찾던 기억이
잠시 난다...보고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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