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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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비오는 날 추억 한토막 ^^;

73lang
2003년 07월 22일 12시 08분 59초 1687 1 47
<동시상영>...

지넌 이말이 말 그대루 영화 두편얼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준다넌 말인줄 알았었슴돠...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와 '드랴큐라와 미망인'

'잔혹 드래곤 혈투'와 '(짝퉁)우주소년 캐샨 극장판'등 등이

동시에 상영이 되면 을매나 재미있을끄나?'허구 들어갔따가

번갈아 가면서 상영얼 허길래 "이런 씨부럴~! 이게 무신 동시상영이여?'하면스롱 눅눅한 팝콘얼 씹어먹음서 실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넌디요


<의용촌>...

이라는 곳이 있었슴돠...원래넌 상이군인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달동네 판자촌이였넌디여

그곳엔 비만 오면 방안에 빗물이 세는 부분에다 정확히 '고려청자 요강(?)'을 받쳐놓곤 했던 하꼬방 같은 쪽방에서 네식구가 사넌 친구넘이 있었슴돠

낮에넌 부모님께서 맞벌이럴 허시구

그 친구넘언 집안 형편이 그러헌디 정말 신기하게도 비됴데끄는 있넌거시였슴돠

그 당시 비됴라넌 것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스롱

비됴가게럴 가서

'아줌니...


<삐짜>

있어여?' 허면

비됴방 한켠에 딸린 방안에서

커다런 종이박스 안에서 파일안에 철이 되어 있넌 해적판 테이푸 비됴자켓 껍데기덜얼 펼쳐놓구

'이-뭔 영화 찾넌디...?'허면언

아직 극장 개봉도 안 한 최신작 위주의 극장 미개봉작 영화들이 수두룩혔었슴돠

예럴 들어서리 그 곳에서 '볼레로'나 '퍼블릭 우먼'이라넌 영화럴 골라서 보면

정확히 한 달 후 쯤에나 극장에서 개봉얼 허넌

긍께 최신 극장 미개봉작얼 것두 한달이나 빨리 볼 수 있넌 그런 씨쓰템이였넌디여

그런 곳에서 삐짜럴 구해서리

그 친구넘 집에 몇넘이서 몰려가 단체관람(?)얼 하곤 혔었슴돠



<파라다이스>

라넌 영화가 있었슴돠...

그 친구넘과 지넌 같은 교회럴 댕겼었넌디요

(저야 뭐 교회 가면 이뿐 가시나덜두 많구 빵두 준다꼬 혀서 다니기 시작헌 교회지만서두 ^^;)

그 교회에 보면언

서재 한곳에 마치 삐짜 비됴테푸 같은 것들이 꽂혀져 있넌 책장이 있었슴돠

깜장 싸인펜으루다가 휘갈겨 쓴 비됴테푸 제목덜 중에

'천국'이니 '주님의 은총'이니 '영화로 보는 성경'이니

하는 제목덜 사이루

유독 제 눈길얼 끄넌 제목이 있었넌디여

것이 바루 '파라다이스'라넌 거시였슴돠

파라다이스???

낙원이라넌 뜻잉가???

허면스롱 쭈쭈바럴 빨고 있넌디 그 곳 목사님의 아들넘이

제 곁으루 마치 비밀 접선얼 허디끼 다가 와서넌

귀엣말루

"성헌티넌 특별히 싸게 천원에 넘길께'하면스롱 속삭이넌 것이였슴돠

그리곤 덧붙이넌 말이

"성...뇨자 꼬추카락이 다 보인당께로!! 성...뇨자꺼 본적 있어?...그리구 침팬지가 딸딸이 치넌 장면두 있다 ㅋㅋㅋ"

지넌 그넘의 말얼 듣구 뇌에서 지진이 나넌것 같은 충격얼 맛봤었슴돠

"헉~! 그랴?"

"성...만약에 이 테푸 걸리면 종교영화라구 해야써! 성헌티만 특별히 눈물의 염가처분 허넌거싱께..."

지넌 당장 헌금 낼라꼬 준비혔었든 주머니 안의 꼬깃꼬깃헌 쌈짓돈얼 꺼내서리 그넘한테 줬었슴돠

그 파라다이스라넌 테푸럴 받아들구

담날 학교로 가져갔었슴돠

그날도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이였넌디여

마구 쏟아지넌 빗줄기럴 피해서리 저마다 실내화 주머니나 책가방을 머리에 이구

우리덜의 시네마천국이였떤

그 친구넘 집으루 향했었슴돠

그란디...그 친구넘이 열쇠럴 잃어버리넌 통에

마치 암벽 등반얼 허디끼 비럴 맞음스롱

벽을 타고 넘어서리 창문을 통해서 간신히 집안으루 들어갈 수 있었슴돠

그리고 이어졌던 시사회...

피비케츠가 눈웃음얼 칠 때 마다

피비케츠가 샤워럴 허넌 씬에서

또 피비케츠가 다리럴 쫙쫙 벌림스롱 물속에서 수영얼 헐띠마다

언뜻 보이넌 꼬추카락(?)에

저마다 흥분한 똘똘이(?)럴 움켜쥐고 감탄사도 아닌것이 신음소리도 아닌것이 깊은 한숨얼 내쉬었드랬슴돠

난중에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한때 브룩쉴즈가 나오넌 '블루라군'의 아류작이라넌 소리럴 듣구

한동안 가슴에 기쓰가 났었지만

빗물이 새넌 쪽방에서 요강얼 받쳐 놓구 봤었든

그 당시 파라다이스의 피비케츠넌

사춘기 소년들의 똘똘이와 가심에 불얼 땡기넌 그런 존재였었슴돠

영화럴 다 관람한 후

저마다 동전얼 모아가꼬

짜장면얼 시켜 먹게 뒤야씀돠

그 때 짜장묻은 얼굴로 친구덜과 나눴던 대화덜이 대충

"야....만약에 한 극장에서 영화 여러편얼 상영해 주면 워떨까이? 극장언 한갠디...스크린이 여러개여 그래서 그중에 골라보구 싶은 영화럴 보넌거시여~! 워떠냐? 내 아이디어가 쥑이지 않냐잉?"

"아니시...그럴께 아니라 울나라에서두 국제영화제 같은걸 하넌거여
부산같은디에선 깐느영화제 같은게 허구 인천 쪽에선 아보리아츤가 허넌빤따쓰띡 영화제 같은거 허구...지역마다 특색있넌 영화럴 허넌거여~!"

"그럴께 아니라 아예 우리덜 같은 아덜이 찍은 짧은 영화럴 모아가꼬 잘된 영화에 상 두 주구 하넌 그런 영화제넌 워떨까잉?"

"에이 다 필요읍따! 울나라 테레비넌 왜 채널이 미국방송(당시 채널 2번에서 해주던 AFKN)까정 해서 네개바께 읍넌거냐? 채널이 수십 수백개가 있어가지구 한 쪽에선 매냥 영화만 틀어주구 또 한쪽에선 뇨자 빤쓰쑈 같은것만 하루 왠종일 해주넌 거여~! 어뗘? 쥑이지 않컸냐잉? 우캬캬캬캬"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리던 16년 전의 그 날

우리가 했었던 꿈같은 얘기덜은

지금에 와선 모두 현실이 되었지만

왜 난 행복하지 않넌것일끄나?????



뱀발 : 그 의용촌에서 살던 친구넘언 시방 'CJ'에서 자체 제작얼 허넌 영화에서 련출부럴 하고 있담돠 ...우겔겔^^;;;




..........................영화럴 꿈꾸며 뇨자럴 꿈꾸넌 당랑타법 1분에 14타





* 필름메이커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7-24 05:2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namjune
2003.07.24 02:55
^^재밌네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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