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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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미등록 단말기

panicted
2003년 07월 23일 04시 30분 52초 2636 1 165
한참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거의 다 써갈무렵 갑자기 화면이 꺼지더니 또 다시 켜진다
놀라지 않았다
몇달째니까...
문자를 다시 써야겠지만 되도록 짜증 안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계속 그런다면 짜증이 나겠지만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잠깐만 기다리면 되는걸 가지고 안된다고 짜증내는 일이 많은것 같다
너무 빠르게 사는것 같다
얼마전엔 컴퓨터 부팅하는 시간을 못 참아서 짜증을 내려하는 날 발견하고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참 아무생각없이 사는것 같기도 하고 괴상하게 변해가는것 같다
어쨌든 다시 켜진 핸드폰을 봤다

"미등록 단말기"

란다
혹시 이랬던 적이 있으셨나요?
당황스러웠다 예상은 했지만 통화도 안되고 문자도 안되고 날짜.시간도 안뜬다
결국은 이러는구만..하고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핸드폰이 미등록 단말기 가 된날부터 이상한 생각들을 하게됐다
매일 쥐고 살던 핸드폰이 안되니까 이제 머리가 생각을 좀 하나보다
군대를 갔던 친구가 휴가를 나왔다 같은날 다른 친구2명이 군대를 갔다
난 아직 안갔다
요즘들어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됐다
"군대 언제 가니?".....
촬영,집안문제, 이런저런 생각해보면 핑계인것 같은 문제가 복잡하다
아직 그렇게 늦은나이는 아니지만 왠지 남아있는 친구들도 점점 없고 빨리가는게 좋은거다
라는 말 덕분에 요즘들어 조바심도 나고 외롭기도 하고 기분 알록달록 하다
촬영한답시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나마 있는친구들은 왜 그렇게 촬영있는날에만 동창회를 하는지...
이젠 나오라고 전화 오는것 자체가 고맙다..
2년을 넘어 3년을 내지갑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다른사람이 생긴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께 핸드폰을 뺏겼다고 전화하지 말라고 자기가 전화하겠다고 그리고 보름에 한번씩 전화와도...
정말 뺏긴걸 텐데 분명히 요금이 많이 나와서 한바탕 혼나고 뺏긴걸텐데
그런걸텐데....
핸드폰이 안되는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낸다 전화가 온것 같고...
미등록 단말기 라고 써있는게 왠지 누가 나한테 넌 등록되지 못한 단말기 같은 존재야 알고나 있니 라고
말해주는것 같다

담배만 늘어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달아 두개는 못피겠던데
이젠 종종 자연스럽게 입에 문다
이걸 다 쓰고 나면 또 베란다에 나갈거다 아마도..
그래도 다행이다 한개밖에 안남았다...

핸드폰이 안되니까 어째 편하다
전화가 안오니까
뭐 고쳐야되고 또 고치겠지만 별로 고치고 싶지가 않다
핸드폰을 고치면 또 핸드폰만 쳐다보며 살겠지
핸드폰이 날 가지고 다니는것 같다
사실은 핸드폰이 그렇게 되기전에도 저런생각들을 했었다
근데 노골적으로 이렇게 나오니까
이젠 어떻게 좀 결말을 내라는 얘긴가...
언제까지 그럴래...라는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우연(?)은 아닌것 같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xeva
2003.07.23 12:52
미등록단말기라고 뜨는 저의 핸드폰하나가 있죠..전화상태가 너무 안좋은데 바꿀 돈은 없고해서..KTF본점을 찾아가 핸폰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임대폰 얻을려고요..했었죠..임대폰을 얻은후...예전에 쓰는 핸폰에는 미등록단말기라는 단어가 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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