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줄줄 떠오르는 이야기.

sadsong sadsong
2003년 12월 14일 03시 39분 20초 1007 2 2
-학생때 이야기-

93년쯤에 여자 선배가 내게, 대충 이렇게 말했다.
"그대신, 부탁 하나 들어줘.... 제발 친구들하고 좀 어울리기도 하고 그래.... 알았지?"

93년쯤에 다른 과 여자애가 내게, 대충 이렇게 말했다.
"좀 아는척좀 해라...."

96년쯤에 여자 동기가 내게, 대충 이렇게 말했다.
"너는 그동안 우리한테 계속 벽을 쌓아두고 있었어...."

97년쯤에 여자 후배-1 이 내게, 대충 이렇게 말했다.
"오빠를 보면 괜히 술먹자고 얘기 해야될 거 같애."

97년쯤에 여자 후배-2 가 내게, 대충 이렇게 말했다.
"오빠, 그거 눈 밑에 있는 점 눈물점이래, 그 점 빼라.. 눈물점 있으면 슬픈일이 많데...."

구십몇년쯤에 몇몇 여자들이 내게, 대충 이렇게들 말했다.
"재수없어."


다음중, 위의 사례들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1. 내 주위엔 여자들밖에 없었다.
2. 남자들도 있었으나 남자들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3. 돌이킬 수 없을 많은 날들이,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오늘 이야기-

자전거 타고 한강을 달리는데,
귀에 걸린 음악 때문에 눈물이 났다.

예쁜 얼굴과 화려한 몸을 가진 분홍바지 여자가,
잘생긴 남자와 손꼭잡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지나갔다.

편의점 안, 기지개를 펴던 통통하고 예쁜 점원 아가씨는,
유리문 밖, 자전거 탄 나와 눈이 마주쳤다.

파출소 나이 지긋한 경찰아저씨는,
오늘 있었던 서울지방경찰청 배드민턴 대회에서 3위에 그쳤다고 실망스러워했다.

차들이 기어가던 다리 위에서 막 소리를 지르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있는 차가 내 옆으로 다가섰다.

귀엽고 슬픈 할머니 앞에 마주 앉은 손자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젖은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할머니, "넌 결혼 언제할래? 안할거야?"
손자, "사귀기만 하고 결혼은 하지 말죠 뭐...."
할머니, "결혼해서 애도 낳고 그래야지.. 죽을 때 외로워서 어떡해...."

할머니네집 티비에선 송옥숙씨가 울고있었고,
손자네집 티비에선 세종기지 대원들이 울고있었다.



-지난 가을 이야기-

엄마가 아이고 허리야.
엄마가 아이고 다리야.
엄마가 아이고 팔이야.
몇년을, 그냥 그런줄 알았지.

엄마는 십분 이상 걷지 못한지가 한참 되었다네.
그런건 몰랐지.

엄마는 그만큼 계속 걸으면 허리가 너무 아팠다네.
그런건 몰랐지.

엄마는 멈춰서서, 허리를 한번쯤 구부렸다 펴야만 통증이 잦아들었다네.
그런건 몰랐지.

엄마는 당신의 그런 모습이 창피해서, 허리를 구부릴때마다 신발끈을 만지는 척 했었다네.
그런건 썅 정말 몰랐지.

참다참다 병원엘 갔다네.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MRI 찍어봐야 한데서 날짜 예약하고 카드로 몇십만원 결제를 하셨다네.
집에온 엄마는 자꾸 혼자 중얼거린다네.

'그게 왜 그렇게 비싸지....'
'찍어봐야 뭐 다른거 있겠어.... 그냥 찍지 말까....'
'이거 그냥.. 더 아프게 됐을때 찍어봐도 되는건데....'
'카드로 했으니까.. 취소하면 바로 취소 될거야....'
'찍지 말까.... 취소할까.... 뭐가 그렇게 비싸지.... 찍지말까.... 취소할까.... 더 아파지면 할까....'

했던말 자꾸 또하네.
죄지은 사람 목소리, 죄지은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네.

나는, 십이년만에 처음으로,
썅 다 때려치우고,
돈 몇십만원에 내 어미 죄인 안 만들만큼,
돈이나 펑펑 벌어볼까 생각해보았다네.


이렇게 썅썅거린게 한달하고 얼마밖에 안지났는데.
난 오늘 또 잊고 살지.



sadsong / 4444 / ㅈㅎㄷㅈ
==========================================
어제는 별도 많이 보였고, 아∼ 기분 좋다 썅.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uni592
2003.12.14 12:51
흠. 그렇게 아프신 거였구먼요. 나두 한시간 정도 앉아서 컴터하면 허리가 펴지질 않아서 구부정하게 걸어서 안방에 가서 눕습니다. 그럼 한 20분 지나면 허리가 펴지지요. (이느무 병은 먼지 모르겠어요. 척추 휜건 다 나은거 같은데..) 2000년도에도 여전히 재수없다에 한표 던지겠습니다. -.,-
jasujung
2003.12.18 00:05
몇년전 엄마께 울면서 그런 말을 한 적 있었져..
"그러게 내 눈 밑 점 빼달랬자녀!!!!"
ㅋㅋㅋ
세상엔-,,,,,,, 딱 게야...그거야...헛갈림없이,,, 그래...그거야...돌아서면 엇...게 모였나???게 아니구...단지..그거...진짜,,그거..모..그런 재수없는 그런 거 없나여???내가 글을 남겨도 후회없고,,,딴 님덜 글을 봤을때-나 디게 마니 후회하는데- 내가 모자라서 그랬나 하는 후회없을 그럴 진짜.....-건 없을까여???
이전
31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