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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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시 하나

panicted
2004년 03월 17일 11시 00분 43초 1073 2
대통령 탄핵에 즈음하여 시 하나 올려봅니다..



病 床 錄



기침이 난다.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방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고단한 숨결이 한창 얼크러졌는데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보다.


-김 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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