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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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씬구분표로 검토하기

pearljam75 pearljam75
2004년 03월 27일 01시 17분 09초 1494 4 3
다음주 수요일이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마감인데,

3월 중순께부터 로커lawmaker들이 날 열받게 만들어서리 열받은 대로 구국운동을 하고 다녀서 이 꼴이 났다.

아직 제목도 안 정하고, 씬넘버도 안 매기고, 결정적으로 결론을 어떻게 내야할지를 몰라

고심이다. 이건 다 국회의원들 탓이다. 이렇게 남탓한번 해보고....


하여간 오랜만에 씬구분표를 작성해봤다. 아직 결론이 안 난 미완성 상태에서....


연출부 생활할때야, 출근해서 컴퓨터 켜서, 밥먹고 하는 일이 엑셀로 각종 표만들기 작업이었는데

내 시나리오 가지고 씬구분표 만들어 보기는 또 오랜만이다.


출력을 안했으니 화면을 보며 씬구분표를 기록해야하므로 엑셀로는 못하고

종이를 이용해본다.


씬번호, 장소, 내용, 등장인물등 간소화된 표로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를 한다.


순서확인, 전개과정 타당성, 뜬금없는 장면은 없는가? 사건간의 개연성 검토, 등장인물 감정선이 고른가,

어제 하와이로 떠난 장동건이 오늘 아침, 유오성네 집구석에서 눈비비고 일어나는 일을 없는가,

등장인물도 확인하고...........

내가 보편타당한 인간이 아니니, 내가 만든 등장인물들도 다 괴상하고, 지랄맞고 모자라고 감정선이

안잡히고..... 쉽지 않다.

한김에 소품구분표, 의상구분표까지 해버릴까? 흐흐흐.....


으악,,,,,, 벌써 100씬이 넘었다. 인서트컷을 카운팅해서 그런가?
아직 15%는 더 써야할것 같은데...... 으......복잡해지는군. 바보...

쓰는것보다 삭제하는게 더 어려운 법인데, 일단 써놓고 나면 아까워서 버려지지가 않는다.

편집실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와의 인간관계상, 자기 연출에 혼이 나간 자뻑상, 기타 등등의 이유로- 버려야 할 필름을 못 버리는 감독들만큼 어리석은 건 없지,

시나리오에서도 버릴 건 버려야하는데 .....


<메멘토>나 <펄프픽션> 보면서 씬 배열순서가 독특해서 너무 좋아했었는데.....

달걀을 세우는건 어렵지 않았다.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나도 독창적으루다가 잘 쓰고 싶다. 잘!, 아주 잘~!!


다짜고짜 엔딩 씬을 달걀을 세우는 주인공 비장한 얼굴 c.u.로 끝내버리는 건 어떨까?

BGM으로 부담스런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깔고 말이다.....

관객들에게 달걀세례를 받을것이다. 허허허......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을 하루밤만에 생각해내서 영화를 만든 걸 보면 난 놈은 따로 있다는 자괴감만 든다.

내가 천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

Don't look back in Anger.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JEDI
2004.03.27 03:01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을 하루밤만에 생각해내서 영화를 만들었다...' 는건 '거짓말이다'에 올인합니다.
자괴감 느끼지 마세요.
aesthesia
2004.03.27 09:09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놀란 점은 그 영화를 보면서
진짜 이 영화 하루 아침 생각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놀란 배경은 그렇습니다
'도데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일까'
제가 듣기로 복수는 나의 것 시나리오는 공동경비구역 JSA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써놓았고(영화는 더 늦게 나왔지만)
JSA는 상업성을 고려하고 만든 영화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복수는 나의 것은 수많은 생각을 하고 쓴 시나리오임이
역력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생각되며
저는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제정신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너무 놀라서 한동안은 '이야' 이런 생각만했습니다

먼저 그런 소재의 내용을 다루면서 내용의 줄거리나 영화의 구성만 보아도
그 영화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저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적어도 복수는 나의 것은 1000번은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이상'

이건 여담인데 박찬욱 감독은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그 경계선상에 있는데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특성은 완벽주의자 입니다
제 친구중에 처녀자리가 한명있는데 그 친구는 시험보기 한달전 부터 준비
하며 완벽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모양이더라구요
뭐 이건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박찬욱감독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완벽주의자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의 영화에서는 그 완벽의 완벽이 느껴지어 저는 놀랐습니다..

그러나 확실한건 복수는 나의 것 시나리오는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써놓았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kinokjh
2004.04.01 10:33
헉 이런!!!!!

아니랍니다.

일본에 구로사와 기요시라는 감독이 있습니다.

그의 영화에 복수는 나의것 다 들어있습니다.

아주좋게 말하면 창조적 베끼기입니다.
hkchohk
2004.04.01 17:21
박찬욱 감독은 전직 영화평론가로서 안본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한 영화광이랍니다.
잘만드는 감독이라 해도 독창성이 뛰어나다고는 말 못하겠음.
그의 흥행작, JSA와 올드보이도 원작을 바탕으로 한거니까.
복수는 나의것은 JSA의 흥행에 자신감을 얻은 박감독이
민노당원으로서의 정치색을 그대로 드러낸 한마디로
지가 꼭 하고싶은 말을 한 영화임.
인터뷰에서도 이 영화를 통해 계급을 말하려했다고 밝힌바 있음.
그러나 흥행이 안되고 다시 상업영화하기로 맘먹은듯 올드보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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