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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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kinoson kinoson
2004년 07월 28일 14시 26분 06초 1368 13
"사람은 누구나 나약하지."
쥐는 "그건 일반론이지" 라고 하며 몇 번이가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일반론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사람은 아무데도 갈 수 없어. 나는 지금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나약함이라는 것은 몸 속에서 썩어 가는 거야. 마치 회저병에 걸린 것처럼 말이지. 나는 10대 중반부터 줄곧 그것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언제나 초조했지. 자신의 속에서 뭔가가 썩어 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이 느낀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자네는 알겠나?"

"자네에게는 그런 면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그건 나약함이야. 나약함은 유전병과 같지. 어느 정도 안다고 해도
스스로 고칠 수가 없는 거야. 어느 순간에 없어져 버리는 것도 아니고. 점점 나빠져 갈 뿐이지."
"무엇에 대한 나약함이라는 거지?"
"전부 다. 도덕적인 나약함, 의식의 나약함,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의 나약함"

"그야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나약하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겠나."
"일반론은 그만두지.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나약함을 자네는 모를걸세.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 지을 수는 없어."

"결국은 내가 양의 그림자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었던 것도 그 나약함 때문이야. 나 자신이 어쩔 수가 없었어. 아마
그때 금방 자네가 와줬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야. 결심하고 산을 내려 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
나는 틀림없이 그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을 테니까. 나약함이란 것은 그런 거야."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 양을 쫓는 모험 中 쥐와 주인공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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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의 나약함이 좋다. 애써 강한척 꼿꼿이 서있을 필요도 없고.

의미없는 논쟁에 휘말릴 필요도 없고..

힘들때 힘들다고 말할수 있으니까...슬플때 눈물을 흘릴수 있으니까...
[불비불명(不蜚不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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