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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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I just wonder why 백수 couldn't sleep a night...

jfilm
2005년 12월 29일 06시 21분 06초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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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just wonder why 백수 couldn't sleep a night...

백수의 삶을 생각해 볼때,
일단, 경제적인 가장 바탕은 해결된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있다.
잘 곳이 있고, 먹을 밥이 있다는 것.
비록 밥에 김만 싸먹을 지라도, 끼니를 때울 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고로 백수라 하면 일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자를 뜻하는 것일진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줄줄이 딸린 입들이 자신만 바라보고 있다면 어느 간큰 인간이라도 나 몰라라 하고 놀고 먹고 앉아 있을순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잘곳이 없다면 거리의 노숙자가 아닌 이상에야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라고 사회는 교육시켰기 때문에 아무리 낮짝 좋은 빈대라도 친구집에 마냥 얹혀 살수만은 없다. 그래서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든 기를 쓰고 하려고 한다. 아무리 불경기네, 경기침체네 청년실업이네 메스컴에서 떠들어 대도, 자연스레 3D 업종으로 찾아가 동남아시아 인들과 섞여 고단한 정신을 쉬게하고 육체를 혹사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벌기 마련이다.
만약 운이 좋아 친구가 유학을 가면서 '내 오피스텔 써도 좋아'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를 했다 하더라도, 그 친구는 결코 매주 냉장고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은 시트가 깔려있는 침대에서 딩굴거려도 만 하루 즉 24시간을 아무것도 먹지않고 버틸수 있다는 것은 이미 백수가 아니다. 그는 백수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버리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할것이다. 왜냐하면 먹지 않고도 살수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이 된것이니깐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칭하는 백수라는 단어에는 적어도 잘곳과 먹을곳이 해결된 사람을 지칭한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종류의 백수들은 주로 대낮에 잠을 자도 잔소리를 할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사지 멀쩡한 다큰 자식이 벌건 대낮에 배를 드러내고, 코를 골면서 잠을 자는 꼴을 어느 부모가 한마디의 충고없이 넘어가겠는가.
고로 백수라 하여, 모든 백수가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행운을 지닌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백수는 그 백수의 삶이 결코 자유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크나큰 오산이다. 이들이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이 큰 것이며, 그 고통은 가히 대기업 과장직에 비견할만 하다고 할수가 있다. 이들의 시간 속에선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날을 예견하며 앞으로의 인생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수없다. 하루 하루가 고통의 나날이며, 일제치하 대한독립을 외쳐 잔인하게 고문당하는 독립군의 일분 일초와 견줄만 하다. 행여 집안 식구들과 눈이 마주쳤을때(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절대 눈에 힘을 주어서는 안된다. 항상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며, 혹여라도 마주 보는 시간이 3초를 넘길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깔아 그들의 은공에(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은연중에 느낄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눈빛을 통해 억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가 아니다. 눈빛이야 안 마주치면 상대방이 모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목소리의 톤은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자고로 식구들이라 함은 어릴때부터 목욕탕에서 서로 등밀어 주면서 자랐기 때문에 사소한 눈빛하나, 목소리 하나의 변화에도 너무나 민감하게 느껴버린다. 자신의 스트레스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나가버리면 아무리 예의 바른 대답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은 즉각 느끼고, 그 반응은 울트라 메가급이 되어 바로 배은망덕이라는 고사성어로 되돌아 온다. 만약 그들이 집에 노는 백수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낀다면, 그 백수는 더이상 백수의 생활을 유지할수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며 짐을 싸서 집을 뛰쳐나간다 할지라도, 백수의 가장 기본적인 컨드라베이스인 먹을것과 잠자리가 해결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밤에 잠을 자지 않을 수 있는 백수는 백수의 퍼센테이지중 최상위의 레벨에 속한다고 할수 있으며, 매일마다 생활전선에서 치열하게 삶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는 가장 운좋은 친구라는 명예로울수도 있으나 결코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아니꼬움과 왜사냐는 비아냥거림의 듯한 인상을 지울수 없는 그런 호칭을 듣는 사람이라고 할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갑자기 궁금해 진다.
백수는 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낮에 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반문할수 있을 것이다.
낮에 안 잔다면, 밤에 잠을 이룰것인가.
그러나 이 대답은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리 낮에 잠을 안자려고 발버둥을 친다 하더라도, 그래서 성공한다 하더라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나더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외국에서는 이렇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질병이라고 규정 짓는다. (그 질병의 이름은 뭐 박쥐증후군이나 드라큐라신드롬쯤 되지 않을까 싶다.) 단지 밤에 잠을 안자는 것을 갖고 병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백수 생활 힘들어 진다. 하지만 아직 살기좋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질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나마 쪽팔리지는 않다.

난 생각해 본다.
무엇이 백수를 아침에 잠들게 할까.
그들은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밤의 수호자이자, 태양을 가장 뜨겁게 기다리고 낮의 파수꾼이 아닐까.
까만 하늘에 커다랗게 타오르는 태양이 없는 것이 너무나 슬퍼서 행여나 영원히 이 밤이 지속될까봐, 태양없는 삶을 사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밤세 내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서 태양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긴 밤이 지나고 하늘에 푸른 빛이 감돌며 비로서 오렌지빛 태양이 찬란하게 도시를 비추면 그제서야 우리는, 인류는, 지구는 신의 축복을 저버리지 않고 태양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노곤히 몰려드는 잠을 안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적어도 인간의 오른쪽 뇌의 표피 뉴론으로 표현되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은, 나의 좌뇌와 우뇌가 흐믈흐믈한 젤리처럼 서로 섞여서 당체 냉정함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뉴론들의 결론처럼 환타스틱 하지 않다.
낮에 자는 이유를 물었을때 나오는 가장 직접적인 대답은 아마도 할일이 없어서 일것이다.
남들은 모두 돈을, 갓뎀 마더 퍼커 블러디 머니를 쒜 빠지게 버느라고 하루를 몽땅 허비할 시간에 빳빳히 고개를 쳐들고 전혀 경제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두 눈을 굳게 닫고 차라리 안봐버림으로써 어떻게든 자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경제을 위해, 나라를 위해 튼실한 한 몫을 해내고 있을때 사회의 언저리인으로써 갖는 죄책감에 차마 깨어있을 용기가 나지 않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직 아껴두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핵심이자, 잠 안자고 홀딱 제껴버린 이밤에 끝을 부여잡고, 한참 잠자리에 들어야 할 이 아침에 아직 잠 못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아직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왜. 도데체 왜. 무엇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이냐.

쓰고 보니 새삼 더 궁금해 진다.
왜... 밤에 잠 못드는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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