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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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눈물의하루

kinoson kinoson
2006년 08월 18일 19시 25분 52초 1285
1.

얼마전부터 휴대폰 버튼이 안눌러진다.

한국말 못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화면에 나오는 분이 김태희양 업고 가고
차안에서 바라보던 현빈이 운전대에 대가리 처박으며 열연을 했던
"쪼꼬렛" 휴대폰.....

내께 그거다. 아직 할부금 1/3도 내지 않은 따끈한 신형..
근데 버튼이 안눌러진다. 가장 핵심인 4,5,6 번이 안눌러진다.
가뜩이나 앙증맞게도 작아서 손고락도 아닌 손톱으로 조심조심
버튼을 눌렀건만...

여튼...
테크노마트 4층 서비스센터에 갔다.
직원들의 열니 친절함에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내 차례가 오고 기술자앞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만지막거리던
쪼꼬렛양을 꺼냈다. (내가 볼때 이 휴대폰은 암컷이다..)
내가 남자라서가 아니다. 버럭!

순간 알듯 모를듯한 웃음을 짓는 기술자..

- 사용하시기 좀 불편하죠?

소도둑 같은 놈이 쪼꼬렛양을 쓰는게 우스워 보였나?
벽돌 휴대폰만이 나에게 어울리는 것인가?

- 졸라 편합니다....

뚜껑을 따는 기술자...역시 기술자다...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것도 안하고 다시 조립한다. -_-

-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으로 시작하더니 밑에 판을 갈아야 하는데..
지금 센터에 부품이 없단다. 며칠 기다려야 한단다.
무지무지무지 귀찮지만 쪼꼬렛양을 고치겠다는 맘으로
여까지 왔건만....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 저기....며칠뒤에 오면...공짜인가요?
- 네 물론입니다.

그냥 주기 미안한지 살균통안에 한번 넣었다가 꺼내준다.
아무 소득없이 돌아가기 아쉬워..

요즘 화제 만발의 영화 "괴물" 이나 볼까싶어 10층으로 올라갔다.
아...10층에 강변CGV가 있다. (친절한설명)
정말 냉정한 시각으로 영화를 보리라...

전부 매진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안...날은 더워 뒈지겠는데 에어컨 안틀어준다.

씨발...


2.

어머니가 타지에서 망나니같이 사는 아들놈이 걱정되셨는지
보험을 들었단다. 감사합니다 어머니..ㅠㅠ

근데 꼭! 자필 서명이 있어야 한단다.
내 메일로 계약서가 날라왔다. 집에 프린터가 없는 관계로
동네 PC방에서 출력했다..

헉!!!! 장당 400원..

어쩌겠는가 이미 프린터는 끝났는데...
영화사 사무실 다닐때 시나리오 몇백장을 아무생각없이
프린터 해대던 것만 생각해서 이리 비쌀줄 몰랐다...

계약서에 이름쓰고 사인하고...팩스를 보내기 위해
근처 문구점을 갔다...4장을 보냈다.

으악!!! 장당 1000원

믿을수 없었다...다리에 힘이 빠지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이를 악물었다. 이겨내야 만 했다.

- (애써 웃었다) 그럼 4000원 이군요..
- 서울에서 서울로 보낸는건 500원인데요. 지방은 1000원 입니다.

씨발~전화선 타고 가는데 그런게 어딨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만
올라왔다. 입 밖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나가더라...

근검절약...하루 1600원으로 버티기 프로젝트 진행중인 나에게

집 --> 테크노마트 (왕복1600원)
프린터4장 (1600원)
팩스4장 (4000원)
집에 오는길에 신라면 한개 (500원)

7700원.......7700원......(4일 생활비가 날라갔다)

돌아오는 내 마음을 아는지 태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장동건 나오는 영화 말고...-_-+

그렇다!! 오늘 나 상당히 저기압이다...
[불비불명(不蜚不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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