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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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내 자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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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8일 17시 21분 50초 1369 1
근 오년간을 몸담고 있던 곳에서 나왔다.
많은 것을 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
사랑하고 미워하고 울고 웃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다시 치유했던 그런 곳에서 발걸음을 떼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매정하게 나왔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믿어주고 격려하는 사람들, 그 곳을 떠났다.
난 그저 '익숙한 몸짓'으로 익숙한 곳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고, 난 좀 더 넓은 곳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건방졌던게지.

그저께는 집에오는 길에 걸어서 그 곳에 갔었다.
계획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마음에 이끌려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졌다.
하지만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저 앞에서 바보같이 맴돌고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헤어진 연인의 집 앞에서 망설이다 끝내 돌아가듯이.
그래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이것으로 마지막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곳에 둔 내 자리. 내가 뿌리내리고 있던던 것만 같은, 내 집같은 그 곳이 너무나 그리웠지만
이제 나는 외부인이다.

너무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들이지만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하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곳을 나오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고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머릿속엔 항상 두고 있다는 내 마음을, 그들은 알까.

바보같은 다짐을했지만, 오늘 새벽에도 샤워를 하면서 다시 갈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 수 없다.
언제쯤 웃으며 한번 들릴 수 있을까.
그곳을 떠나고 가장 힘든 것은 익숙한 사람들, 이유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이다.
웃기다. 익숙한 것이 역겹다고 떠났으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지겹도록 경험했지만,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내 자리는 어디일까. 지금 있는 이 곳이 내 자리일까.
어쩌면 내 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항상 헤맸던 것 처럼.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ansonizm
2007.09.29 07:52
가슴은 두고 나오셨군요.
괜찮아요. 그들도 이해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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