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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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도시가스와 자본주의

moosya
2008년 01월 31일 15시 50분 19초 2056 4
각종 청구서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의례 동절기의 도시가스비가 가장 걱정스러울 것이다.
그것을 아끼는 방법도 여러가지.
보일러의 한쪽 밸브를 잠그던가. 보일러는 약하게 틀고 전기장판을 이용한다던가. 방안에서 연신 뜀박질을 한다던가...
혹자는 윗집에서 보일러를 때니 천장은 따듯할 것이며 그래서 나는 춥지 않다고 스스로 주문같은 최면을 거는 사람도 있단다. 뭐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도시가스 같은 생활 에너지도 사기업화 되어서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자원이 아닌 이윤착복의 도구로 사용되어졌다. 각 지역마다의 도시가스 담당업체가 모두 다르다고는 하나 그 상업적 전략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겨울 유난히 경제적으로 힘든 나에게 새롭게 인식되어진 사실이 있었으니...

작년 겨울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근 1년째인 지금. 그 때는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5~10만원 정도의 도시가스비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었던 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떻게든 도시가스비를 미루고 미루어서 내어야 하는 지금에야 그들의 상업적 전략 한가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도시가스 사용이 줄어드는 3월을 지나, 가끔 비오는 날이나 사용하는 5월이 되면 아무리 도시가스비를 연체하더라도 해당업체에서 가스차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독촉장은 날아오나 그 기간의 독촉장에는 가스차단의 협박성 문구가 없다. 반면 겨울에는 2달만 연체 되어도 가스를 차단한다느니 계량기를 끊는다느니 하는 살인적인(겨울철에는 살인적인 것이다.) 협박성 독촉장을 날리고 실지로 가스를 끊어버린다.
왜 일까....
생각해 볼진데 여기에는 교묘한, 하지만 아주 단순한 상업적인 전략이 숨어있는 듯 하다.
겨울에는 도시가스를 끊으면 난방수단이 전혀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리거나 훔쳐서라도 가스가 끊기는 것만은 막으려 한다. 하지만 3~10월 사이에 가스가 끊기면 '뭐 어차피 돈도 없는데 안 쓰고 말지' 하며 버틸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가스 소비가 줄어들고 해당업체의 수입도 줄어들어 버린다. 하지만 월동준비가 가까워지면 그 기간동안에 밀려있는 요금까지 모두 합산되어(당연한 것이지만) 한꺼번에 소중한 고객들에게 상콤하게 요금폭탄을 날려준다. 당장이라도 가스를 끊을 것 처럼. 안내고는 못 배긴다. 이런 방식으로 매출을 높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걸까... 난방은 생명인데... 나만 잔인하게 느끼나?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oosya
글쓴이
2008.02.01 00:53
안녕하십니까, 답글 안달아주기 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73lang
2008.02.01 01:42
moosya님께선 자취 1년만에 벌써 2번째 단계에 진입하신 것 같습니다.

도시가스 생활의 1단계에선 기온이 내려가면 가스비가 오른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도시가스 생활의 2단계에선 moosya님이 말씀하신 잔인한 사실을 알게되고

3단계에선 더욱 더 잔인한(?)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요. (그게 뭔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슴다.;;;)

자취생활 15년 동안 제가 느낀 사실은 겨울철 난방엔 연탄이 쵝오라는 것과

한전이나 가스공사에 도전행위(?)를 했을 경우 됻 된다는 것입니다 (__);;;

빙하기 같은 겨울철 잘 나시고요

2008년도도 벌써 한달이 지났슴다.

설 잘 쇠시고

건승하세요
sympathy4vg
2008.02.01 03:20
'설마 전략적으로 끊겠어요' 라고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윗 분 글 읽으니 … '흠' 하게 되네요.
전 그냥 속 편하게, 알아서 다 해 주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moosya
글쓴이
2008.02.01 04:01
필커의 고수분들을 영접하기 위해서 앞으로 글을 자주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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