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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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단속

73lang
2008년 03월 10일 20시 02분 20초 2385 4
littlemouse.jpg

개념찾으러갔다와라.gif

1. 보행흡연



요즘 금연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길거리 흡연을 하다보면



역겨운 담배 냄새 때문에



담배연기에 살의를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는



길을 가다가 도저히 흡연욕구를 못 참을 것 같을 땐



건물 구석에 짱박혀서 담배를 태우는 편인데요



한번은 담배를 피우고



무심결에 길바닥이 아닌 건물 화단 쪽에 담배꽁초를 버린 적이 있었슴다.









2. 구청 공무원



그때 어디선가 '석양의 무법자'풍의 배경음악이 깔림스롱



서부극에 나오는 산쵸 캐릭터를 닮은 잠바 차림의 아저씨 한분이 다가오시더니



품안의 파일을 펼쳐 보이시며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시도만요



파일 안에는 무단 투기 어쩌고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슴다.









3. 폐기물 관리법 제8조 제1항



공무원이 담배꽁초 투기를 단속한다는 것도 잘 이해가 안 되거니와



잠시 당황한 저는



"아저씨가 경찰이예요??? 아저씨가 왜 남의 신분증을 제시하라 마라 하심까요?



경찰도 불심검문을 할 때는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힌 후에



불시 검문검색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고지하고 나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넌디요



아자씨가 뭔디



제 신분증을 보여달라 말라 하시는 검까??



아저씨나 신분증을 제시해 주셈~!"--;;;이라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공무원 아저씨께서는



(먼저 구두로 설명이나 정확한 고지를 안했어도)



파일 안에 공무원 명찰이 끼워져 있는데다



폐기물 관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서 단속을 하는 것이며



어쨌든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했으니



신분증을 보여 달라시며



한 동안 저랑 옥신각신 하다가



급기야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대가리에 과부하가 걸리문서 스팀이 돌기 시작한 저는


한순간 띵 받아서 "이런 씨부럴! 경찰 불러이쒸~!" ㅡㅡㆀ라고~ 사자후(?)를 토하는 바람에 크게 싸움이 번졌었는데요



경찰 아저씨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제가 그 공무원 분에게 제시했던 나름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슴다.






1) 폐기물 관리에 의한 무단 투기 단속의 근거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고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


("아닌 말로 아저씨가 경찰인지 공무원인지 아니면 구청 직원을 사칭하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슴까?"라고 따지닝께 이 지점에서 그 아저씨도 빡이 돌기 시작했슴다 -_-;;;)







2) 길바닥도 아니고 건물쪽 화단에 버린 꽁초를 단속하는 건 너무 유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 --;;;



(최대한 비굴하게 담배꽁초를 다시 줏으면스롱 "공무 행정을 보니라꼬 고생하시는건 알겠는데...꽁초 주웠슨께 한번만 봐주셈~"이라고 했다가 씨알도 안먹힘;;;)







3) "언제부터 공무원이 담배꽁초 투기를 단속했슴까?"라는 제 질문에



"지난 1년 동안 (방송 등을 통해서) 계도를 했었고..."



"전 아저씨한테 계도 받은 적도 없고요~ 방송에서 본적도 없는디라~!"라는 반박에



자꾸 말이 공회전을 하게 되면스롱;;;







4) "아저씨가 명찰이나 완장을 차고 있는 것도 아닌디 공무원인지 아닌지 지가 어찌케 알겠슴까요??



신분을 밝히지 않고 고압적으로 단속을 하셨다는 것 자체가



함정단속 아님까요?"



다시 1)번으로 도돌이표 --;;;;;;;;;;;






















4. 딱지



20여 분간 길거리에서 언쟁을 벌이고 나서야



차가 막혀서 늦게 도착했다는 경찰 아저씨들에게 사정 설명을 하면스롱



무심결에 내뱉은 '제가 꽁초를 버린 건 잘못한 거지만...'이라는 멘트에



경찰 아저씨께서 마치 이베리아 반도를 비행하는 한 마리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저의 말을 되받아치면스롱



"흠...그럼 잘못을 인정하시는 거네요...딱지떼셈~!" ㅡ-; 이라고 결론을 내리시도만요;;;





아조 명쾌한 판결 앞에서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운기조식을 해가며



"(구청) 공무원이 담배꽁초 투기 단속을 한다는거 나넌 인정모대~!"라고 단전에서부터 기를 끌어모아 화권(?)을 쓰면스롱;;;;;;;;;;;



'차라리 경찰 아저씨들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정당하게 딱지를 떼면 나도 신분증 제시하고 과태료를 물겠슴다' 라는 이쑤시개(요지)의 말씀을 드렸더니







경찰 아저씨들의 답변에 단 한순간 무력화 될 수밖에 없었슴다...





"딱지 남은게 없는디..." --;;; (옆에 경찰을 돌아보며) "딱지 좀 있으?"



"(도리도리) 안 가져 왔는디~~~" "그냥 공무원 아저씨헌티 딱지 떼씨요!"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시도만요;;;;;;;;;











갑자기 맥이 탁-풀려버린다고 해야 허나요..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악 쓰는 게 쪽팔리기도 하고



(과태료가 5만원 부과될 예정이라는 말과 함께)



결국 딱지를 떼긴 뗐슴다요...



단속을 하시는 그 공무원 아저씨께서 낮은 목소리로



"그라도 모자 쓰고 완장 찬 비정규직들보다 난 나은 편이지..미안허요~ 나도 하고 싶어서 이 짓 하는 거 아니요..."라는 말과 함께



위반 확인서에 8급 공무원이라고 적혀 있는 난에 싸인을 하는 모습을 보면스롱



뭔지 모를 씁한 감정이 느껴졌었슴다...















5. 구청 가로정비 단속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지하철역에 내려



하도 기분도 꿀꿀하고 쭈글쭈글해서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오는데



구청 아저씨들이 가로 정비 (좌판. 노점상) 단속을 하는 장면을 목격 할 수 있었슴다.



한 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말 그대로 '쓸어버리는' 대대적인 집중 단속이었는데요



할배 할마이들이 울고불고 해도 아조 얄짤 없도만요;;;



특히나 게슈타포 같이 생긴 단속반 아저씨가 노점상 할아버지의 좌판을 걷어찰 때



갑자기 발끈할 뻔 했었는데요



인정사정없이 단속을 하던 게슈타포 아저씨를 달래기 위함인지



자기네 약국 가게 앞을 깨끗하게 청소(?)해줘 고맙다고



흰 까운을 걸친 약사가 '고생하시는데 커피나 한잔씩 하시씨요"라며 오봉에 담아 커피잔을 가져다 줬는데요



게슈타포 아저씨가 그걸 또 뒤집어엎는 걸 보고



정말 가슴에 기쓰가 많이 나면스롱



마음속에서 "울나라 국보 2호는 뭐지??? 동대문인가??? 콱 기냥 동대문을 확 불사버릴랑께!!"라며 욱하는 심정이 들도만요...ㅡㅡㆀ





















집까지 걸어오던 30분간의 시간동안



멍상(?) 끝에 제가 내린 세 가지 결론은 이렇슴다...









1) '악법도 법이다?'



한마디로 비뇨기과 후론트에서 X을 까 잡수는 소리임다.



소크라테스가 진짜루 그런 말 하는지 봤어~? 엉!!;;;;;;;;











2) *저도 비싼 세금내고 담배 피는 사람인데



저 같은 의지박약 흡연인 들을 상대로



<단속에만 치중할게 아니라>



그 많은 세금으로 길거리에 간이 재떨이나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좌판행상을 하시는 노점상 할배 할무니들도 납세의 의무를 지고 살아가는 분들일 텐데



단속에만 치중하는 게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그 많은 세금 거둬들여서 서민들 복지에나 더욱 힘쓰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혔슴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해서는



겨(드랑이)털이 아마존 열대우림 팜파스 같은 옆집 아줌마가



짧은 민소매 옷을 입고 쓰레기봉투 버리는 장면을 잠시 감상하며



내린 마지막 결론이...








3) 이게 다 이메가(2MB) 때문이다~! 움훼훼훼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hal9000
2008.03.11 07:04
총알을 뺏다는 이유로 이와 비슷한 실갱이가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손에는 담배꽁초가 쥐어져 있었었죠. 윗 사연 초반 비스무리하게 말싸움 걸면서 진행됐던 걸로 기억하구요...
손에 쥐고 있던 담배꽁초 보여주고... 총알빼는 것도 죄냐고. 그럼 길거리에 담배 재 터는 것도 죄냐고... 서로 왈가왈부 하면서 동생들한테 아양도 떨고 어쩌고 했지만...
말을 당최 이해를 하려 들지 않더군요. 공무원 옷을 입으면 다 똑같이 되는 건지, 그 복지부동의..
그래서 죄송합니다만
고귀한집 아들 한차례 때렸습니다.
공익이라는게 생기고 다음 해 였던가? 그런거 같은데...
폭력은 나쁜 거지요.
그렇지만 그 공익에게서는 히스테리가 다분히 엿보였습니다.
그 때 그 일이 다 생각나면 73랑님이 쓰기 전에 내가 내 사연 썼었겠죠. 아주 잊고 있다가 읽고 생각이 났으니...
옆에도 너무나 희멀건 공익친구 둘이나 있던데. 너무나 군인같지 않던 친구들(모두 빽이 든든해 보입디다. 솔직히 내 직감입니다만은 그 셋은 아주 빽이 쎘었을 것입니다.
뭐랄까 아무것도 무서울거 없는 그런 눈빛과 고상함, 땅값차이에서 생기는 하얀 피부톤, 버터발음과 그 시절 값비싼 핸드폰 등의 주옥같은 악세사리 등등의 쫀득함...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런 친구들이 맞더군요... 소위 말하는 고급 자제... 그런 걸 패버렸으니;;)
히스테리(주체할수 없는 빽의 욕망을 억누름)를 어떻게 느꼈길래 그랬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20대 만이 누릴수 있는 그 정열적인 직감과 통찰력이 그만 그런 사고를 쳤었었죠.
사후, 아주 천천히 뛰듯 걸어서 갈 길을 갔었습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잘못했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지요.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건장한 청년에게 레프트 스트레이트라니... 명치를 겨냥한 단순한 레프트 스트레이트라니.
턱을 겨냥한 라이트 훅이였어야 하는데... 후회합니다.(손맛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안됩니다. 폭력은 나쁜것입니다.
무슨 이유였든지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우린 담임 쌤들에게서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래도 사람 사이에는 공기 뿐만 아니라 상식도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은 작은 욕구.
본문에 등장하는 겨털이모의 혜안.
그게 그러니까 패버리고 싶은 것들은 자꾸 생겨나는데 세상은 비폭력으로만 가고
욕구불만때문에 욕만늘고, 엄한 범죄만 발생하고 주워담지 못하는 결과들만 생겨나고.
괜히 그 수많은 공무원들만 피곤하게 만들고, 무슨 댓글이 본문만큼 길고... (이 뭐 병)
하여튼 11탄까지 나온 당대의 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도 초창기에는 2MB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신속한 결론을 짓습니다. 호응 감사합니다;;;;)
(물론 벽을 등에지고 달리는 댓글이었으니 알아서 공격해 주세요;;;) ->수정했음.
Profile
kinoson
2008.03.11 13:44
나도 담배꽁초 버리다가 공무원한테 걸릴뻔 한적 있었는데...

일단 무조건 뛰었죠.....

쪽팔리게 아저씨가 호루라기 불면서 따라왔지만

강남구청 지하철역으로 쏙 들어갔더니 더 안따라오더만요...

결론은...

약간 거리가 떨어진곳에 단속원이 있다면

냅다 뛰면 안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그 많은 세금으로 길거리에 간이 재떨이나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이 말엔 찬성 1표
lobery
2008.03.13 00:13
얼굴 함 봐야지...

국보 2호는 석탑이라 잘 안 탈 듯...
moosya
2008.03.16 21:33
거침없는 글과 댓글, 정말 재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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