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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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결핵환자의 한강 나들이

antikoko
2008년 04월 26일 03시 09분 36초 2476 4
한강.jpg

한강대교.jpg

결핵 진단후 3개월째. 흑석동으로 이사온지 50여일째.
애초 흑석동으로 이사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려 "한강"과 가깝게 있고 싶어서였다.
외국인들은 "한강"을 무척 거대하게 느낀다는데...
어쨋거나 무려 거대함을 좋아하는 나는 "한강"과 가깝게 있고 싶었었다.

운동도 필요했다. 결핵은 나약함이 부르는 병이다. 체력단련엔 한강이 무려 좋은 친구가 될수 있다.
알바를 해서 중고자전거를 샀다. 나가보니 무려 고딩이 팔자고 끌고 나왔던 중고 자전거.
장물이 의심되었지만 면전에다 대고 이거 훔친거 아냐?라고 물어볼수도 없쟎은가. 무려 고딩인데.

여튼 요즘 틈만 나면 이놈을 타고 한강으로 나선다. 절정은 한강봄꽃축제였다.
무려 인산인해를 이룬 축제의 현장은 거대한 스펙터클 그 자체였다.
덕분에 야외공연도 보고 신나게 지냈다. 혼자 다니니 주위엔 무려 할아버지, 할머니들밖에 없었지만.
무려 한강 컨셉을 가졌던 "괴물"을 거부했던 투자, 제작 관계자들은 한강을 한번도 나와보지 않았던
사람들임에 틀림없고 그 때문에 오판했다.
본질적으로 이 거대한 스펙터클을 지닌 한강을 배경으로한 영화를 의심했으니.

한강은 참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려 거대한 구조물이 압도하다가도,
이름 모를 들꽃이 현기증나게 하기도 하고, 강이 울고 웃는것 같은 무려 환각도.....

주말엔 꽤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즐기는데 새삼스러웠던 것은 사람들의 취미가 무려 다양하다는 것이다.
자전거, 인라인, 보드, 연날리기, 미니카, 연주, 바베큐, 낚시,고스톱, 조깅, 셀카질, 음주, 수상스포츠, 연애질....
인생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이 참 멋있게 보였다.

어제는 한강대교위에서 누군가 무려 자살 소동을 벌였다.
사진속 아저씨가 그 주인공인데 40분이나 기다려도 결말이 나질 않았다.
한 아줌마가 저 사람은 안 뛰어내릴거야! 라며 무려 냉정히 훽 돌아섰는데 이 분야 관람의 연륜이 느껴졌다.
그 아줌마 말을 믿고 나도 결말은 보지 않고 왔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아저씨가 처음엔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려 결단을 했는지 잠바를 벗어 밑으로 집어던졌다.
그때가 중간 클라이맥스쯤 되는 순간이었는데 서브 플롯이 없어 임팩트가 좋질 못했다.

대신 한 3분쯤 지난후 무려 극적인 반전이 치고 올라왔는데....
무려 쟝르를 변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아저씨는 어떤 "어필"을 하기 위해 그냥 옷을 집어 던졌는데,
그런데...
그런데...
무려.. 추운 것이다.

한강 대교 위에서 아저씨가 바들바들 무려 사시나무 떨듯 떤다.
추워서라도 곧 내려올 것만 같다.

이 급박스런 코미디로의 반전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고참 형사는 협상관에게 무려 옷으로 유혹하라는 지령을
전달한다. 아저씨가 자존심을 내비친다. 가까이 오면 옷을 주겠다며 자신의 잠바를 펄럭이는 협상관을
무시한다. 대신 담배를 달라고 한다. 내가 본 것만 3가치다. 혹 그 작은 담뱃불에서 무려 온기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담배피는 손이 밑에서봐도 무려 ㅎㄷㄷ 떨리고 있다.

한강 나가서 오늘도 하나 배운것 같다.
그것은 바로 코미디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한강 나가면 뭐든 하나씩 배운다. 무려 다리도 굵어진다.

오늘 뭔가 복잡한 당신! 무려 외로운 당신! 무려 안풀리는 당신!

한강으로 나서보라.
잠시라도. 무려 혼자일지라도!

<후배 영화인과 영화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에 임하자!!>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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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8.04.26 12:00
저도 예전에 "한강다리자살소동" 을 라이브로 본적이 있는데...

무려 1시간30분 정도 시간끝에 아저씨가 내려 오겠다는 신호를 보내더군요..

밑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는데...

그 아저씨가 경찰에게 부탁하시길...밑에 사람들 치워주세요...

우리 보기가 조금 부끄러웠나 봅니다...

1시간30분 엔딩을 보기위해 거기 서있었건만...

결국은 경찰들의 비키라는 말에 땅으로 도착하는 아저씨의

얼굴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확실한건 손에 소주병이 있었다는거...
73lang
2008.04.27 04:42
벌써 일을 시작한지 무려 일주일..

계약금이 무려 천단위가 될 수도 있을 듯..

돈 나오면 무려 10%정도 한턱 쏘겠음..

민영화 찬성 당선자를 찍은 유권자는 무려 74.5%(한나라당 61.6%, 친박연대 9.1%, 자유선진당 3.8%)

첼시는 홈에서 무려 50개월간 91경기 무패 행진(67승23무) 기록..

이 글에 무려라는 단어의 수가 무려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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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jam75
2008.04.28 00:34
발락 만세! 발락땜에 우린 요코하마에 가지 못했죠. 그래도 발락은 멋져요!! 첼시는 다 좋은데 촌스런 파란 유니폼 가운데 댑따 크게 박힌 SAMSUNG, 그것땜에 NG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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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8.04.28 09:22
('') 저는 첼시 싫어합니다.

일종의 공부 못하고 돈없는 아이의 이상한 반항(?)인데

영국의 부자!동네(그래서 삼성이 스폰으로 붙었겠지만) 첼시의 팀이라서 그렇겠죠

그래서 철도노동자들이 만든 맨유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잘하니 더더욱 좋죠 크하하하하

다쓰고 보니 "결핵환자의 한강나들이" 에서

몇만광년 떨어진 리플이군요...

이게 다 펄잼님 때문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저는 사라집니다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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