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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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18개월짜리 커피한잔

ty6646
2008년 05월 31일 13시 51분 14초 2250 1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터.요일
아침에 자려고 누우니 자동차가 빗길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창가를 통통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오고, 빈바께스를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어느틈엔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온갖 개꿈을 다 꾸다가 일어나니 정오.... 하고도 30분이 지난 12시 반..
과자봉지 하나를 뜯어 먹다가, 갑갑해서 밖으로 나갔다.
현관에 서니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축축히 젖은 거리가 보인다.
서늘한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와 심장까지 시원하게 흔들어준다.


어깨에 내려앉은 서늘함을 털어버리고자
물을 끓인다. 찾아보니 18개월전에 사둔 일회용 커피가 보인다.
내 떵방위 기간만큼 묵혀놓은 커피인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0.3초만에 스쳐지나가고
어느새 내 손엔 뜨끈하고 알맞은 당도의 밀크커피한잔이 들려있다.


홀짝거리며 밥상하나를 준비하고 하얀종이를 펴고,
뭔가를 끄적거린다. 지우개로 지웠다가 다시 끄적거리고
머리카락을 긁적이다가 다시 끄적거리고, 턱을 괴고 생각하다가 정신차려보니
밥상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식어버린 커피를 한모금 홀짝거리다 다시 현관으로 나가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비가 내려온다.
기분좋은 쓸쓸함이 내 주위에 머물다 스물쩍 다시 어디론가로 날라가버린다
방안을 뒤지면 어딘가에 18개월 묵혀놓은 일회용 커피가 하나는 더 있으리라....^^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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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10534
2008.06.03 13:42
비오는날은 '파전'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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