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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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만의 커피브랜드

ty6646
2008년 06월 08일 22시 12분 46초 2037 1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대학을 다녔었다.
버스로 30분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간단하게 갈 수 있었다.
가끔씩 주머니에 차비와 함께 달랑 100원짜리 동전하나를 넣고
학교에 가서는 사회대 3층 복도 맨 끝자리까지 가곤 했다.


그곳은 내게 있어 가장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록 자판기이지만, 비록 100원짜리 종이컵 커피에 불과하지만,
그 곳의 커피맛을 너무 좋아해서 집착마저도 갖고 있었다(^^)


자판기 바로 옆 복도 끝에는 외부로 약간 튀어나온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위에 서면 학교의 후문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산과 하늘, 그 아래 펼쳐져있는 평화로운 마을풍경들.....
집집마다 골목마다 넘쳐 흐르는 듯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복 가득한 저녁찌개냄새.......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온 세상을
붉게 감싸안은 저녁 노을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가는 것이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 한모금이 입속에서 녹아들어가면서
세상에 내려앉은 붉디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것, 크....^^


미칠 것 처럼 좋아하던 노을에 빠져 시간의 흐름도 잊은채,
혼자라는 사실도 잊고서 언제까지나 바라보곤 했었다.
자주, 너무나 자주, 그 시절, 그 풍경이 그리워진다.
종이컵 커피가 내 손에 전해준 따스하던 온기가 그리워진다.
사회대 3층 복도 맨 끝에 서 있던 그 낡은 자판기의 밀크커피맛이 그리워진다.


되돌아 보는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8.06.13 21:52
그 옆자리에 누가 아무말 없이 함께 하고 있으면 더 멋있을 것 같은 데요..

지는 노을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뭐 이 비슷한 글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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