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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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시나리오! 일주일만 쓰면......" 2탄

kinoson kinoson
2009년 01월 10일 00시 29분 21초 2797 6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감사합니다.
리플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원래 멍석 깔아주면 ㅇ_ㅇ 이런 표정으로 가만 있는
스타일이라 부담이 많이 됩니다.....................................만!!!!

뭐 이왕 쓰기 시작한거 제 마음대로 더 떠들어 보겠습니다.

7 : [아이템은 시나리오가 아니닷!!]

간혹 주변 몇분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 많다고들 하십니다.

- 캬~~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일텐데...
- 내가 진짜 죽이는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아이템.. 물론 아주 완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화 되기전에 아이템은 그저 한줄짜리 생각일뿐입니다.

1000만이 넘게 봤던 영화 "괴물"

- 한강에 괴물이 산다아아아아아아아!!!

저거 한줄에서 시작 한것입니다.
중요한건!!!!!!!!!

저 생각은 대한민국 국민 중 최소한 몇만명은 하고 있던 생각입니다.

너무 많나요? .....그럼 몇천명 -_-;;; (맞습니다 저 A형입니다)

여튼!!!! 명심하세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시나리오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것!!! 입니다.

일단 쓰세요!!


8 : [당신은 오바쟁이~~]

몇몇 시나리오를 보면 시나리오에 각종 용어들이 난무 하는걸 볼수 있습니다.

예) 카메라 틸트 업하면 쾡한 눈의 kinoson 찐빵을 노려보고 있다. 여기서 찐빵 C.U
잽싸게 찐빵 두개를 잡는 kinoson 그때 주인아저씨의 매의눈 C.U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
kinoson을 따라가는 스테디캠. 뒤따라 나오는 찐빵집 사장 달리로 따라 나오며
도망가는 kinoson과 뒤를 쫒는 찐빵집 사장의 모습. 카메라 서서히 크레인업 하면
동네전경과 함께 그 모습이 풀샷으로 보여진다.

찐빵집 : 넌 잡히면 뒤지는거야~~~갈아서 만두속을 만들어 버릴꺼야~~~~
kinoson : (도망가며) 아저씨.....즐이센~~~~~~~(F.O)

어떠세요...? 저런식의 시나리오는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내용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디테일을 원하신다면 콘티에 그려주세용...


9 : [당신은 부끄럼쟁이~~]

처음으로 완성된 나의 장편 시나리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이 사랑스럽죠...
하지만 눈에 넣으면 아픕니다...

... -_- (죄송합니다)

여튼 그렇게 힘들게 완성한... 그렇게 사랑스러운 시나리오인데...
왜들 그렇게 감추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첫 시나리오 많이 미흡하고 어색하고 모자란거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사람들에게 보여 주세요...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지적듣고 아파하는만큼
두번째....세번째 시나리오는 점점 좋아집니다...(확신합니다)

자 오늘부터 당장 내문서 비밀폴더 안에 있는 묵혀두었던 시나리오를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하세요...(야동은 삭제 하시고)

상처받으세요...혹은....칭찬받으세요

그리고 소주한잔 묵고...지나가던 전봇대랑 싸움도 해보시고..
달밤에 공원가서 달리기도 해보시고...

- 씨봐~~~니가~~~그롷게 잘놨냐~~~

소리도 한번 지르시고...두번째 시나리오 쓰세요....


10 : [반전 강박증]

이건 기성 작가들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최근에 몇편의 스릴러 장르의 시나리오를 봤는데요..

한편도 빼지않고 반전으로 끝이 나더군요....

이거...이거.....이제 안먹힙니다...

처음쓰시는 분들...

- 이 반전은 정말 기가막힌데....난 천재인가....? (그 반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전강박증에서 벗어나세요....(저부터도 좀 벗어나야겠습니다)


11 : [내 맘대로 기승전결]

저는 시나리오를 쓸때 위의 순서대로 진행을 합니다.
그리고 수첩에 기록을 합니다. 무슨 기록이냐구요?

기승전결 입니다. 이거 조절 안되면 240씬 시나리오 나옵니다.
일단 수첩을 꺼내세요...그리고 120씬을 기준으로 하세요.

교과서에 나오는 기승전결의 패턴은 절대 아닙니다.

일명 "내 맘대로 기승전결"

기)
- 씬1~씬10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거절당하는 kinoson 게다가 여자친구마저 이별 통보>
- 씬11~씬20 <집안 제사에 참석하는 kinoson 부모님과 친척들의 면박, 구박, 자살시도...무서워서 실패>
- 씬21~씬30 <거듭되는 구직실패. 굶주림으로 눈에 뵈는게 없어짐>

승)
- 씬31~40 <집근처 찐빵집에서 찐빵 훔침. 찐빵집 사장을 따돌림. 달리기의 재능을 알게됨>
- 씬41~50 <찐빵집 사장의 용서...그리고 그의 과거. 용서의 조건으로 달리기 훈련 시작>
- 씬51~60 <달리기를 하며 삶의 변화를 서서히 느끼는 kinoson>

전)
- 씬61~70 <찐빵집 건너편에 찐빵집 사장의 만년라이벌인 전국체전 15000m 금메달 리스트가 만두집 차림>
- 씬71~80 <만두집 아들..전국체전 2관왕 노리고 있음. 찐빵집 사장의 30년 한을 풀어주리라 마음먹는 kinoson>
- 씬81~90 <전국체전을 위한 kinoson의 눈물겨운 지옥훈련. 그때쯤부터 싹트는 만두집 막내딸과의 로맨스>

결)
- 씬91~100 <만두집 막내딸과의 사랑은 깊어만 지고. 하지만 오빠의 2관왕도 바라는 막내딸>
- 씬101~110 <전국체전에서 kinoson 우승. 만두집 아들도 진심어린 축하 해줌>
- 씬111~120 <찐빵집 사장과 만두집 사장의 화해. kinoson과 막내딸의 깊은 사랑. 모두모두 해피 엔딩>

뭐 이런식이죠. 여기다 적절히 살을 붙이면 120씬 내외의 씬이 구성이 됩니다.

자...제가 올리고 싶었던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시거나 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쪽지 보내주세요...

단!! 너무 어려운 질문은 쌩깔수 있다는거....저도 아직 완전 초보 글쟁이라....크하하핫

그럼 모두모두 바이바이~~~

참!!! 베로니카님이 말씀하신 트리트먼트에 관한 글...
가능하다면 그것도 조만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불비불명(不蜚不鳴)]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ty6646
2009.01.10 08:07
시중의 시나리오쓰기 책을 얼마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재미나고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게 쓴 글은 처음이지 싶다.
kinoson씨는 용돈벌이를 위해서라도 이런 책을 써봄이 어떨까싶은 생각이 든다.

한가지 질문


내 것이 어설프고 유치하다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기가막힌 아이디어라는 점은 절대 양보할수 없어서
5년이 걸리건, 10년이 걸리건
천천히 실력을 키워서 나의 시나리오를 키워가고 있는 중에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다가
어디선가 불쑥 나의 아이디어를 빼다박은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그땐 난 어쩌란 말인가?
Profile
kinoson
글쓴이
2009.01.10 08:50
ty6646 님의 말씀 맞습니다.

시나리오를 누군가에게 보여줄때..
정말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그 아이디어를 빼다박은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이놈의 썅영화판(sadsong님 흉내)
그저 잊어야만 하겠지요...
그래도 그 아이디어가 정말 괜찮긴 괜찮은 거였군...
자위라도 하면서 말이죠...

길지는 않지만 썅영화판에서 딩굴딩굴 하다보니
저런일을 아주 많이 봐왔던 터라....
같이 속상해하고 마음아파했지만...
결국은....빨리 잊어야만 하는게 현실이고 정답이더군요...

소송을 걸어도 나도 그런 생각했었다. 내 대갈통을 해부해봐라...
저런식으로 나오면 확인할 길도 없고........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여튼 시나리오를 공개할때 그런 걱정 되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입장은 시나리오는 믿을만하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는 쪽이니까요...
veronika
2009.01.10 09:59
ty6646님 말에 적극동의합니다. (어떤 기막힌 아이템인지 무지 궁금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나쁜교육> 시나리오를 10년동안 쓰고 또 고쳐썼다고 하더군요.) 그치만 kinoson님의 말에도 동의. 혼자 천재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해도 결국 영화는 남들에게 보여줘야하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야하니까요...

kinoson님 드디어 2탄을 내셨군요. 기승전결 구성짜신걸 보니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훌쩍훌쩍.
반전은 맵고 짜야한다는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10번을 보고는 쬐금 찔리네요.
하여튼 이렇게 유익한 글 써주셔서 이번에도 박수!!
marlowe71
2009.01.10 18:21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후속편, 게다가 이렇게 금방 써주시다니 최고~ (2탄으로 끝인겁니까 ㅜ.ㅜ)
필커 게시판에서 뭔가가 기다려지기는 참 오래간만인데, 아쉽습니다

자, 이제 가서 시나리오 쓰는 일만 남았군요 허허허허허.....
Profile
sandman
2009.01.13 01:59
시나리오가...
요즘은 대략.. 100~110 정도 예상하면..
오히려 타이밍이 맞는 듯하더군요...
younsil
2009.03.04 18:29
3편을 기대하면 무린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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