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으로서 늙어간다는 것은...

minifilm
2003년 10월 14일 15시 47분 21초 3735 5 1
8월 어느날...


오래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우연히 외국가기전 스케쥴이 비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요일이었고...감독님이 물놀이를 가자고 강모 조감독님과 저를 불렀습니다...


물놀이...?


비가 온 후 맑게 개인 일요일,

우리 스텝 중에는 촬영,조명,녹음 기사님과 감독님과 조감독 2명이 참가 하였고...

'모곡'이라는 장소에 도착했을때는 임재영 기사님, 김영빈 감독님, 이병하 기사님, 이성환 기사님이 와 계셨습니다...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민박집에 집을 푼 후 웃옷을 벗은채 개울로 들어가 파리 낚시, 어항질로 매운탕 감을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개울을 뛰어다녔습니다...

(감독님은 이날 이후 감기에 걸리셨습니다)

모곡이란 장소는 김영빈 감독님이 처음으로 찾은 장소로 10년 훨씬 전에 후배에게

'물 반 고기 반이 있는 개울이 있다' 라는 소문에 찾은 곳으로 그 당시엔 정말 그랬다는 군요...


각자 수십번은 왔었다는 듯 자연스레 안주거리를 만들고, 삼겹살을 굽고, 야채를 씻고...

낚시와 낮술과 마작, 고스톱을 번갈아 하다 저녁때 매운탕을 먹고...

크랭크인 한 이후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정한 휴식이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모기불을 피운 후 원두막에 모여 앉아 선배님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두 이제는 중견이라 불리우는 위치에 올라선 분들...


비가 옵니다...모기들이 더 몰려 듭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10년후...내가 후배들을 데리고 이런 곳에 와서

여름을 보내겠구나... 하는 생각....


화려하진 앉지만 아름답게 늙어 가시는 우리의 선배님들...

나도...그렇게 나이를 먹겠지요...





P.S. 리플이 안달리네요...이제는 내가 쓰는 글에 아무도 관심이 없네...

       ...내 글도 그렇게 잊혀져 가겠지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inifilm
글쓴이
2003.10.14 16:14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들...전날 차를 세운 위치를 잊어먹는다...지하철 입구를 잘못찾아 다시 내려간다...에스칼레이터 없는 계단을 보면 한숨이 난다...술먹을때 여자가 없으면...좋다...이런...이건 아니구...
minifilm
글쓴이
2003.10.14 16:14
오랬만에 리플이 달렸군요...아이 좋아~~
a2n2
2003.10.14 17:01
나이만 먹고 뱃살만 불리더니 이젠 감상에 빠지셨구려
자기가 쓴글에 자기가 리플달고 정말 불쌍하네구려
언젠가 좋은 날도 오겠지.
Profile
JEDI
2003.10.14 22:32
영화인으로..그렇게 늙어갈수 있는것도 참 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으니... 끝까지 남아 함께 할수있는것 만으로도...
10년 20년 뒤에도 minifilm님이나 저나..이곳의 모든 영화하는 사람들이 '살아 남아서' 함께 옛 이야기 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영화조감독이면 결혼중매업체에서 매일 전화오지? 우리때는 딸네미가 조감독이랑 사귄다그러면 머리 깍아서 집에 감금시켜 버렸다..."
"요즘은 촬영부들 작품하나 하면 자동차 한번씩 바꾸지? 우리때는 작품하나 해봐야 꾼 돈 갚고 하룻밤 술먹으면 그걸로 땡이었다 ..."

..이런 얘기가 전설처럼 오갈때가.... (좀 오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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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somina
2003.11.07 23:05
응 그건 분명 오버다. 아마 그런날은 오지 않을거야.
그래두 괜찮아. 그럴려구 영화하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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