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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해석.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핵심 스포일러 주의)

k9342104
2016년 06월 14일 20시 34분 12초 534 2

곡성을 보고 관객들 생각이 궁금하여 여러 해석을 찾아봤는데 실망스러웠습니다
작품전체의 뼈대를 보지못하고..소품이나 단순사건등의 곁가지에 집착하여
과잉해석을 쏟아내더군요..
(사견이고.제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해서..수많은 영화를 만들고,참여하고,연기하는 여러분들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전체를 더 잘보시지 않을까 생각되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싶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생각한 곡성의 해석입니다..

 

- 나감독의 종교도 기독교고.. 영화시작도 예수부활을 의심하는 내용의 성경구절이다. 
극 내내 신과 믿음,불신의 이야기로 점철되고 엔딩에서조차 외지인의 입을통해 인트로의 성경구절을 다시 반복한다.
 나감독이 혼란과 열린결말에만 병적으로 집착한 게 아니라면.. 이 성경구절의 수미쌍관식 반복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본다. 당연히 성경에 나오는 예수부활부분이 작품의 모티브다

 

- 고로..외지인은 거의 대부분의 네티즌이 주장하는..악마가아니라 예수를 묘사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외지인만 떼어 놓고 본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듯.. 악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허나.. 나감독의 성격상.. 이작품의 뼈대구조상.. 얼핏 악마처럼 보이는 모든 그의 모습들이..사람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왜곡된 상이라고 생각한다. 나감독은 혼란을 극대화시키기위해 더욱더 악마의모습으로 과잉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을의 악을 퇴치하기위해 그가 왔다고 해도 설명은 가능하다.

 

- 일광: 거의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외지인의 심복이나 똘마니로 해석한다. 
난 철저히 반대의견이다. 만약 악의 의지를 가진 인간이었다면..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속이면 된다. 
허나 일광은 혼자 있을 때조차 악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진심으로 종구의 딸을 걱정한다.
 이는 일광이 선의 입장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감독의 악취미로 훈도시를 입어 혼란을 주긴 하지만..일광은 일관되게 선의 입장이었다.

 

- 천우희,무명: 가장 혼란스러운 캐릭터다. 일관되게 악으로 묘사하던 외지인을..나는 예수로 보았기 때문에 할수없이 악을 다른데서 찾아야했다.
일광은 일관된 선..으로보았고 주변인의 성격도있어서 제외..결국 남은 건 무명이었다..
 범행현장을 속속들이 아는 점, 피해자의 옷이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점. 외지인과 대척점에 있는점. 여러 이유로 무명을 악으로 추정했다..
 헌데.. 나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무명을 한결같이 방관하는 신으로 설명하고 있다. ㅡㅡ;

 

- 그럼, 대체 악은 누구인가? 허무하게..뉴스대로 독버섯인가?  

그렇다면 마을신인 무명과 예수인 외지인은 왜싸우는가?

내 해석이 감독의 의도와 비슷하다면.. 나감독은 혼란에 집착하다보니 악의 설정에서 오류를 범한것이 아닌가?

 

 감독의 불순한(?) 의도대로 모든 해석은 가치를 지니며, 결말은 열려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일반인이 아닌, 영화인 여러분의  다양한 해석들이 궁금합니다.
고견 부탁드립니다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말로윈
2016.06.15 21:48
곡성.. 오랜만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문학이든 영화든 회화든 음악이든.... 작품을 해석하는 방점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1) 스투디움: 정본에 따른 해석입니다.
2) 푼크툼: 독자적인 시각에 따른 해석입니다.

보통 인문학이 발달했다느니, 창의적인 사고 방식이 존중받는다느니, 정신적으로 풍요롭다느니.. 그런 소리 듣는 유럽 등의 선진사회일 수록 푼크툼적인 해석이 많이 생산됩니다.

기계적이고 획일적이고 암기식 교육이 창궐하는 사회는 스투디움에 갇혀있죠. 스투디움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푼크툼과의 밸런스가 갖춰져야죠.

"감독이 이렇게 얘기했어" "감독 인터뷰 보니까 그거 아니래" "감독이 아니라고 했다니까~" ← 이런 사고방식이 제일 나쁜겁니다. 의미의 재생산을 가로막아요.

객관적인 답을 알고싶으면 예술을 향유할 게 아니라 백과사전이나 외워야죠.

제가 봉준호 감독한테 크게 실망했던 일이, 한 네티즌의 "마더"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듣고는 대놓고 "푸하하하하. 뭐라고? 에라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났으면 해석은 관객의 몫입니다. 오히려 그래야 작품이 생명력을 얻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봉 감독의 푼크툼에 대한 태도는 분명 수준 이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나홍진 감독은 너무 마음에 드네요. 나홍진 감독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는 영화 표면 상에 드러난 그대로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기획 중 고려했을 법한 주제의식, 또는 감독의 뇌 속 저변 어딘가에서 이번 작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했을 법한, (무)의식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보면서 저는 저만의 해석을 찾았습니다.

영화에서 일본인, 즉 외지인은 한국에 입국한 지 매우 오래된 사람입니다. 낡은 여권이 그걸 의미하죠.

오랫동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는 없고 산 속에서 혼자 개를 기르며 지냅니다.

한국 사회에 타자를 어떻게 대하는 가에 대한 단면을 엿볼 수 있죠.

타자에 대한 폭력성은 이후로 벌어지는 사건에 의해 구체화됩니다.

마을에 병이 돌았는데 난데없이 자기가 병을 퍼뜨렸다며 의심하고..

타향 생활 힘들어 죽겠는데 고라니를 생으로 잡아 먹는다고 이상한 소문이나 퍼뜨리고..

마을에서 어떤 여자가 자살했는데 내가 강간해서 그런거라고 증거도 없이 소문내고..

경찰이라는 놈은 영장도 없이 남의 집 쳐들어와서 집안 살림 다 부수고 한국말로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반말에 욕까지 하는 것 같고...

지 딸이 아픈데 왜 나를 찾아와서 갈구다가 내가 기르는 개까지 죽이고..

친구들 불러모아서 삽 들고 나 죽이러 오질 않나..

간신히 도망쳤더니만 비 오는 날 차로 치고..

병원에 데려다주긴 커녕 절벽에서 굴러 떨어뜨리고...

간신히 살아났다가 의료보험도 없이 혼자 동굴에서 식음전폐하고 있는데 왠 예수쟁이가 와서 나더러 악마라질 않나..

아오~~~~~~~~~~~~~~~~~~~~~~~~~~~~~~~~~~~~~~~~~~~~~

멀쩡한 사람도 빡쳐서 악마 되겠수다..

"그래 ㅆㅂ 내가 악마다!! 됐냐??? 어!!"
k9342104
글쓴이
2016.06.16 01:50
말로윈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한국의 최대문제는 교육이죠..
획일적인 정답만을 강요하는 답없는 공교육과. 완전금지되면 더좋을 사교육..
악마같은 이기심의아줌씨들..돈버는기계가되어 교육을 방치한 아저씨들..
교육의 여파랄까..그렇게똑똑한 사람들이..
영화를 선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보면..참 한숨이 나올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님과마찬가지로..
내러티브가 불완전하다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저도 이영화를 상당히 좋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생각할거리를 준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영화인들은 이영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각자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헌데 님도그렇고..다른 카테고리에서 답을 주신분도그렇고..
님이 말씀하신 푼크툼으로 각자 생각하는게..더나을것 같네요..
나감독도 그걸 바랬을겁니다..

다만 사족을 하나 더 달자면..
영화 이해의 관점이 아닌..
제작하는 입장에서..연출과 연기를 어떻게 접근했냐는..
답을 찾는 과정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뼈대를 정해놓고..페이크를 위한 혼돈을 줘야지..
감독자신도 정해놓지않은채..혼란만준다면.
그건..열린 구조가 아니라..말그대로 중구난방이 될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나감독이나 배우의 핵심설정을 추정해봤는데..
제가 내린, 내러티브상 가장 설득력있는 결론은..

외지인:예수
무명:토속신.(혹은 악마,범인)
일광: 영험한무당
범인:독버섯(무명이 범인일 경우 페이크)

참황당한 추론이죠..
나감독은 외지인과무명이한패라고 매번인터뷰를 하더군요 --
제생각엔.. 자신의인터뷰대로 이해하기엔 내러티브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이토록 다양한해석을 쏟아내게하려고.
수년간 얼마나 치열하게 쓰고 편집했을지 상상하니.
나감독의 극단의 편집증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측면에서 영화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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