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실입단전

독립장편영화 주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감사하게도 영화관에서 시사를 하여 대형스크린에 처음으로 내가 나오는 것도 보고 엔딩크레딧도 보았습니다. 이날이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결정한 날인 것 같네요. 엄청난 편집으로 주조연에서 조연이 되는 대참사가 벌어지긴 했지만 동시에 연기력 커버가 되어서 보는 사람들은 잘 못느꼈습니다만 저 스스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그 자리에서 다짐했습니다. 난 편집 없이도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력’. 이것만은 무조건 해결하고 싶었고, 실력으로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거 하나는 해낼 거다 라는 강력한 마음이 장착되어서 제대로 마음 먹고 배울 곳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찾게 된 곳, 운 좋게 ‘기실’이었습니다.


2. 기실생활 기억나는 에피소드 연기고민

기실 초반기에 하나의 독백을 4가지 버전으로 해오라고 하셔서 준비해갔는데 그걸 보고 실코치님이 처음으로 감탄을 하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실하면서 수련생 연기를 처음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고. 그러면서 옆에 있던 먼저 시작한 반 멤버분들을 갑자기 불러오시더니 한번 더 보여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긴 하네요ㅠ...ㅎㅎ ) 그게 기억에 굉장히 많이 남아요.

그리고 기실 후반기에 다른 반 멤버 분께서 일지에 나의 연기를 보시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절정에서 내가 느꼈던 단 세마디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적어주셨는데 그것이 참 감사하면서도 충격이었습니다. 20대 초에 연기를 접하면서 같이 하는 언니, 오빠들이 기술로 그럴듯하게 연기하는게 어찌나 부러웠던지, 그리고 장편독립영화에서 액션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울어야하는데 눈물 한방울 안나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한 뒤로 연기는 기술이 정말 중요하며 극한 상황에서 믿을 건 기술 밖에 없다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계획과 기술 없이 연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도전해보았고, ‘결국 진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는 진심을 담은 말과 행동, 진정성이다’ 를 스스로에게 증명까지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멤버분의 그 글을 출력해서 노트에 붙이고 내가 또 너무 기술로만 접근하려고 할 때 읽으니 방향을 많이 잡아 주더라구요. (일지 고맙습니다^^)


3. 본인이 생각하는 기실이란?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곳. 연기적으로, 인간적으로.
처음 기실에 들어오면서 기대했던,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 그 이상으로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네 명의 코치님들 개개인의 특화된 점들이 다 다르고, 배우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뛰어드시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만큼 더 얻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기실 들어오기 전과 끝날 때 스스로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줍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단체입니다.

4. 기실 후배들에게 조언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그게 곧 ‘미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힘든 시간이 와도 섣불리 포기하거나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팁을 드리자면, 전 기실을 다니는 1년  동안 기실이 끝났을 때를 자주 생각했습니다. “나 지금처럼 하면 기실 끝나고 괜찮은가? 기실이 끝나기 전에 내가 하고 나가야 할 것은? 기실 이후에 내가 가려는 길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더 될 수 있을까?” 물음을 던지신다면 스스로 점검하시기가 조금 더 쉬울 겁니다!

기실 과정에서 힘든 시간, 혼란스러운 시간, 좌절의 시간 분명 정말 많이 옵니다. 근데 그건... 계속 오더라구요!! 안끝납니다!!~~ ㅋㅋㅋ 그러니 끝나기를 기대하지마시구 그냥 계속 하세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정면돌파하세요!!! 저는 기실을 다니는 동안 이것만 해결하면 뭔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해결해나갔는데 그게 해결되니 시간과 노력이 더 요구되는 문제들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졸업 직전 이제서야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준비에서 끝이라는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근데 전 그 끝을 보려고 아둥바둥하니까 아무리 해도 내가 너무 못하는 것 같고, 이 노력이 너무 작아보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더구나 이 길은 경쟁이 심한 곳인데, 경력 많고 든든한 빽있고 연기 잘하고 키크고 예쁘고 어린 경쟁자들은 세상에 넘쳐나니 스스로가 초라해 보일 때도 있었구요. 그런데 그건 내가 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 그저 그 과정속에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고 배우고 느끼면서, 내가 좀 더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며 스스로에게 후회없이 나아가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내시라는 말은 안할께요, 지금도 힘이 많이 드실테니 ㅠ

대신, 지금도 열심히 정면돌파하면서 눈물 흘리시고 계신 분들!!
우리 꼭 현장에서 만나요!!^^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5. 앞으로의 계획 

 기실 졸업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처음부터 염두해두고 해왔기 때문에 졸업이라는 것 때문에 혼란이 오고 힘들고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실에서 각 코치님들께 배웠던 소중한 정보들, 팁, 컨텐츠들, 마인드 등을 내것으로 더 만들며 거기에 추가로 배우라는 것을 더 이상 “내 꿈이에요”가 아닌 “내 직업이에요”라고 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총 동원할 겁니다.

                                                    출처

<48주 성인들의 영화연기훈련소>

기실(基實) 영화연기스튜디오

https://movie119.modoo.at/